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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D Aug 26. 2024

나짱을둘러싼모험D2. 드디어 아미아나 2

ep6.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드디어 오후 2시.

미스터 채.


이름을 듣고 프런트로 향했다.

카드로 디파짓을 내고 버기카에 올라서 방으로.

이번에 잡은 방은 오션뷰 킹베드.

아고라를 통해서 한 달 전에 구입한 방이다.

가격은 일반보다 약간 높은 편이지만, 일단 침대가 킹베드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꽤 괜찮은 방, 이라는 스태프의 설명에 두근거리며 방으로.

 

정말 좋았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나무로 만든 집.

천장엔 커다란 팬이 돌아가고 있었고,

바로 옆 화장실은 열대 나무가 보이고 하늘도 뚫려 있었다.

(밖에선 볼 수 없는 각도로)

자연주의라는 느낌.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빌딩에서 벗어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게 아닐까.

하지만 완전한 자연은 싫고, 그래서 대충 절충한 게 이 정도가 아닐지. 어쩌다 가끔.

 

바로 옷을 갈아입고 비치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키포인트는 바로 대형 패롯 튜브.

소셜에서 큰 맘먹고 구입했다.

현실주의자 엠은 반대했지만, 별과 작당해서 골랐다.


별은 처음엔 예쁜 언니들이 모델로 나온 조개 튜브를 사겠다고 떼를 썼지만,

저건 인스타용이야, 라는 말로 설득했다.

사실 조개는 사진으로 보기에도 마치 아프로디테처럼 그 위에 누워 있는 구조였다.

조개 위에 누워서 찰칵.

사실 패롯도 딱 보기에도 실용성은 없어 보였지만,

베트남까지 왔으니까.

 

엠에게 레이저빔을 받았던 초대형 패롯 튜브 ㅠ


방을 나오니 바로 뒤엔 성인용 풀이 있었다.

깊이는 1.6미터 정도.

내가 서면 목만 간신히 나올 것 같았다.

풀 옆에는 바도 영업하고 있었다. 1+1,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1+1은 어디서든 눈이 가지요.)


해피아워에 오면 한 잔을 구입하면 한 잔을 더 준다고.

일단 머리에 입력하고 풀 뒤편의 프라이빗 비치로 갔다.

햇볕이 뜨거워서 눈이 부셨다. 손으로 가려야 할 정도였다.

비치 구석에선 사람들이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샀지요. 스노클링.

나나 엠이나 태어나서 스노클링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좀 어이가 없지만 사실이 그렇다. 대체 우린 뭘 하고 논 건지.

 

우선 패롯 튜브에 바람을 넣어야 했다. 구석에 튜브를 대여해 주는 곳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 가서 바디 랭귀지를 섞어서, 튜브 에어 오케이? 하고 물으니 오케이라고.

그런데 이 튜브 생각보다 정말 컸다.

튜브를 펼치니 대형 화석처럼 보였다.

살짝 스태프의 눈치를 살폈는데 스탭도 살짝 당황한 표정.

하지만 이런 대형 튜브에 익숙한 지 금세 태연한 얼굴을 했다.

 

이후 튜브에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패롯의 몸이 부풀기 시작했다... 는 느낌을 받기에 너무 긴 시간이 필요했다.

몸이 스멀스멀 움직였다. 대체 얼마나 걸리는 걸까.

스태프의 눈치를 봤지만 스탭은 바람 넣는데 집중. 

친절한 성격일까. 아니면 날 배려하는 걸까.


그래도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몸이 불어나니 이번엔 머리 차례.

알고 보니 바람을 넣는 구멍이 여러 군데였다.

몸, 머리, 양 날개, 그리고 꼬리 순으로.

그 말인즉, 바람을 뺄 때도 저 역순으로 빼야 한다는 말.

 

엠이 상태를 살피러 왔다가 놀라서 갔다.

내가 고집을 부려서 산거라 눈치가 보였다.

 

그래도 결국 패럿은 거대한 머리를 올리며 위용을 갖췄다.

