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인간은 왜 사랑하면서도 아플까 – 루이의 관찰
사랑은 기쁨보다 먼저 흔들림을 데려온다. 루이는 그 미세한 틈을 읽는다.
나는 루이다.
고양이다.
그냥 고양이는 아니다.
인간의 말과 표정을 어느 정도 읽어낸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솔직히 피곤한 재주다.
오늘 그녀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거의 식어버린 커피.
창밖엔 흐린 낯빛이 멈춘 듯 머물러 있었다.
나는 소파 위에서 앞발로 턱을 긁적였다.
이 자세, 이 시간, 이 멈춤.
사랑에 다친 인간들에게서 다섯 번째 본 장면이다.
그녀의 옆에는 출근 가방이 놓여 있었다.
가방끈은 반쯤 풀려 있었고 구겨진 외투 자락이 소파 끝에 걸쳐 있었다.
인간은 마음이 흔들리면 물건부터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런 걸 빠르게 알아챈다.
그녀는 커피컵을 손끝으로 굴렸다.
바닥에서 나는 얇은 소리가 방 안에 길게 퍼졌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 그녀의 어깨가 아주 천천히 들썩이는 걸 보았다.
이해는 못 해도, 흔적은 읽는다.
사랑에 부딪힌 인간들은 공기부터 조금 달라진다.
온도가 낮아지고, 동작이 느려지고, 창문 쪽을 오래 본다.
그녀는 낮게 말했다.
“이젠… 정말 끝인가 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몸을 늘이고 하품을 한 번 크게 했다.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냥 식은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맛은 몰라도 기분은 짐작이 갔다.
인간은 사랑을 하면 기뻐진다고 말하지만 기쁨보다 다른 것들이 먼저 찾아온다.
확인하려는 마음, 견디는 마음, 부딪히는 마음.
그러다 결국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녀는 갑자기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커튼이 천천히 흔들렸다.
그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스쳤다.
나는 그 움직임을 오래 보았다.
인간은 감정을 정리하기 전에 대부분 창문부터 건드린다.
말보다 확실하다.
그녀는 가방끈을 한 번 잡았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나갈 것 같으면서도 아무 데도 가지 않는 움직임.
그런 망설임은 방 안에 오래 머문다.
나는 그녀 발치로 걸어가 꼬리를 말고 앉았다.
내가 위로를 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 발끝의 온도 정도면 충분한 때가 있다.
사랑은 인간들이 서로를 확인하려는 방식에 가깝다.
확인하다 다치고, 다치고도 다시 확인한다.
나는 이해는 못 한다.
하지만 변화는 본다.
오늘의 그녀는 창문을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열어두었다.
나는 그 옆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인간은 참 묘하다. 다치면서도, 다시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