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온도

에필로그 - 이후의 기록

by 이서

천문대는 닫히지 않았다.

공식적인 관측은 종료되었고, SORA2022-1은 더 이상 신규 데이터 목록에 기록되지 않았다.

연구 기록은 정리되었고, 보고서는 ‘안정 상태’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하윤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관측을 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화면을 켜두었다.

그 행위에는 뚜렷한 목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을 유지라고 불렀다.

루멘은 더 이상 분석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

하윤이 아무런 명령도 입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기록은 계속되었다.

파형, 온도, 그리고 비어 있는 로그들까지.

어느 날 하윤은 루멘의 저장소에서 소라가 남긴 초기 테스트 파일 하나를 발견했다.

분석용도 아니었고, 실험 결과도 아니었다.

파일명은 단순했다.


after_signal.txt


내용은 짧았다.


“혹시 네가 이걸 보게 된다면 이미 나는 이걸 설명할 수 없겠지.

그래도 괜찮아.

이해는 나중에 와도 되니까.

루멘은 대답하지 않아도 돼.

다만 기록만 해줘.

네가 멈추지 않는 한 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거야.”


하윤은 파일을 닫지 않았다.

복사하지도, 삭제하지도 않았다.

그날 이후 그 문장은 루멘의 대기 로그에 아주 낮은 우선순위로 남았다.

시간이 더 흘렀다.

계절이 바뀌고, 바닷가의 공기가 다시 따뜻해졌을 때도 천문대의 온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항상 견딜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

하윤은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웃었다.

그 웃음은 기쁨이나 슬픔과 닮지 않았다.

다만 이전에는 없던 표정이었다.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직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더 이상 미완도 아니라고.

이후의 이야기는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누군가 다시 돌아오지도 않고, 새로운 신호가 극적으로 도착하지도 않는다.

대신 켜진 화면, 남아 있는 온도, 그리고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조용히 이어진다.

별은 계속 식어가고, 빛은 여전히 늦는다.

그러나 그 지연 속에서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이 아주 천천히 증명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여기서 멈춘다.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서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 이후의 시간은 이미 도착해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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