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달리면서 종종 힘들 게 하는 게 있다. 풀린 개 혹은 강아지이다. 묶고 산책을 해야 함에도 아직 그 정도 성숙함이 이 동네에 잘 정착하진 않았다. 그래서 뛰다 보면 그런 개들을 만나게 된다. 애완견 대부분이 작은 개들이라 물릴 위험은 없다. 짖을 뿐이다.
나는 개를 무서워한다. 어릴 때부터 많이 물릴 뻔했고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묶인 개는 괜찮다. 멀리서 줄 없이 있는 개를 보면 뛰다가도 멈춘다. 가끔은 뛰다 멈춰 걸어가거나 지나가길 기다리거나 심지어 돌아갈 때도 있다.
두려움의 인정과 대면
매일 뛰어야 하는데 매일 이런 상황이 생기면 안 되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볼 때마다 견주들에게 말해야 할까 했는데 그 전에 내가 이 두려움을 깨야겠단 생각을 했다. 아까 말했듯 내가 만나는 건 작은 개, 강아지들이다. 사실 이 친구들이랑 정말 붙으면 지진 않을 거다. 그럼 이 친구들이 진짜 무서운 건 사실 이 친구 자체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 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공포 영화를 볼 때 소리를 빼고 보면 무서움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나도 개를 무서워하는 이면에 개의 형상이나 물릴 걱정 보다 짖는 소리에 민감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오늘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내 이어폰은 내 귀에 맞게 제작되어서 차음이 잘 된다. EDM 음악을 들으면서 달렸다. 달리는 중 3마리 강아지를 만났다. 1마리는 그냥 지나갔고 2마리는 짖었다. 하지만 전혀 들리지 않았고 '짖는 모습'에 순간 놀랐지만 들리지 않아서 심경에 변화가 없었다. 그 다음부터는 강아지가 풀려 있어도 가뿐히 뛰면서 지나갈 수 있었다.
두려움의 실체와 대처 그리고 해방감
개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대면해보니 개 짖는 소리가 무서움이 들게 한 것이었다. 그게 내 두려움의 실체였다. 실체를 알고 대처한 후 느끼는 두려움에서의 해방감이 좋다.
살면서 우리가 여러 두려움을 만날 수 있다. 모든 두려움을 다 이길 수 없을지라도 종종 삶에서 겪는 모종의 두려움들은 이기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럴 때 내가 정말 뭘 두려워하는 지 아는 것은 두려움을 이길 때 주효한 전략을 세우게 해준다. 내가 오늘 짖는 소리를 차단해서 두려움을 극복했듯이 말이다. 물론 이건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소리의 차단 없이도 짖는 소리에 무방해야 넘어선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오늘 풀린 개들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잘 뛰고 왔다. 어떻게든 지장을 받지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