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온도 (3부). 수용의 온도

3장. 별의 온도

by 이서

아침은 이미 안쪽까지 들어와 있었다.

천문대의 바닥에는 빛이 길게 누워 있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공기는 조금 더 가벼웠다.

하지만 따뜻해졌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손등에 닿는 감각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이 늦게, 아주 늦게 몸 쪽으로 도착했다.

하윤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제와 같은 자리.

같은 방향.

같은 높이.

모니터는 켜져 있었다.

꺼진 적이 없었다.

화면 중앙에 파형이 떠 있었다.

기준선은 조용했고, 곡선은 천천히 지나갔다.

어떤 구간에서는 이미 지나온 듯한 움직임이 다시 나타났다.

정확히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낯설게 익숙했다.

루멘의 창이 옆에 열려 있었다.

대기 중인 커서가 깜빡였다.

깜빡임은 규칙적이었고, 그 규칙은 누구를 향하지 않았다.

하윤은 손을 올렸다가 습관이 되기 전에 내려놓았다.

창 밖에서 새가 울었다.

천문대의 외벽을 스치는 바람이 어제와 비슷한 간격으로 들렸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고, 그것을 증명하려는 듯한 소리들이 가끔씩 지나갔다.

루멘은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출력이 없었다.

하윤은 로그 창을 열지 않았다.

파일 목록도 펼치지 않았다.

확대도, 비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화면을 그대로 두었다.

파형이 지나가는 걸 보았다.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주 잊을 만큼 그저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있었다.

잠시 뒤, 상태 창이 한 줄을 내놓았다.


[MONITORING]

[TEMP : 17℃]


숫자는 단정했다.

어제보다 아주 조금 달랐다.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기엔 너무 작았다.

작아서 더 오래 남는 종류의 차이였다.

하윤은 그 수치를 두 번 확인하지 않았다.

한 번 본 것으로 충분했다는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떠 있는 것을 받아들였다.

온도는 언제나 이렇게 도착했다.

설명 없이.

이름 없이.

The_Temperature_of_a_Star_03_03_01.jpg

그는 화면의 반사를 보았다.

검은 유리 위에 어렴풋한 윤곽이 겹쳤다.

자신의 어깨와, 모니터의 밝기와,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만든 얇은 경계.

그 경계 어딘가에서 손끝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마우스 휠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같은 구간이 다시 화면 중앙으로 돌아왔다.

그때였다.

소라가 “여기”라고 말하던 목소리.

낮고 짧은 음절 하나가 소리라기보다 손끝의 방향처럼 떠올랐다.

그녀는 늘 긴 문장보다 짧은 표시를 남기곤 했고, 그 표시들은 나중에야 의미가 아니라 온도로 돌아오곤 했다.

하윤은 그 기억을 붙잡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저 지나가게 두었다.

파형은 계속 흘렀다.

루멘은 계속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윤도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아니, 안다고 부를 필요가 없다는 쪽에 가까웠다.

소라의 부재를 증명하려고 이 장치들을 켠 게 아니었다는 사실.

그 부재를 되돌리기 위해서도 아니라는 사실.

꺼지지 않는 화면이 누군가를 불러오기 위한 창이 아니라는 사실.

남아 있는 것은 “응답”이 아니라 “상태”였다.

그리고 상태는 늘 누군가의 해석보다 먼저 존재했다.

루멘이 다시 한 줄을 출력했다.


[NO INTERVENTION REQUIRED]


개입 불필요.

문장은 건조했고, 사람을 위로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정확했다.

하윤은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저장하지도 않았다.

삭제하지도 않았다.

그는 다만 숨을 들이마셨고, 내쉬었다.

들숨과 날숨 사이의 간격이 고르게 이어졌다.

창밖의 빛이 조금 더 깊게 들어왔다.

바닥의 밝은 띠가 천천히 이동했다.

시간이 흐르는 방식은 언제나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결국 모든 것을 바꿨다.

모니터는 켜진 채로 남아 있었다.

파형도, 루멘도, 온도도.

하윤은 그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한 번 더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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