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 Oct 01. 2023

우리는 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룰까?

-자청 추천책 <클루지>를 읽고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의 신체와 마음이 온통 클루지 투성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클루지가 뭔데?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p.19


신체 클루지의 일례는 척추. 인간이 단 한 개의 기둥으로  몸무게를 지탱하는 건 최선의 방법이라서가 아니라,  네발짐승이 도구를 사용하면서 생존하려면 불완전하게나마 일어서는 것이 아예 일어서지 않는 것보단 유리했기 때문에 직립 보행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덕분에 두 손을 자유롭게 놀리며 생존할 수 있었지만, 지독한 요통에 시달리게 됐단 것이다.


인간은 완벽한 설계로 일시에 창조된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바탕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또한 인류가 문화적으로나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진보를 이루었으나 우리의 유전자나 뇌의 진화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에 인지적으로 여러 결함(확증 편향, 정신적 오염, 부적절한 자기 통제 등의 클루지)이 있는 탓에 합리적 사고를 하기 어렵다는 주장.


저자는 각 결함들의 작동 원리와 그에 따른 문제 등을 살펴봄으로써 인간이 때때로 멍청한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고, 정확한 판단과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13가지를 제안한다.

아래 명시한 제안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직접 읽어보시길.


<클루지를 이겨내기 위한 13가지 제안>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3.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8.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10.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13.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열세 번째 제안이 이 책의 요지라 생각하는데 문장이 영 안 읽힌다. 비문인가 싶어 맞춤법 검사기도 돌려봤는데 오류가 없다고 뜬다. 그래도 '합리적 인간이 (또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라'라든지 '합리적 판단(또는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라.' 정도로 윤문하면 어떨는지.


그리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P형의 대표주자로서 우리가 J형 대비 진화가 덜 된 게 아닌가 싶더라. 키는 유전이 90퍼센트 이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숨겨졌던 것처럼 P형과 J형에도 유전자 관련 비밀이 감춰져 있는 건 아닐까.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자위하다간 퇴보만 있을 뿐. 유전자나 성향이 어쨌건 진보하려면 J형을 지향해야 할 듯.


>> 책사 한 말

 P형이지만 J형처럼 살아야 할 이유가 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SOLO> 문제의 빌런보다 더 이상했던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