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온도 (3부). 수용의 온도

1장. 침묵의 밤

by 이서

모니터는 켜져 있었다.

그러나 화면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파형은 기준선 위에 고르게 떠 있었고, 진폭은 허용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숫자들은 규칙적으로 갱신되었지만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

하윤은 의자에 등을 붙인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키보드 위에 올려둔 손은 힘을 빼고 있었다.

손끝이 닿아 있는 플라스틱이 서서히 식어갔다.


[TEMP : 18℃]


서늘했다.

그러나 불편해지는 온도는 아니었다.

환기 장치가 낮은 소리로 돌아가고 있었고, 천문대 안쪽에서는 더 이상 기계음이 늘어나지 않았다.

그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조금 낮춰, 모니터 가장자리에 맺힌 희미한 반사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유리 표면이 천천히 빛을 돌려주고 있었다.

그 순간, Color Map을 바라보는 자신의 자세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함이 먼저 도착했다.

그때 소라는 모니터 앞에서 종종 파형을 손끝으로 따라가곤 했다.

곡선을 읽는 대신 호흡을 맞추듯.

속도를 늦추고 화면의 가장자리를 더 오래 바라보며.


“온도는 숫자가 아니라 색이야.”


낮게 말하던 목소리.

설명이라기보다는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여기. 이 푸른 부분은 차가운 침묵이고… 이런 건 잔열 같아. 아직 식지 않은 데이터의 온기.”


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지금 하윤이 보고 있는 것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서 등을 조금 떼었다.

그리고 시선은 화면 쪽으로 당겨졌다.

하윤은 그제야 다시 현재의 화면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파형은 그대로였다.

색도, 간격도 바뀌지 않았다.

그는 스크롤을 내리지 않았다.

확인하지도, 되돌리지도 않았다.

화면 위에서 빛이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그 움직임에 맞춰 눈의 초점도 함께 느려졌다.


[STANDBY MODE]


루멘의 상태 표시가 바뀌었다.

알림음은 없었다.

문장도 출력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꺼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윤은 그 변화를 바로 인식하지 못했다.

잠시 후에야, 화면의 밝기가 아주 미세하게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기계는 여전히 작동 중이었지만, 응답을 내놓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질문을 입력하지 않았다.

손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의자에 앉은 자세를 유지한 채 등 뒤로 체온이 빠져나가는 감각을 느꼈다.

어깨가 조금 무거워졌고,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느려졌다.

밖에서는 바람 소리가 났다.

천문대 외벽을 스치는 소리가 벽을 따라 낮게 흘렀다.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신호였지만, 그는 그 간격을 세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화면은 그대로였다.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늦게 감각에 닿았다.

그는 숨을 한 번 고른 채 의자에 등을 맡겼다.

모니터의 밝기는 더 낮아지지 않았고, 밤은 조용히 그 상태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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