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거미가 집을 짓는다

채미자, 길 위에서, 길을 찾기 시집 중

by 채미자

CCTV앞에 있는 거미는 하얗다

엉덩이에서 하얀 줄을 뽑아 처마 끝에서 뚝 .....

발코니 모서리 끝에 동여매고

동그스름하게

가로 세로 대각선 끝에서 끝을 잇는다

집의 골조가 완성됐다


중앙교차점에서 외곽으로 그물망척럼 엮는다

줄과 줄 사이는 바람의 통로다

20분 만에 완성한 거미집

작은 곤충이 걸리면 거미의 밥이 되지만

큰 곤충이 걸리면 집을 송두리째 걷어간다

곤충을 얽어매는 끈적거림이 말라도

집이 무너진다

거미는 자주 새 집을 지어야 하므로

제 몸뚱이보다 큰 엉덩이에 집 재목을 갇득 실었다


CCTV앞의 하얀 거미는

지금 하얀 집 중앙에 있는

하얀 침실에서 여러 개의 다르를 쭉 뻗고

김픈 잠에 빠져 있다



김포집은 시골이라 CCTV가 여러 개 인데

늘 거미들은 그 곳에 CCTV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집을 지어 놓는다.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거미줄만 반짝 거린다.

아무 것도 없을 때 부터

집을 다 짓고 지쳐 잠이 들 때까지

생중계되는 지도 모르고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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