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축축한회색빛향기
그러니까,
나는 여름비냄새가 좋다. 축축하고 습기차있는데
다정하게 촉촉하다.
오늘 비는 내가 좋아하는 모양새로 적당히 내렸다.
너무 보슬보슬 내리는건 우울하니까,
언제나 오늘처럼 시원하게 흩뿌려지면 좋겠다. 이를테면 촤아아아아아하고
어쩌면 오늘 비는 누군가의 출근길에는 불편함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등굣길에도 역시.
하지만 나의 출근길에는 나의 백수삘 충만한 분홍빛슬리퍼를 신고 놀이터의 비 가득 고인 웅덩이를 첨벙거릴 아련함이 되었다.
학교 역시 축축한 콘크리트 냄새가 퀘퀘하게 풍겨온다. 하지만 이 역시 내가 좋아하는 푸른회색향
나는 그 퀘퀘함이 그리운 느낌,엄마품처럼
학교와 여름비의 콤비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빈구석없이 뭉쳐놓은 덩어리같다.
문을 열고 나가면 나의 코속으로 솔솔 풍겨오는 여름비향기
그래,이건 냄새가 아니라 향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