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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Jan 07. 2020

나는 좀 더 독해져야한다.

어른으로 살아남기

내가 도서관 사서로 알바를 하던 시절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흥하던 책들이 있었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빙하에서 살아남기, 사막에서 살아남기 등등 말이다.

우리는 언제 이렇게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에 떨어지게 된 것일까??

비단 초등학생들 뿐만이 아니다.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 들른 서점에는 자본시대에서 처절히

살아남기 위한 어른들의 논리와 사상들이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알록달록 예쁜표지로 우리를 유혹하는 병든 우리들을 위로하는 책들

사실 대학생때까진 몰랐다. 나 하고 싶은대로 살았다.

공부가 뭐가 중요해? 경험이 중요하지!등을 외치며 달랑 토익점수와 일본어자격증을 들고 졸업한 나에게

주어진 자리란 많지 않았다. 사실 그 일들이 내가 진정하고 싶은지 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푸념처럼 친구들에게 늘상 말하곤 했다.

'3대 정신병을 있어야 진정한 현대사회인이라고 해야하지 않는거냐며'

'90년대생들이 온다 책 몰라? 우리는 불쌍한 세대라구!'

하지만 공허했다. 아무리 저렇게 말해본들 내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도 그만 어른이 되어야하나?

하는 순간이 지금 찾아왔다.

2차면접을 거쳐 취업이 되었다. 대단하거나 연봉이 높거나 막 좋은 직장은 아니었지만, 내가 사회에나와 가진 첫 직장이었고 내가 선망하던 직업이기도 했다.

꿈같던 입사날 그리고 다음날 업무는 점점 적응이 되어갔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00씨 사회생활 안해봤어요??'라고 내 눈을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물어봤다.

나의 퇴사이유가 되어버린 선배는 나에게 '미생이라도 보고와 임마!'라고 했다.

나는 결국 부당함에 문을 박차고 나왔다. 하지만 약 한달이 지난 지금 다시 그곳에서 버텨야해야했나?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나의 퇴사에 마침표를 찍었던 사건은 창고에서 나눈 그와의 대화였다.

나에게 너같은 애들 많이 봤어 나때문에 그만둔 애들 많아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의 앞에서 나는 기꺼이 버텨보겠노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어 그럴 필요성을 못느끼게 되었다. 남자친구와 친구들에게 말하자 모두들 그만두는게 어떠냐고 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나는 그말에 무릎을 치며 박차고 나왔고 나는 지금 다시 재취준생이 되어 취직활동포비아가 되었다......



초등학교시절 논스톱에서 나오던 '청년실업에 00만에 육박하는 시대에~'같은 말을 웃어넘기던 내가 청년실업자가 되었다. 이 무슨 웃픈아이러니이지.....

나는 지금 다시 동일한 직종을 구직중이다. 하지만 나에게 공포증이생겼다. 대인관계공포증 퇴사하며 나올때 말했던 '어디든 다 똑같을거야'라는 말이 줄곧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 다음직장에서도 이러면 어쩌지 불안감이 엄습했다.

존버는 승리한다. 나는 좀 더 독해져야 해........ 이말이 나를 너무 슬프게 한다.

나도 그렇게 되기 싫던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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