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자, 길 위에서, 길찾기 시집 중
정오! 소나무는 서 있고 의자는 앉아 있다
소나무 속으로 새 한마리 들어간다
새소리가 나지 않는다
무슨 생각에 잠긴 것일까
또 새 한 마리 소나무 속으로 들어간다
파다닥! 마른 솔잎이 푸수수 떨어진다
새들이 날아간다
소나무 그림자가 의자 위에 내려앉는다
소나무 그림자는 아무 말이 없다
고양이 한 마라기 소나무와 의자를 바라보고 있다
소나무 그림자가 가만히 일어나 동쪽으로 떠나간다
의자는 의자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