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다.
시나 소설 같은 순수문학 쓰는 작가 말고
흔히 방송작가라 불리는 구성작가.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고
대학전공도 방송과 무관하지만
그래도 이 바닥에서 10년 넘게 '작가님' 소리 들으며 일했는데 지금의 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직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방송작가는 지금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외주제작사에서 일하는 작가 중에는
근로계약서 한 번 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정도.
그래서 서브나 막내작가에게
메인작가는 언제나 갑이고
메인피디는 언제나 슈퍼 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슈퍼 나노 을로서 부당한 처우를 수용하는 작가가 많다. 거부하는 사람은 인맥 채용이 대부분인 방송계에서 원하는 일을 하기가 어렵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온 고연차 작가는 더 그렇고
그게 지금 나의 현실이다.
고민이 많았던 난 장고 끝에 송은이 선배의 말을 떠올렸다.
"일자리가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되지."
꼭 방송일 필요는 없다.
방송을 좋아한 게 아니니까.
난 책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좋아하고
그것으로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누군가를 웃게 하거나
도움이 되는 게 좋은 거니까.
무엇보다 부조리한 사회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고 싶지가 않다.
누군가 인생의 3분의 1을
왜 그 일에 쓰고 있는지 물었을 때
고민 없이 '좋아서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떳떳한 일을 하고 싶다.
이젠 내가 바라는 미래를 성취하는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언젠가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도 싶다.
이것이 내 글,
그것도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단 생각은
맹세코 일평생 안 해본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이유고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쭉
나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