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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16. 2015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

매일 뛰며 후회하고 깨달은 '오늘 걷기'의 중요성

제이 라이프 스쿨 3% 커뮤니케이션 자아 문답 반, 주제 : '후회되는 행동'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
도스토예프스키



나는 낙관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굉장히 듣기 좋은 표현이지만, 이 두 성격으로 인해 후회할 때가 많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미래지향적인 태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린 자주 '이따가', '다음에', '나중에', '언젠가'라고 말한다. 


오늘 발표 주제를 준비할 때 그랬다. 주제 확인은 미리 했지만, 시작하기는 어제 새벽에야 했다. 계속 이따, 나중에 미루다가. 글을 쓰려고 의자에 앉자, 불편해졌다. 갑자기 방의 가구 재배치를 시작했다. 방의 가로세로를 줄자로 쟀다. 축척 잰 것이다. 종이에 4:1 비율로 줄여 책상과 침대를 그린 후 움직여보고 배치를 고민했다. 시험 기간 때가 되면 갑자기 방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듯. 정리하다 발견한 앨범을 보고, 편지를 보다 시간이 다 가듯, 배치 후에 사야 할 가구를 알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 있었다. 그리고 계속 미래지향적으로 미루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죽도록 뛰었다. 요새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는 걸 느꼈다. 삶이 만약 어떤 정상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등산이라면, 오늘 하루는 거기까지 가기 위해 올라야 하는 작은 봉우리일 것이다. 나는 종일 가만히 있다가,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오늘 올라야 하는 봉우리에 뛰어 올라갔다. 야간 산행을 매일 한 것이다. 


뛰어가는 하루는, 날려진 하루이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 아침부터 걸을 길을 걷지 않으면 저녁에 뛰어야 했다. 내가 천천히 갈 길을 걸었다면 가면서 노을도 보고, 풍경도 보았을 것이다. 하루 종일 서 있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뛰어가니. 해야 할 일을 미리 해두어야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나는 요새 밤 12시까지 영어 일기를 쓴다. 같이 하는 학원 친구가 있다. 12시 넘어서 쓰면 학원에서 볼 때 버블티를 사줘야 한다. 꽤 꾸준히 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11시 30분쯤 누나와 이야기를 하게 됐다. 너무 이야기에 몰입했던지 이야기가 마무리됐을 땐 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꼼짝없이 버블티 사야 했다. 순간 화가 났는데 누구의 잘못이 아니었다. 단지 내가 미리 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던 탓이다. 내가 미리 썼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최근에야 알게 된 게 있다. 해야 할 일을 먼저 다 한 뒤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을. 하고픈 일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하거나, 해야 할 일을 어떻게든 미루다 하게 되면 삶을 즐길 수가 없었다. 계속 마음에 짐이 있으니. 그러나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후에 하고픈 일을 할 때는 아무 걱정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니 마음이 정말 가뿐했다. 


천천히 걸으면 하루를 즐길 수 있다


오늘 갈 길을 충분히 걸었다면 주변을 보며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낙관은 즐거울 낙에 볼 관자를 써서 앞에 있을 일들을 희망차게 본다는 의미다. 그 자체로 미래지향적인 의미가 있다. 낙관적이며 미래지향적이면 그냥 이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내가 가야 할 곳을 바라보며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태도, 동시에 오늘 갈 길을 걸어가야 갈 수 있음을 알고 걸어가는 현실적인 태도가 동시에 필요했다. 현실적인 낙관주의자가 되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데도 오래 걸렸다. 쓰다 다른 거 하고, 조금 쓰다 쉬고. 그래도 이제 다 써 간다! 오늘 산행은 밤에 끝났지만 뛰지 않아도 된다. 별을 볼 수 있을 여유는 생겼다. 내일은 좀 더 여유를 가지길 기대한다. 이제 뛰지 말고 '오늘'부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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