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집

채미자, 2013년 4월

by 채미자

시집살이 할 때였다. 밤잠 속에선 고향산천이 내 집 인양 제피너덜(괴암절벽이 있는 평풍 같은 산) 동굴 옆에 흙집을 지었다 헐었다. 하면서, 부모형제와 숲, 골짝이, 귀여운 동물, 산새들, 풀벌레들과 어우러져 그 소리를 듣고 소통하면서, 이 골짝, 산딸기가 많은 저 언덕빼기, 뿌리, 나물, 버섯을 채취하면서 돌아다녔다. 용두 내에선 물고기, 참게, 다슬기를 구할 수 있었다. 문화혜택 없이도 살 수 있는 곳, 나를 나로 인정해주는 고향에 살 거라면서...

핵가족시대인 지금도 그곳에서 나의 희망사항인 이 시대에 걸맞게 업그레이드한 대가족제도의 삶을 상상으로 실현해 보곤 한다.

“큰언니! 혹시 몸살이라도 났어요? 형부들은 식전에 텃밭에 가서 풀매고 봄채소 다 심었대요, 남자 다섯이 일하니까 빨리 하내요.”

음성이 큰 막내아우가 고요를 재우고 떠들었다. 내가 어제 무리한 거 아니냐고, 요리사가 걱정하더란다. 나는 둘째아우 생일이라고 그의 아들며느리손자들이 와서 밤늦도록 축하잔치 하는데 도와주느라고 늦게 자서 그런지, 새들이 떠들어도 내쳐 자다가 깨어나서 뒤척이면서도 잃어나지 않았다. 막내는 아침밥맛 도 없었지만 나랑 같이 먹으려고 안 먹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어제 많이 먹어서 그런지 나도 밥 생각 없어! 점신이나 맛있게 먹지 뭐!“

자식들 다 출가시킨, 15년차 10년차 5년차 쯤 되는 5명의 의자매부부가 계주우어관에서 한솥밥 먹고 산다. 그들은 내가 나의 고향산천에다 1만평의 대지를 매입하는데 조금씩 보탰다. 그 땅은 물론 5자매부부의 명이다. 또 다시 막내 부부가 입문하면 그들 것이기도 하다. 대물림 할 거니까? 그들이 남겨놓은 자산은 자신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는가, 그 곳에서 약초도 심고 가축도 키우면서 자급자족(自給自足)해서 그때그때 먹고 살고 남는 것은 가족끼리 상의해 다수결에 따른다. 그리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연배와 상관없이 리더 잘하고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가장이 된다. 제아무리 현명힌 사람도 갈등 없이 살려면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야하지 않을까? 제 손바닥도 한맘으로 아무리 잘 친다고 쳐도 어긋난다. 손바닥을 잘 맞추려면 가만히 대고 맞추어야 맞는다. 노년기는 그 갈등의 속성에 쉽게 당하지 않을뿐더러 다수의 의견이 있지 않은가. 개인적인 취미생활, 때로는 혼자 훌훌 털고 여행한다든가, 부부만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등의 자유가 지나치지 않으면 된다

지형 형태는 그대로 살리고, 수시로 다니는 길만은 고속도로를 이어 숲 사이로 둘러서 넓게 패션아스팔트길로 확실하게 조성했다. 그 주변에다 흙벽돌집 6채를 졌다. 한 채는 식당이면서 헬스장이고 홀이다. 그 집에서 모두 밥 먹고, 파티도 하고 운동 등의 여가를 보낸다. 그리고 그 명칭을 계주우어관이라고 했다 지금은 노후에 상처(喪妻)한 남자 5명이지내는 계주우어 2관, 상남(裳男)한 여자 7명이지내는 3관까지 있지만,.. 도심에도, 독신 여, 독신 남들의 계주우어관이 생겨나지 않을까?

모두 한자리에 둘러앉아 식사하면서 동굴 속에다 담아놓은 막걸리를 한잔씩 마시면서 남편이 “막걸리 맛 기막히다.“ 막내 제부도 “지금까지 마신 막걸리 맛과는 비교가 않되 네요” 둘째. 셋째. 넷째. 제부도 맞다. 고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엇을 먹든지 이런 맛은 처음이란다. 식사 끝나면 취향대로 헬스하기, 산책하기 TV보기, 책 읽기, 고스톱치기, 등의 여가를 보낸다. 5자매부부 중, 누구 한부부가 명승지 관광가자면 우린 가차 없이 출발한다. 외식하자고 해도 그렇다. 가부장시대를 산 우리 자매들, 자식들 다 출가시킨 이제부터라도 내 몸 관리하면서 편히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욕심 부려 무엇 하겠는가. 누구라도 병들어서 앓다가 의형제와 찾아주는 자식들 앞에서 외롭지 않게 떠나면 구만이 아닌가. 1만평의 계주우어관은 이곳에 거주하는 자매 각자의 것이다. 다시 입문하는 후배의 것이기도 하지만.

대가족 시대는3-4대가 한집에 살아서 힘들고 복잡하기는 했지만 노후에 해주는 밥 받아먹을 수 있어서 노후가 편안했다. 지금은 핵가족으로부터 소외되어 눈이 어둡고 거동이 불편해도 손수 밥을 지어먹어야하는 노인들. 용기에 때가 끼어도, 머리카락이나 벌레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도 보이지 않으니 삼켜야 되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곧 닥칠 운명인데도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리곤 한다.

대가족제도의 강제성가사노동에 길들여진 주부들, 습관은 쇠도 녹인다하지 않던가, 노년기엔 환자 아닌 여자가 없어서 약장사의 흙색선전효능에 빠져드는 것이 낙이 되었다. 남녀동등을 주장하는 바람이 불면서 그 덕에 불필요한 가사노동은 생략하고 분담했으나, 핵가족제도로 변하면서 노후문제가 심각해졌다. 가만두어도 인생무상에 젖어있는 노후, 소외까지 당한다면 어떻겠는가. 풀도 모여서 자라야 무성하지 않던가. 사람도 대가족끼리 부딪기며 의지하고 미운정고은정 들며, 어우렁더우렁 살아야 사람 사는 것 같지 않던가.

“언니들! 광어회 먹으러가요? 큰형부가 쏜다는데요!” 막내아우가 말하자 셋째아우가 ”가자미 찜이 더 맛있잖아!“ 둘째 넷째 아우가 광어회도 먹고 가자미 찜도 먹자고 했다. 우리가족 5자매부부는 모두 찬성했다.

가끔은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것도 활력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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