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걷는 시간, 그 흔적을 찾는 공간

작품을 마치며...

by 이서

작가의 말


이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제 안에 머물러 있던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우리는 왜 같은 장면으로 계속 돌아가는 걸까?"


첫 작품을 마치고 이 작품을 구상할 즈음,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넬(Nell)의 '기억을 걷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사 하나하나마다 이 이야기를 써내려갈 제 심정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 이야기는 한 땀 한 땀 쌓여져 갔습니다.

이별 이후, 저는 종종 기억 속을 헤맸습니다.

그때 다르게 말했더라면, 그때 손을 잡았더라면, 그때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하지만 아무리 되돌아가도 결말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마치 금요일마다 낡은 서점 문을 여는 주인공처럼.

이 작품을 쓰는 동안 저는 '집착'과 '수용' 사이 어딘가를 오래 걸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 뒤, 우리는 때로 그 사람이 아니라 '사랑했던 나 자신'을 붙잡으려 하는 건 아닐까요?

주인공이 서점에서 되풀이한 것도 어쩌면 그녀가 아니라, 그녀를 통해 확인하려 했던 자신의 존재였는지 모릅니다.

에일이라는 인물은 단순한 서점지기가 아닙니다.

어쩌면 그는 주인공의 내면 어딘가에 있던 목소리이자, 동시에 떠나간 그녀가 남긴 마지막 배려의 형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의 말투에는 경고와 위로가 함께 있고, 눈빛에는 슬픔과 연민이 공존합니다.

손바닥의 잉크는 지워지지도, 완성되지도 않은 채 오래 머물렀습니다.

우리가 끝내 말하지 못한 감정들처럼.

하지만 어떤 마음은 문장이 되지 않은 채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첫 작품과 이어지는 세계관 속에서 그리고 제가 그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이 작은 이야기 속에 담겨 있습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아름답지만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런 고통과 희망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이 작품을 읽으시며, 혹시 자신만의 '금요일'을 떠올리셨다면 좋겠습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이별, 여전히 손끝에 남아 있는 온기,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들.

그 모든 것이 여러분을 붙잡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앞으로 걸어가기 위해 필요했던 무게였을까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질문 앞에서 함께 서 있고 싶습니다.

기억을 걷는 시간이 끝은 아닐 겁니다.

이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머물렀으면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도 손바닥의 잉크를 바라보며 이렇게 속삭일 수 있기를.


"이제는, 괜찮을 것 같아."


여기까지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이별에는 끝이 있지만, 모든 기억에는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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