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Nov 20. 2015

소명에 대하여

마이북 프로젝트 열여덟 번째 시간

이 글은 책 <인문학  습관> '적성 찾기' 21일 프로젝트이다 "마이북 프로젝트"의 목표는 '나를 알아 발전시킬 3가지를 찾는다'이다.


오늘의 질문은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이다.




Calling 콜링 :
소명 의식, 어떤 일을 하도록 부름을 받다. 


나는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살고 있는가? 나는 누구이며 왜  사는가? 라는 질문은 살면서 많이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의 합을 '소명'이라 부를 수 있으며 답을 구하는 과정을 소명을 찾는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해봐야 반의 반세기 정도만 살았기에 내 삶에 대한 큰 그림을 이야기하긴 어렵다.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의 '소명'은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 기반을 둔다. 내가 지금 하는 글쓰기가 어떻게 소명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글쓰기에 대한 나의 소명을 3가지 C로 정리했다.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자이언티 <꺼내 먹어요> 중

첫 번째는 초콜릿 같은 매력이 있는 (Charming like a Chocolate). 2달 가까이 매일 글을 쓰고 있다. 구독자는 어느새 900명이 넘었다. 내 모든 글이 900명의 기호에 매번 맞을 리 없다. 모두의 기호에 맞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공통된 끌림은 있겠지만. 구독자가 아니어도 가끔 글을 볼 수도 있다. 구독자든 아니든 나의 글이 하루에 한 번 정도 꺼내먹는, 졸리고 입이 심심하고 달달한 게 필요하고 당이 필요할 때 먹는 초콜릿처럼. 각자의 이유대로 먹는 초콜릿처럼 각자의 이유대로 읽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겐 활력이 되고 누군가에겐 선물이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달달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다양한 매력의 초콜릿 같은.


Connect the meanings
의미를 잇다


두 번째는 Connect, 연결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하여 유명해진 Connect the  dots라는 문구가 있다. 과거의 내가 했던 것들과 지금의 내가 한 것들이 이어져 무언가 된다는 의미이다. 나는 과거의 연결도 좋지만 연결이란 자체가 좋았다. Consilience 통섭이란 단어가 있다. 서로 다른 것을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이다. 서로 연결하며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각각의 존재는 의미가 있다. 이 의미를 잇고 싶다. 의미를 이으면 새로운 의미가 있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일이 생긴다. 내가 영화를 보고 글을 쓸 때 영화와 내 생각의 교차점에 무언가 새로운 게 생긴다. 나의 글을 독자 분이 읽을 때 생각이 연결되며 새로운 게 생긴다. 더 나아가 내 글이 읽은 누군가에게 의미로 연결되길 바란다. 삶의 의미로 이어지길. 그것이 꼭 소명처럼 큰 의미가 아니라 소소한 하루의 재미라 하더라도. 어떤 의미로든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독자가 어떻게든 이으려 시도해야 겨우 의미를 잇는 게 아니라 마치 여러 줄을 풀어놓아 언제든 원하는 줄에 의미를 이을 수 있는 글.


제가 늘 10년 동안 여러분들이 주신 펜레터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제 노래가 제가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정말 우연히 어떤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정말 힘이 드실 때 
그럴 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된다라는 
그런 내용의 글을 볼 때 정말 뿌듯하고 
제가 이런 직업을 가진 게 감사하거든요. 

<2004 초대 콘서트 라이브 앨범 '하늘 높이' 중>


마지막으로 Creative 창조적인이다. 의미 잇는 글이 되어 의미 있는 글이 되는 것.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 내 글을 읽을 때 각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연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면 좋겠다. 내가 그 발견을 의도할 수 없다. 나는 그저 내 글을 쓸 뿐이다. 내 생각을 적을 뿐이다. 다만 그 생각의 나열 속에 누군가 들어왔을 때 자신이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어디에나 있는 글일지 몰라도 그 순간 정말 필요할 때 딱 나타난 글이 되길. 새로운 가치, 의미, 생각하게 하는 글이 된다면 좋겠다.


나는 누구이며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Christian 크리스천.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사실 소명이란 단어는 사전 정의상 기독교 용어이다. 그만큼 기독교에서 많이 쓰고.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건 무엇일까? 내가 브런치에 종교적인 글을 계속 쓰면 될까?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믿으라고 말하면 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인답게 산다는 건 종교적으로 산다는 것과 다른 이야기다. 종교를 믿는 티를 내는 것과 다른 이야기다. 종교의 티는 전혀 나지 않아도 된다.


그리스도인답게 산다는 건 '제대로 할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가게가 성경 구절을 표찰에 넣어 달고 있다. 그러면서 재료는 안 좋은 걸 쓰거나 폭리를 취하거나 서비스가 형편없는 곳이 많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표찰을 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때가 많다. 차라리 떼고 그렇게 하는 게 양심적으로 보이기도 하지. 그런 표찰을 달았다는 건 단순히 장사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겠다는 결단이어야 한다. 


제대로 한다는 건 '잘한다'는 성과를 묻는 게 아니라 임하는 태도를 묻는 것이다. 나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지만 동시에 손님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위생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손님을 생각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재룟값을 아끼지 않으며 연구를 하는 건 맛있게 먹을 손님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빙에 대해서 연구하고 자세를 고치는 건 이윤 추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분 좋게 머물다 갈 손님을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당연히 할 일이다. 그런데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할 때 주변에서 칭찬한다. 의외로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집에서라면 자녀로서 할 일을 하고 부모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 사회에서도 맡은 일에 대해 제대로 하면 된다. 축구 선수라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수험생이라면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알바를 한다면 농땡이 치지 않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계속 '제대로' 하며  살려 해야 한다. 내가 글을 쓴다면 글을 꾸준히 쓰고 괜찮은 글이 되게 노력하는 게 제대로 하기 위해 할 일이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사랑, 사랑, 사랑


기독교의 핵심 가치는 '사랑'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제대로 할 일을 '사랑'으로 하는 삶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삶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건 나의 정체성이다. 살아갈 소명 이전의 존재로서의 소명이다. 나는 누구이며 왜 살며 어떻게 사느냐를 결정짓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나는 '사랑함'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제대로 해야 하는 건 모두 '사랑'에 근거한다. 내가 글을 제대로  쓰려 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실천이다. 의미를 찾게 하는 것으로.


명확히 설정된 목표가 없으면,
우리는 사소한 일상을 충실히 살다
결국 그 일상의 노예가 되고 만다.

로버트 하인라인



글을 읽는 분들의 소명은 무엇인가? 오늘을 사는 이유는 어떤가? 내일을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이 있는가? 나는 왜 이곳에 있으며 '나'로 존재하는가? 단번에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삶을 이끌어줄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미를 연결하면 의미가 보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