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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01. 2015

10cm 권정열이 애착하는 노래

그리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 /

제이 라이프 스쿨 3% 커뮤니케이션 자아 문답 기본반, 글쓰기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김동률이다. 이 이야기는 브런치에서 자주 이야기했다.



그러니 김동률의 노래는 다 좋아한다. 오늘 글쓰기 주제로 받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김동률 노래를 제외하고 찾아야겠다 싶었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쓸 수 없으니.


10cm의 <스토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듣는 노래는 10cm의 '스토커'이다. 우연찮게 페이스북에서 듣게 된 이후 빠져들었다. 원래 한 노래에 꽂히면 그것만 듣는데 이 노래가 딱 그렇다. 브런치에 올린 최근 20편의 글은 이 노래와 함께 썼다. 최소한 500번은 들었다.


재밌는 건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가사를 잘 모른단 것이다. 외울 법도 한 데 따라 부르는 게 아니라 혼자 반주 없이 부를 때는 가사를 헷갈려 흥얼거린다. 이번 기회에 가사를 보면서 내가 어떤 부분에 꽂혔는지 생각해보려 한다.


나도 알아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난 못났고 별 볼일 없지
그 애가 나를  부끄러워한다는 게 슬프지만 내가 뭐라고
빛나는 누군갈 좋아하는 일에 기준이 있는 거라면 이해할 수 없지만
할 말 없는 걸 난 안경 쓴 샌님이니까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원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바라만 보는데도
내가 그렇게 불편할까요 내가 나쁜 걸까요
아마도 내일도 그 애는 뒷모습만

이제 알아 나의 할 일이 무엇인지
다 포기하고 참아야 하지
저 잘 나가는 너의 남자친구처럼
되고 싶지만 불가능하지
빛나는 누군갈 좋아하는 일에
기준이 있는 거라면
이해할 수 없지만 할 말 없는 걸
난 안경 쓴 샌님이니까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원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바라만 보는데도
내가 그렇게 불편할까요 내가 나쁜 걸까요
아마도 내일도 그 애는

나는 왜 이런 사람 이런 모습이고 이런 사랑을 하고
나는 아무것도 될 수 없고 바라만 보는데도
내가 그렇게 불편하니까 내가 나쁜 거니까
아마도 내일도 그 애는

나도 알아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10cm <스토커>


가끔 10cm가 재밌는 노래를 하기에 이 노래도 그런 줄 알았다. 전혀 예상과 다른 분위기였다. 얼핏 들어보니 짝사랑에 대한 노래였다. 10cm가 설명한 '스토커'의 설명은 이렇다.


https://www.youtube.com/watch?v=qQZsAZJTrJY


스토커에 관한 노래가 아닙니다.
짝사랑 중인 사람의 자기 연민, 자기 비하를 그렸어요.
아무리 절절한 사랑도 상대에겐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죠.


10cm의 보컬인 권정열 씨도 한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개인적으로 너무 굉장히 좋아하고 아끼고 '집착'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집착까지 할 정도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 것이 전달된 걸까? 혹은 그가 집착할 정도로 좋아한 그 마음과 나의 마음이 비슷한 걸까?


짝사랑을 하면 느끼는 감정이 있다. 한없이 내가 작아지는 마음. 뭘 해도 상대 마음에 안 들 것 같은 조바심. 도무지 상대에게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생기는 걱정. 그러다 무리하게 다가가면 더는 아무 것도 못 할까 봐 싶은 두려움까지. 상대는 한없이 내게 고귀하고 다가갈 수 없는 존재가 되고 그에 비해 나는 한없이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다양한 감정에 아무것도 할 용기가 없어 그저 바라만 보는데도, 그 마음이 눈길에 담겨 전달된다. 상대는  불편해한다.  불편해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잘 안다. 바라보는 것도 안된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게다가 나의 모든 노력과 마음에 상관없이 누군가 만난다면 그 또한 상대처럼 고귀한 존재가 된다. 고귀한 존재가 좋아할 법한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니 만난 것으로 생각한다. 이중으로 비참해진다. 더 비참하게 하는 건 그런 상황에서도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나의 마음은 닿지 않고, 닿아도 불편하게 할 때 오는 쓰라림에 나의 마음은 언제 이어질까 스스로 연민하게 된다.


이쯤 되면 내가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지, 이 노래에 내 기억을 섞은 건지 모호해진다. 잘 모르겠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10cm가 전해주는 감정을 내 기억과 섞어 새로운 무언가로 느낀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제야 권정열 씨가 말한 '집착'할 정도의 애착의 마음을 같이 느꼈음을 알았다. 이 노래를 불렀다고 꼭 이런 일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부르고 들으면서 예전의 기억이 섞여 새로운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 그게 정말 절묘하게 나와 그의 마음에 딱 맞은 것이고. 내가 애착하는 노래가 부르는 이도 애착한다는 게 왠지 좋다.


역으로 그런 경험도 해보았다. 그런 시선을 받아봤다. 정말 불편했다. 남의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내가 정말 아닐 때 나 스스로 그 시선을 차단하고, 마음을 거절해야 했다. 상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가 직접 냈다는 사실보다 나 또한 이전에 누군가에게 그런 불편한 마음을 들게 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오는 쓰라림이 더 불편하고 아팠다.


시선을 주는 이와 받는 이의 감정을 다 느껴서일까. 이 노래에서 느끼는 감정의 폭이 넓어진다. 물론 전자의 감정이 훨씬 비중이 크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비하와 연민을 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빠지게 된다면 다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때에도, 그 후에도 이 노래가 내 쓰린 마음을 공감해주고 노래해 줄 것이다.


나는 내게 글을 쓸 때 차분하게 해 주고 슬픈 마음들을 다독여주는 이 노래, 스토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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