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왜 행동에 숨어 있을까 – 루이의 손끝 관찰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건 언제나 손끝이다.
아침의 공기가 조금 굳어 있었다.
그녀는 싱크대 앞에서 컵을 씻다 멈춰 있었다.
물기는 컵의 모서리를 타고 흘러내렸고, 그녀의 손끝은 그 흐름 위에서 잠시 방향을 잃었다.
나는 식탁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검지 끝이 아주 작게 떨렸다.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는데 손끝만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컵을 내려두고 물을 털었다.
늘 하던 동작인데, 오늘은 속도가 느렸다.
나는 그 느림을 따라 눈을 깜빡였다.
거실을 지나 방으로 걸어갈 때 발끝이 러그를 거의 누르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옆에서 가방을 열었다.
명함지갑, 이어폰, 구겨진 영수증이 손끝에서 가볍게 흩어졌다.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지만 찾는다는 느낌보다는 손이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움직임에 가까웠다.
그녀는 결국 아무것도 꺼내지 않았다.
가방의 지퍼를 닫는 소리가 평소보다 짧게 끊어졌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잠시 멈춰 있다가 책상 위의 물컵을 들어 창문으로 갔다.
창문은 닫힌 채였고, 틈 사이로 흐르는 바람만 소리를 냈다.
물컵의 표면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멈추는 것을 그녀는 한참 바라봤다.
나는 천천히 그녀 곁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지만 내가 다가오는 걸 알고 있었다.
손끝이 잠시 멈추는 정도로, 그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컵을 다시 책상 위에 조용히 두었다.
유리 바닥이 나무 책상에 닿는 소리가 짧았다.
그때 내가 꼬리로 치던 메모 한 장이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가벼운 종이였고, 떨어지는 소리도 거의 없었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종이를 주웠다.
모서리를 손끝으로 펴는 움직임이 평소보다 조금 길었다.
그 길이를 나는 가만히 지켜봤다.
그녀는 종이를 원래 자리에 두고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숨이 방 안에 오래 머물렀다.
불을 켤 때 스위치 위에서 손이 짧게 멈췄다.
불빛은 아주 천천히 방을 채웠다.
오늘의 그녀는 소리를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발치에 누워 그녀의 손끝을 바라봤다.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곳이 그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가만히 있었다.
그 가만함이 오늘의 리듬이었다.
나는 그녀의 숨이 다시 고르게 흐르기 시작하는 걸 바닥에서 느꼈다.
움직임이 조금 가벼워지는 게 천천히 전해졌다.
그녀는 컵을 싱크대 쪽으로 옮겨두고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한다고 부르기엔 느슨한 움직임이었지만 그래도 방향은 있었다.
가방의 지퍼는 이번엔 아주 부드럽게 닫혔다.
그 소리가 오늘 하루 중 가장 안정적이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다니지 않고 문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발끝이 지나가는 속도를 그대로 바라봤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창문 쪽을 돌아봤을 때 손끝이 짧게 흔들렸다.
말은 없었다.
오늘 하루 내내 그랬다.
나는 그 조용한 흔들림을 그저 눈으로 남겼다.
오늘의 그녀는, 손끝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