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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Apr 20. 2016

첫번째 태국

방콕의 첫인사

스물셋,꼬망이 초보여행자

중학생시절 부터 홀로여행을 갈망했던 나였지만 무슨이유 때문인지 나의 첫해외여행은 많이 늦은 편이었다.걸어서 세계속으로 방송시간에 맞춰 알람을 해놓을 정도로 다른나라로의 여행을 꿈꾸던 나였지만,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현실을 택했던 나였고 스물셋이 된 이후 이대로라면 더 늦을거같아 될대로되라는 심정으로 티켓부터 끊어버렸다.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에 처음 내렸을때의 그 느낌을 잊지못한다.

어리둥절한 그 느낌, 내가 서있는 이 곳이 정말 그토록 내가 바라던 타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익숙한 그런느낌이었다. 하지만 간판에 적힌 글씨와 사람들이 쓰는 언어와 생김새는 이곳이 한국이 아님을 확실하게 말해주었다. 새벽에 도착했던 나의 비행기는 겁먹은 스물셋 초보 여행객을 덩그러니 내려놓았고 공항에서 타국의 향취를 채 느끼지도 못한채 한국인이 운전하는 픽업차량에 올라타 한국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새벽풍경과 라벤더향

나의 태국에대한 첫 기억은 새벽같이 일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태워주는 차량에서 바라본 새벽풍경과 게스트하우스에서 사용했던 바디워시의향이다. 그 게스트하우스에서 맡았던 라벤더향 바디워시처럼 태국은 나에게 강렬했지만 부담스러운 향이었다.

마침 차량에서 만난 부산 언니가 말을 걸어왔다. 나에게 계획이 있냐고 물어왔지만, 사실 나는 계획이라는 단어를 씹어삼키고 온듯 무모했기에 언니의 질문에 모르겠어요 라고 일관 한뒤 그언니를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카오산로드에 처음 내렸을때, 한국에서는 시골이 아니면 보기힘든 커다란 쥐와 상인들의 호객행위에 당황했었다. 숙소도 정하지 않았었던 나였고 비상약같은 가이드책조차 가지고있지않았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나는 이 여행에서 만약 언니들과 오빠들이 없었더라면 어땟을까 라는 아찔한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부산언니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방콕에서 카오산 로드를 정처없이 거닐며 여기가 태국인지 아니면 서양인지 헷갈려하며 덩그러니 앉아있었을지도 모른다.왕궁이나 사원을 찾아서 가볼 생각도 못하고 덩그러니 갑자기 커져 버린 나의 시야에 멍때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정말 나였으면 그랬을것이다. 그래도 정말 좋은 언니오빠들을 만나 왕궁도 가고 혼자였음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을 루프탑바도 갈수있었다

호객행위때문에 왠지 끌려가는 듯 들어가서 뭔가 기분이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태국에서 느끼는 신선한 기분이었다. 거기서 들었던 live forever 와 wonderwall은 정말 잊지 못할것 같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스페인남자와 영어로 말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까지!

사실,내가 여행을 하고싶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세계여러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에서부터 였다.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도 듣고 싶고 내 의견도 말하고 싶었는데! 마침 그런 경험을 하게 되다니 정말 신기했다.

그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그는 태국이 마음에 들어 1년동안 태국에서 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문득 태국에 도착한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던 나는, 나도 그런생각을 할수있을까?라생각이 스쳤다.

여기를 사랑해?!

 그때까지 태국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다.

길을 걸을때 마다 나는 고수냄새와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있는사람, 첨엔 죽은 줄알았던 잠자는 개들까지 나의 인상은 모든게 위험해 보였고 모든게 의심 스러웠다.

언니와 왕궁을 갔을때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문구를 보고 경계심도 없이 가져온 천가방을 바라보며 무계획 했던 내자신을 탓했던게 한두번이 아니다.

프리하기만 했던 내 마음과 계획과 달리 그것으로부터 새어나오는 불안을느꼈지만,

애써 그 불안을 삼켰다.

사랑꾼가득한 그곳

카오산 로드는 호객행위가 정말 심하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추파를 던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길가다가 사랑해라는 말을 듣는 즐거운(?)경험을 아주 많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정말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첨엔 길걷다 듣는 그말들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적당히가 괜히 적당히가 아니다. 더운날씨에 옆에 바싹붙은 외간남자에게 언니라는 소리를 듣는게 그리 유쾌한일만은 아니다.

툭툭을 타라는 호객행위와 택시호객행위까지

심지어 관광객들 조차 나에게 "쏴랑해요" "you don't love me?ㅠㅠ"

라는 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헤까닥한다.인터넷에서 본 말들이 떠올려지며 피해망상도 생겨나고 카오스의 상태랄까 이 모든것이 한꺼번에 일어난다면

 너네 나한테 왜 그래?ㅠ

가 절로 나온다.더군다나 난 그모든것을 받아들일만큼 넉넉한 심리상태가 아니였다.그래서 한국인인 나보다 더 한국사람같은 그들을 피해 정처없이 걸었다.그들을 피하는것은 매우간단했다.

카오산 로드를 조금만 벗어나면,정말 아주 조금만 벗어나도 진짜 태국사람들을 볼수가 있었다.

 


카오산로드의 파워넘치는 우렁찬 소리와 까랑까랑한 목소리와는 달리 외곽지역의 상인들은 정말 여유가 넘치다 못해

 이사람들이 장사를 하기위해서 나온것인지 아니면 백수가 아닌척을 하기 위해서 나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


하지만 오히려 나는 차라리 그들의 프리함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크해보였달까


코쿤카미스터카인드


아무튼 그렇게 갈수록 경계심과 귀국욕구만 커져가던 나였다.

하지만 태국에 대한 나의 인상을 바꾼건 정말 의외의 것이었다. 깨끗한 거리도 아니며 세련된 숍들도 아니었다. 그리고 대단히 아름다웠던 건축물도 아니었으며,그저 태국인 경비원아저씨의 미소였다.

이곳에 오기전 들었던 태국은 미소의 나라라고 했는데 말이야 내가 생각했던 그런 미소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것 같아. 하지만 그 미소는 내가 생각한 태국의느낌이였달까.
아저씨의 그 미소를 본 이후 길을 잃음에도 태국이 좋아졌어. 아니 이곳이 태국임을 느끼게 되었어.
경비원 아저씨의 미소가 방콕이 진심으로 건넨 첫인사가 아닐까 생각했다니까.
진심으로 건넨 태국의 답인사
"안녕 태국!"
"헬로 나이스 코리안걸"


정처없이 상인들을 피해 걸었던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계속 나아갔고

그날따라 통신사의 문제가 있었는지 데이터조차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당황해 어찌할줄을 몰랐다. 하지만 센척하면 하선생 당황한듯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더욱더 힘차게, 내가 길을잃었다는 사실을 모른체하며 랜덤한 길로나아갔다. 그때 마주친 태국국립미술관, 그곳에서는 공연이 열리고 있었고 쉬고싶었던 나는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다. 경비원 아저씨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묻자. 들어가도 된다고 손짓을 하며 미소를지으셨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 미소가 정말 나에게 큰 위로아닌 위로가 되었던거 같다. 말도 통하지 않았고 아저씨 미소의 의미조차 알수없었지만 돌덩이 같던 내 마음을 순식간에 가볍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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