체감상 10분은 된 것 같았다.

도저히 빵빵하게 공기를 채워달랄 수 없어서 대충 바람이 들어갔을 때, 오케이, 라면서 받았다.

물론 바람을 빼는 일도 깜깜해졌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저는 P입니다...)


 

패럿을 끌고 모레 사장을 걸어갔다.

주변에 있던 러시안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본의 아니게 핵인싸가 된 기분.

 

그래도 패럿을 보고 별이 상당히 좋아했다.

그래, 널 위해서라면 이 한 몸 쪽팔린들 어떠리.

어차피 저들과 볼 일도 없을 텐데.

 

듣던 대로 나짱의 파도는 꽤 심했다.

패롯은 뒤집힐 듯 아슬아슬했다.

결국 패롯을 끌고 다시 수영장으로.

이번에도 핵인싸 체험을 했다.

주변에서 한국인들이 소곤대는 소리도 들렸다.


야, 저기 봐, 닭이다.


이봐, 닭이라니. 

 

안 들리는 척하면서 패롯을 풀에 넣었다. 

그리고 별을 잡아서 그 위에 올려줬다.

워낙 몸이 커다랗다 보니, 딱 모두 다 비켜라, 모드가 됐다.

이거 완전 수영장의 민폐로군.


사람 없는 곳을 왔다 갔다 했다.

별은 패롯 머리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앉아 있고, 난 뒤에서 대충 밀면서 다녔다.

엠은 스노클링 장비를 쓰고 수영을 했다.

그런데 금방 싫증을 느낀 것 같았다.

하긴 수영장에서 스노클링을 해봤자 볼 건 수영장 바닥밖에 없을 테니.


 

풀 바로 옆에 커다란 메인 식당이 있었다.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자. 오늘 식사는 전부 리조트 안에서 먹기로 했다.

 

식당에 앉아서 메뉴판을 주문했다.

가격은 한국 식당과 비슷해 보였다.

10달러 중반 정도.

파스타, 피자, 버거까지 골고루 시켰다.

그리고 모히또 두 잔.

 

자리에 앉아서 풀을 쳐다봤다.

풀 바로 뒤에 바다가 보였다.

정말 멋진 장면이다. 한국은 엄청 추울 테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휴가 온 기분이 났다.

 

듣던 대로 나짱엔 러시안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다들 비키니 차림이었다.

누군가 나짱에 대해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짱의 장점. 엘프들이 많다.

단점. 그 옆에 효도르 닮은 형들이 하나씩 붙어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러시안 엘프들 옆엔 커다란 불곰국 어깨들이 하나씩 따라다녔다.

 

모히또를 들고 엠과 치어스. 파인애플과 자몽 모히또 두 잔을 시켰다.

한 입 쭉 빨았다. 과즙이 씹혔다. 맛있잖아.

어떤 영화의 대사가 생각났다. 

모히또에서 나짱 한 잔!

 

잠시 후 음식도 나와서 함께 먹었다.

음식은 그냥저냥.

피자는 동네 피자집의 맛을 연상하게 했고, 파스타는 평범했다.

인스타에 많이 올라오던 버거가 그나마 제일 먹을 만했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맛없으면 안 되는데.

 

그래도 워낙 뷰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모히또 한 잔을 쭉 빨아 마시고, 이어서 타이거 비어 한 잔.

나짱에선 타이거 맥주가 가장 유명한 것 같았다.

시원한 드래프트로 쭉 들이켰다. 

캬, 맥주 광고 같은 소리가 났다.


노곤 해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하지만 별은 바로 수영을 하겠다고 졸라댔다.

미안하지만 엠에게 맡기는 수밖에.

엠이 별을 챙겨서 풀로 들어갔다.

난 맥주를 마시면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방으로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모두 뻗어버렸다.

수영복을 대충 늘어놓고 침대에 누우니 잠이 쏟아졌다.

 

그렇게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오후 4시를 조금 넘은 시간.

