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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Nov 16. 2015

내가 받은 선물들

부모님이 주신 '관심과 책임, 독서와 글짓기, 사진과 영화'

마이북 프로젝트 열네 번째 시간

이 글은 책 <인문학  습관> 에 나온 '적성 찾기' 21일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마이북 프로젝트" 21일의 목표는 '나를 알아 내가 발전시킬 3가지를 찾는다'이다.


오늘의 질문은 '어머니의 장점과 아버지의 장점,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이다.





언제부턴가 부모님이 내게 끼치는 영향이 그리 많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독립적으로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다 무심결에 돌아보니 내가 하려는 일들의 출처가 명확해졌다. 부모님에게서 보고 배운 것들이었다. 


독서와 글짓기 그리고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관심'에 대하여


엄마는 책 읽기를 좋아하신다. 어릴 때부터 광화문 교보문고를 자주 데려가셨다. 내게 교보문고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동시에 고양되게 한다. 내가 안 읽은 책들이 가득한 그곳은 일종의 보물섬과 같았다. 어릴 때 언젠간 평생 안 읽은 책을 쭉 읽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엄마는 나와 다른 취향을 갖고 계신다. 소설과 에세이를 자주 읽으신다. 요새는 신학서적도 많이 읽으신다. 나는 소설과 에세이를 그다지 읽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책에 대한 '애정' 자체를 받은 것 같다. 엄마는 내게 책 선물을 자주 하셨다. 매번 책 맨 앞에 있는 색지에 짧은 문구를 적어주셨다. 나도 책 선물을 할 때 거기에 편지를 쓴다. 어릴 때 해리포터 책을 좋아했다. 최근에 책 정리를 하다 다시 보았는데, 그땐 열 번 넘게 다시 본 책이었는데도 몰랐던 엄마의 편지가 적혀 있었다.


엄마는 글을 잘 쓰신다. 자주 쓰시고. 또 글로 라디오나 몇몇 대회 등에서 자주 뽑히고, 상을 받으셨다. 재밌는 건 엄마가 글 쓰는 장면을 본 적은 없다. 엄마의 글을 본 적도 거의 없다. 그냥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한 정신을 받은 것이다. 엄마는 한 번 쓰면 퇴고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 말에 처음엔 '김훈과 조정래, 박완서 작가를 뛰어넘는' 엄청난 일이라고 농담했다. 그렇지만 확실히 여러 곳에서 인정받음을 볼 때 그냥 웃어넘길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엄마에게 독서와 글짓기를 보고 들으며 배웠다. 또 하나 배운 게 있다면 '관심'이다.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그게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걸. 집에서 하는 모든 일에 엄마는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한다. 밥을 차리실 때도 우리가 먹을 때 필요할 법한 것들을 착착 준비해두신다. <인문학 습관>에서 상사가 담배를 가져오라 하면, 담배와 재떨이와 창문을 열어두는 것까지 하는 대목이 있다.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눈이 간지러운 일이 있었다. 안방에서 엄마랑 이야기하다 화장대에 있는 인공눈물을 하나 들고 갔는데, 다음 날 집에 왔을 때 인공 눈물 뭉치가 있었다. 내가 필요하다 말하지 않아도 '어, 그거 집에 있나?' 하는 말, 나도 기억 못 하는 말을 기억해 챙겨주신다. 정말 부끄럽게도 최근까지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야 그 모든 관심이 가족을 향한 '사랑'에서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엄마를 보며  '관심'을 갖고 보는 법에 대해 따라 해보면서 배우고 있다.


사진과 영화 그리고
가장의 어깨에 놓인 '책임'에 대하여


아빠는 사진을 찍으신다. 어릴 때 내 책상 유리 바닥 밑엔 아빠가 찍은 사진이 깔렸었다. 아마 다른 집보다 사진이 다소 많을 거다. 사진이란 게 익숙해서 DSLR도 널리 보급되기 전에 다루곤 했다. 기계와 친하지 않은데 카메라랑은 그래도 곧잘 친하게 지냈다. 기회가 될 때 사진을 함께 찍으러 가기도 하고 포토샵으로 후보정하는 것을 보며 그런 세계가 있음을 알았다. 


사진이 가진 가치, 순간을 담는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언제나 좋아한다. 아빠가 찍어주신 내 어릴 때의 모습, 가족사진을 보며 더욱 느낀다. 그래서 사진 찍기를  좋아할뿐더러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고 글을  쓰려 한다. 내가 꼭 갖고 싶은 디카를 가질 때까지 보류하고 있지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꼭 사진을 찍고 글을 쓸 것이다. 


나는 아빠를 곧잘 따랐다. 굉장히 좋아했다. 아빠와 나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자주 봤다. 아빠가 영화 보기를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매번 비디오 가게에 가서 3-4개 비디오를 빌려 밤마다 같이 봤다. 잔인한 영화는 CG라는 걸 설명해주시기도 하고 눈을 가리시기도 했다. 보면서 내 상상의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영화는 내게 잠자기 전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고른 괴수 영화를 아빠는 같이 봐주셨다. 당신의 취향이 있었을 텐데도. 나와 봐주고 나서 당신이 고른 영화를 보셨던 거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지금도 영화는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영화들을 볼 때면 진짜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떻게 저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꼭 SF가 아니어도. 교보문고에 갈 때 어릴 때의 향수와 두근거림을 느끼듯 영화를 볼  때마다 아빠와 함께 보던 편안함과 또 다른 상상에 두근거린다. 묵묵히 함께 봐주고 상상을 키워주던 것이 감사하다.


집에 힘든 일이 있을 때였다. 그 당시 아빠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못하셨다. 그러다 학교에 돌아왔을 무렵 잠깐 이야기를 했다. 하루에 2시간 정도만 잔다고, 나머지 시간엔 계속 일을 해서 손목과 팔꿈치는 통증으로 움직이기 어렵고, 라면만 두어 달째 먹고 있다고. 그렇게 힘들어도, 그래도 그렇게 일하는 이유는 너희 때문이라고. 너희를 책임지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아버지'라는 역할이 그런 걸까. 그 당시엔 힘드시구나 만 느꼈지만 커갈수록 더 느끼는 게 있다. 가장의 어깨에 놓인 책임감의 무게를.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거구나를 알았다. 안 힘든 삶이 어딨겠느냐마는 가정을 책임지는 모든 어깨 위의 무게가 내가 매는 가방의 무게와 다름을 느꼈다. '책임'이란 단어를 쓸 때마다 나는 아빠에게서 받은 그 막중함과 그 속에 새겨진 사랑을 떠올리곤 한다. 그렇기에 쉽게 쓸 수 없고 쓸 때마다 정말 그 말을 책임져야 함을 느낀다.


내 삶을 채워주는 부모님의 선물들


내가 부모님의 나이가 되었을 때 부모님이 보여주셨던 관심과 책임을 나의 자녀들에게 보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부모님 또한 처음 '부모'를 하면서 배운 것일 테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부모님을 보며 보여주신 것들을 이제라도 조금씩 따라 하며, 따라가며 배우는 것이다. 나도 단순히 지식만 배우는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독립할 수 있는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배울 게 많음을 느낀다. 


글을 쓰며 계속 감사함을 느낀다. 부모님이 내 삶에 주신 것들이 너무 많기에. 그냥 주신 선물들이기에. 앞으로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 더 함께하고 싶다. 나 또한 자녀로서 바르게 사는 것이 드릴 감사이겠지. 그런 마음을 느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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