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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의 세계

02. 행복은 왜 사소한 데 숨어 있을까 – 아침의 루이

by 이서

행복은 큰 사건보다 식빵 부스러기 같은 순간에 더 자주 앉는다.


오늘 아침,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머리는 헝클어진 채였고, 얼굴엔 아직 잠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바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남은 건 양을 알 수 없는 우유팩 하나, 식빵 두 쪽.

몇 초쯤 고민하더니 식빵을 그대로 베어 물었다.

딱딱한 소리가 조용한 집 안에 울렸다.

나는 창가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아침 공기가 그녀의 어깨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커튼 사이로 스며든 바람이 식탁 위 먼지를 살짝 흔들었다.

그녀는 식빵 부스러기를 털며 아주 작은 숨을 내쉬었다.


“별일 없는데… 그냥 피곤하네.”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나는 가늠했다.

인간들은 이럴 때 이유를 찾으려 하고, 찾아도 잘 모른 채 하루를 보낸다.

그녀는 우유를 컵에 따랐다가 마시지 않고 다시 내려놓았다.

그 동작의 느림을 보며 오늘의 그녀를 대충 짐작했다.


“루이. 넌 좋겠다. 아무 걱정도 없잖아.”


나는 대답 대신 그녀가 놓고 간 식빵 조각 하나를 핥았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잠깐 웃었다.

그 짧은 웃음이 방 안의 공기를 아주 조금 바꾸는 것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 무겁던 공기가 햇살처럼 부드럽게 흘렀다.

그녀는 머리를 묶지도 않은 채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릇을 씻다가 잠시 멈추고, 다시 물을 틀었다.

그 멈춤에 오늘의 마음이 들어 있었다.

나는 창밖을 봤다.

길 건너편 사람들이 바빴다.

나는 그 바쁨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아침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겐 분주함을, 누군가에겐 여유를 만든다.

그녀는 커튼을 활짝 걷었다.

빛이 방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오늘은… 그냥 집에 있어야겠다.”


그녀는 조용히 그렇게 말했다.

나는 창문 아래로 몸을 웅크렸다.

바닥에 햇살이 천천히 번졌다.

특별한 건 없었지만 묘하게 마음이 고요했다.

인간은 늘 행복을 멀리서 찾는다.

하지만 어쩌면 방금 지나간 이 순간, 아무 말도 없는 아침 공기 속에 이미 조용히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게 행복이었을 것이다.

이름 붙이기 전의.

나는 그녀를 한 번 바라보고 다시 눈을 감았다.


“행복은 식빵 부스러기 위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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