베트남의 하루는 빠르다.

해는 일찍 뜨고, 일찍 진다.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산책을 나섰다.

숙소 앞 테라스에 패롯을 세워 놨다.

덕분에 방을 잃어버릴 일은 없겠지.


 

앞엔 커다란 바다가 있었다. 비치와는 반대편이었다.

쏴아 쏴아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 크레인으로 뭔가를 짓고 있었다.

나짱은 요즘 떠오르는 곳인 모양이었다.

아마 다음에 온다면 많이 달라져 있겠지.

 

아미아나는 산책하기에도 예뻤다.

중간에 있는 머드 스파를 구경했다.

피자 패키지가 눈에 띄었다.

머드를 하면서 피자까지 먹는다는 구성이다.

하지만 나짱에 있을 시간이 많으니 머드 스파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다면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더군다나 아미아나 피자라면... 굳이 두 번 먹고 싶진 않았다.

 

오늘 지는 냐짱 해변 @아미아나


천천히 산책을 하다 다시 식당에 앉았다.

저녁이지만 식당엔 빈자리가 꽤 많았다.

다들 식사를 어디서 하는 건지 궁금했다.

 

이번엔 베트남식으로 시켜보기로 했다.

베트남식 생선 요리와 팟타이, 쌀국수.

그리고 베트남에서 먹고 싶었던 반세오도 주문했다. 타이거 비어도 한 잔.

생선 요리는 바로 앞바다에서 잡았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지평선이 붉게 물들었다.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녁 음식도 평범한 맛이었다.

대신 생선 요리는 맛있었다. 생선 살코기와 함께 커다란 조개가 들어가 있었다.

양은 좀 적은 것 같았지만, 소스가 짭조름하고 입맛에 맞았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앞 비치에서 숨바꼭질 놀이.

최근 집에서 별과 함께 삼총사 놀이라면서 세 가지 놀이를 한다.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볶음밥 게임.

(각자 정해진 숫자대로 뛰면, 술래가 한 발 덜 뛰어서 잡는 게임. 

그런데 별이 아는 방식은 내가 알던 것과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게임 이름도 볶음밥이라고 했다.)

 

리조트에 사람이 없어서 우리끼리 꽤 재밌게 놀았다.

게임을 하곤 해변가를 걸어서 산책을 했다.

우리가 묵는 곳과 반대편에 꽤 긴 산책길이 있었다.

그 뒤엔 방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아미아나는 생각보다 제법 넓은 곳 같았다.

산책길 곳곳에 해먹이 있어서 해먹에 매달려 놀았다.

 

그렇게 열심히 놀고 방에 들어왔지만 시간은 겨우 9시.

방에 들어오니 커다란 파도소리만 들렸다.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누워서 책을 들었다.

티비는 베트남 만화를 틀었다.

별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금방 집중했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림만 보고 이해를 하는 모양이다.

 

이번 여행에서 챙긴 책은 소설과 여행책 몇 권.

소설은 강태식 선생님의 리의 별.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여행책은 장강명 작가의 5년 만의 신혼여행.

 

다들 한 번 이상 읽은 책이지만 아주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다.

장강명 작가의 책에서 여행을 할 때 읽기 좋은 책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추천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유가 재밌다. 워낙 재미없는 책이기 때문.

그 책을 읽고 있으면 아무리 시시한 풍경도 더블린 보다는 나아 보인다고.

 

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러 읽은 책들로 챙겼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다.

천천히 읽으면서 영감 같은 걸 받고 싶었다.

 

먼저 손에 든 책은 강태식 선생님의 리의 별.

사실 강 선생님은 내 소설 스승이기도 하다.

1년 전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처음 수업을 들었다.

그의 책, 굿바이 동물원은 내가 닮고 싶은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 겨울, 다시 한번 강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있다.

 

리의 별, 도 출간되자마자 읽었다.

이번에 다시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다.

 

엠과 별은 피곤한지 금방 잠이 들었다.

나도 좀 더 책을 읽다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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