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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D Aug 26. 2024

나짱을둘러싼모험D2. 드디어 아미아나

나짱을 둘러싼 모험 ep5.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이번 나짱 여행에서 가장 하이라이트 숙소라고 생각한 곳.

아미아나 리조트.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우와, 하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곳.

가족들과 꼭 함께 오고 싶은 곳이었다.


한동안 우리 집 PC 바탕화면을 채우던 일곱 살의 별 @아미아나

 

12시에 참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아미아나로 향했다.

참파도 가격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프런트에 붙어 있는 자랑스러운 아고라 평점 8.3 두둥 ㅋㅋ

인정합니다. 꽤 괜찮은 곳이에요.

 

베트남에 와서 처음으로 택시를 이용하게 됐다.


원래는 그랩을 쓰려고 했다.

특히 처음에 등록하면 프로모션 쿠폰을 준다는 말에 혹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랩을 등록하긴 꽤 어렵다.

우선 가입은 한국에서 해야 하지만,

카드 등록은 또 베트남 현지에 와서 해야 한다고.

그런데 카드도 안 되는 카드가 많고.

fake GPS 라는 앱도 깔아서 시도했지만... 아, 어려워, 모르겠다.

 

그런데 대충 후기들을 찾아보니 카카오 택시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카카오? 그 카카오?

그래서 카카오 택시를 들어가서 해외 이용을 눌러보니,

오, 있다.

카카오 택시를 베트남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쓰여 있었다.

 

사용 방법은 이렇다.


우선 GPS를 켜서 현재 위치를 잡는다. 

(지도에서 빨간 점을 움직이는 건 은근히 재밌다)

그리고 도착할 곳을 입력한다.

여기서 바로 카카오의 위대함이 나타나는데,

카카오는 무려 한글로 입력해도 위치 검색이 된다는 것!

듣기로 그랩은 구글 맵의 주소를 옮겨야 하는 번잡함이 있다는 듯.

 

카카오로 아미아나를 검색하고 기다렸다.


바로 한글로 메시지가 왔다.

"금방 가니까 기다려요" 

ㅋㅋ 알겠습니다.


밑에 적혀 있는 택시 번호를 확인했다.

78A. XXXX 로 시작되는 번호.

(나짱 자동차엔 대체로 앞에 이 번호가 많았다. 지역번호 일까.)

 

그리고 멀리 나타나는 반가운 택시.

차종은 현대 소나타 정도로 보였다. 더 반가운 마음.

 

택시에 몸을 싣고 드디어 아마아나로.

 

참파에서 아미아나로 가는 길은 나짱 시내를 관통해서 간다.

나짱의 장점이자 단점이 워낙 작은 곳이라는 점.

머릿속에 수없이 리허설한 나짱 시내 지도를 떠올린다.

 

참파에서 나온 택시는 쉼 없이 달려오는 택시와 오토바이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좌회전에 성공.

바로 시내로 접어들었다.

(베트남에선 렌트가 안 된다. 당연하다. 

신호와 상관없이 끝없이 달려드는 오토바이를 피해서 운전할 정도의 담력을 키우려면, 최소한 베트남 거주 3년 이상은 돼야 하지 않을까.)

 

오오, 저기 저기.

간판을 발견할 때마다 혼자 신나서 소리 질렀다.

엠은 무심히 밖을 봤고, 

별은 혼자서 겨울왕국 2 주제곡을 부르고 있었다.

(인투더 언노운~)

 

뭐, 어쨌든. 이런 광경엔 익숙하다.

나 혼자 신나서 떠드는 모습. 

(인생은 고독한 것이다.)

 

택시가 드디어 나짱 비치에 접어들었다.

와우, 소리가 절로 나왔다.

비치에 비키니 차림의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국이구나. 흥분.

 

잠시 더 달리니 시골길 같은 곳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건, 소 아닌가.

 

이건 나만 볼 수 없지.

별이야, 카우, 카우.

괜히 외국이라고 영어가 튀어나왔다.


엠도 교육이라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별에게 소를 가리켰다.

우리나라 소와는 달리 검은색 소였다. 좀 빼빼 말라 보이는.

소는 무심한 표정으로 길가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별도 신이 나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왜 저기 소가 있어. 저 소는 뭘 먹어. 

왜 베트남 사람들은 소를 키워.

나름 성심성의껏 대답해 줬다. 물론 대충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리고 드디어 멀리 보이는 아미아나.

근처에 그랩을 기다리는 차들이 쭉 서 있었다.

로비에 멈추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대충 한국인 5: 중국인 2: 러시안 3 정도의 비율로 보였다.

 

요금은 미리 등록한 카드로 자동결제.

가격은 7100원 정도. 30분 정도 달린 걸 생각하면 합리적이다.

(이 매력 때문에 결국 여행 내내 카카오만 이용하게 됐다.)

 

로비에 들어서니 안경을 낀 여직원이 종이를 들고 다가왔다.

웰컴.

눈으로 웃으며 맞아준다. 머리에는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인가. 뜨거운 여름의 크리스마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었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꼭 한석규가 된 기분이잖아!)


로비 한쪽엔 산타가 탈 만한 썰매가 장식돼 있었다. 

포토 스팟. 바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댔다.


 

입실 시간이 2시라, 좀 기다리라고 했다.

1시간 넘게 시간이 남았지만, 이렇게 멋있는 데라면 얼마든지.

기다리는 동안 마시라며 생강차와 생강과자도 줬다.

(근데 웬 생강차? 나중에 알고 보니 나짱은 생강으로 유명한 곳인 것 같았다.)


별은 생강과자를 한입 물더니 우웩, 하는 표정.

나도 한입 먹어봤지만, 오 노. 아직 생강을 먹을 정도의 나이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생강차는 꽤 시원했다. 쭈욱 들이켰다.


별이 먹으라고 주스도 줬다. 

셋이 잠깐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


날씨는 서니데이!

쨍쨍한 햇살이 기분을 좋게 했다. 바로 수영이 가능할 날씨다.

날씨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럭키.

 

시간이 남은 관계로 여기저기 구경을 했다.

워터스포츠 코너를 기웃거렸다. 

제트보트도 있고, 카약도 있고. 근데 역시 가격이 꽤 비쌌다.


머드 스파를 받는 곳도 구경했다. 가격은 35불 정도.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직 베트남 물가에 대해 공부가 부족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프라이빗 비치.

정말 아름다웠다.

내 40 평생 묵었던 숙소 중 베스트.

갑자기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얘들아, 내가 해냈어. 내가 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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