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루이의 세계

06. 의도는 왜 시작되지 않고 흘러가 버릴까 – 루이의 흐름

by 이서

붙잡지 않은 것들은 어느새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오늘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들어왔다.

신발이 현관 매트 위에서 천천히 멈췄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코트를 벗으려다 멈추고, 손목 쪽을 한 번 털어냈다.

소매 끝에 붙은 작은 먼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코트는 옷걸이에 걸리지 않고 의자 위로 내려왔다.

부엌 쪽에서 수도꼭지가 짧게 열렸다 닫혔다.

싱크대에 떨어진 물방울이 스테인리스 표면을 따라 흘렀다.

그녀는 찻잔을 꺼내 물을 반쯤 채웠다.

김이 조금 올라왔지만 금세 사라졌다.

나는 냉장고 옆 바닥에서 몸을 말고 있었다.

바닥은 낮에 남은 온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

그녀는 벗어둔 양말을 주우려다 손을 멈췄다.

양말 한 짝은 뒤집혀 있었고, 한쪽은 발끝이 약간 접혀 있었다.

그녀는 그 접힌 부분을 펴지 않은 채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

식탁 위에는 컵 자국이 하나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자국을 손등으로 지우려다가 멈췄다.

손끝만 자국 위에 가볍게 올려놓았다가 떼었다.

바람은 없었지만 커튼 한쪽이 살짝 들려 있었다.

그녀는 커튼 끝을 손으로 누르듯 내렸다.

천이 내려올 때 나는 작은 소리가 공기 중에 오래 남았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쪽으로 갔다.

정수기 모터의 반복된 진동이 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그녀는 그 진동이 들리지 않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컵의 표면에 그녀의 손자국이 흐리게 남았다.

컵을 내려놓는 속도는 처음보다 느렸다.

잔이 식탁 표면에 닿으며 짧은 울림이 있었다.

나는 식탁 아래에서 자세를 낮췄다.

그녀의 발끝이 바닥을 따라 조금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멈추자, 발등 위로 떨어진 잔 먼지가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의자 등받이를 살짝 잡았다가 바로 놓았다.

등받이에 남은 손자국이 빛을 조금 다르게 받았다.

그녀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부엌의 시계가 한 번 울렸다.

그 소리는 곧 사라졌다.

그녀는 그 소리가 난 방향을 보지 않았다.

나는 냉장고 옆으로 다시 걸어갔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양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뒤집힌 부분에서 안쪽 천이 조금 더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컵을 한 번 더 만졌다.

컵의 표면에 남은 물기 한 줄이 아래로 흘러 내려갔다.

그 흐름은 곧 멈췄다.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어깨선이 아주 작게 들썩였다가 내려왔다.

그 뒤로는 아무 소리도 움직임도 없었다.

나는 그 정지된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루이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