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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Apr 13. 2016

일기적지않는아이

글쓰기를 좋아해요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좋습니다.

사각사각 연필한자루로 만들어내는 것도 좋아요

글을 적어요.

예전에 무라카미하루키의 책을읽다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다.

글을 적는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라는 것을 내게 일깨워준 구절인데

글을 적는다는 건 내 생각이 실체로 만들어지는 행위라는 글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글을 적는 것을 즐기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손으로 쓰는 것 외엔 넷 상에 글을 올리는 건, 여전히 나에게 조금은 압박감이 드는 일이다.

소심한 나로서는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이라는 것을 지울수가 없기때문에

블로그라는 공간은 나의 연습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나타내고 아름답게 표현할수 있는게 바로 글인거 같다.

멋지게 적지 않아도 좋다,누군가에게 동의되지 않아도 좋고 오글거림도 허용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간의 제약도 없으며 시간의 제약도 없다.

난 어렸을적 부터 안경을 쓰고 비녀하나를 꽃고 노트북을 타닥거리며 적고 있는 그 누군가를 동경한거 같다.

또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 사각거리며 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선 눈을 뗄수가 없었다.

어렷을적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다.

우리학교도 다른 여타 학교에 다르지 않게 여름방학마다 일기를 방학숙제로 내어주곤 했다.

나는 일기를 적는 것보다,방학숙제를 하는 것보다 흙탕물을 튀기며 놀기를 즐기는 말괄량이 였다.

일기를 한장도 적지 않았던 어느 여름방학, 선생님은 일기를 적지 않은 아이들을 모두 불러내었다.

전에는 방학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불려나가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의아함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두려움의 감정이 번갈아가며 나의 표정을 바꿔놓았다.

그 선생님은 조금은 낮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왜 일기를 적지 않은 거냐고 물었다.

나를 제외한 아이들 모두 나와 같은 이유였을것이다, 우리모두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고 선생님은 우리에게 화를 냈다.

어떻게 일기를 한장도 적지 않을 수가 있냐고 일기를 쓰는것은 너희를 위한 일이라고 말이다.

지금 까지도 선생님이 우리에게 분노에 가까운 화를 내었던것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래도 선생님께서 나에게 일기를 쓰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신것은 틀림없다.

꾸중을 들으며 일종의 반항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에게

'선생님이 하신말은 부당해요'라며 대들 근거도 없었기때문에 그때 당시 느꼇던 자존심박탈과 같은 감정에서

'일기같은거 쓰면 되잖아! '부터가 내 글쓰기 인생의 시초가 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 사건 이후 글을 쓰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것같다.

글을 적지 않아 꾸중을 들었던 아이가 글을 적는것을 동경하게 되었다는 건 일종의 아이러니 일수도있지만,

아무튼 전 그래서 글을 적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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