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스킷은 어떤 맛인가요?
상실이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읽었던 상실의시대.
무라카미라는 이름은 힙스터라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작가라는 이미지로 나에게 다가왔다.
당시의 난 이면에 우울함을 내비치던 고2학생었고 이 우울한 감성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퀘퀘한책냄새 풍기던 도서실에서 집어든 책.당시의 사서 선생님은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너가 읽기엔 조금 어려울텐데"라고 말했지만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좋았기에 가벼이 넘겼다.
상실의시대의 원제는 노르웨이의숲
이 책을 읽으면 저 멀리 가본적도 없는 노르웨이의 바람이,아니 더 커다란 북유럽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 차갑고 푸른 향
지금에 와서야 적으려니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잘 기억이 나지않지만 ,나오코와 미도리라는 이름만은 임팩트가 강렬하다.
주인공 와타나베 주변의 아무리봐도 이상한 두여자.
읽으면서 나는 이 두여자 모두 '나'라고 느꼈다.
이름마저 창백한 나오코는 무한한우울을 지닌 여자였고, 그 우울이 마치 나의 것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나오코와는 반대로 미도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싹처럼 산뜻한 미도리.
이 두캐릭터 모두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캐릭터지만 그럼에도 내가 더 관심을 기울였던 건 미도리였다. 상실의시대에서 미도리가 하는 말은 대부분 허풍,헛소리 그리고 거짓이지만 그 모든것이 뜻이 없는건 아닌거 같다.주문같다고 해야하나.
그런방법으로라도 스스로 가벼워 질수있다는게 어쩌면 난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난 그런 미도리가 했던
인생은 비스킷통
이라는 말을 정설처럼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로 가벼워지는거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문득 그런 미도리에게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언제까지 난 맛없는 쿠키를 집어먹으며 기다려야하는거야?"
사실 이 질문에 관한 답은 미도리에게서 들을 수 없을것이다.그녀는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실없는 헛소리를 하거나,어쩌면 나에게 되물어 올지도 모른다.
"와타나베 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듯이
나는 나에게 또 다시 묻는다
"내가 먹는것은 맛없는 쿠키인가?"
맛없는 쿠키라고 생각하고 꾸역꾸역 삼키다 보니
미각을 잃은 것만 같다. 그러고보니 맛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점점 비스킷통은 비어만 가고있는데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대로 나의 비스킷통이 비어버리는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