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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18. 2015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바다 같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이 라이프 스쿨 3% 커뮤니케이션 자아 문답 반, 주제 :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유쾌한 사람, 유머가 있는 사람, 즐거움을 주는 사람


바다 같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한테 바다라고 하면, 어렸을 때 자주 갔던 해수욕장이 떠오른다. 한여름 시원한 바다에 튜브에 올라 둥둥 뜨기도 하며 물장구를 치기도 하고 모래로 찜을 하고 모래성을 쌓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만으로 유쾌한 곳이다. 그런데 나를 돌아볼 때 나는 개장하지 않은 해수욕장 같단 생각을 했다.


친구와 부산여행을 작년 9월에 한 적이 있다. 그때 해운대를 처음 가봤는데 진짜 넓은 해수욕장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리 넓고 좋아도 개장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즐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린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있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면 조용히 있는다. 말을 안 하니 유머를 던진다거나 하는 건 거의 생각도 못 한다. 한 6개월에서 1년이 지나 익숙해지고 친해질 무렵 그리고 헤어질  무렵에야 입이 풀린다. 그때야 간간이 농담도 던지고 그런다. 친해진 사람에게만 유쾌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가능한 한 빨리 마음을 열고 개장해야겠다. 함께 있으면 유쾌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소수에게만이 아니라 누구나 올 수 있는. 바다 하면 즐거운 기억이 떠오르듯 누군가 나를 떠올릴 때 즐거움이 떠오를 수 있었으면 한다.

 

꾸준하고 한결같은 사람


해수욕장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게 있다. 우리의 발을 적시기도 하고 하얗게 깨지며 시원한 소리를 내는 파도가 있다. 파도는 언제나 꾸준하다. 한결같이 꾸준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파도가 멈추면 사실 죽은 바다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사람이 있나 없나에 관계없이 멈추지 않는 파도처럼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파도를 따라 좀 더 깊게 따라 들어가보자. 밖에서 보이는 바다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필리핀에 간 적이 있다. 스노클링을 하는데. 얕은 바다와 깊은 바다의 경계에 있어 봤다. 얕은 바다는 에메랄드색이고 깊은 바다는 진한 남색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깊은 바다 위로 지나갈 때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만큼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다. 


바다는 넓고 깊은, 스케일이 주는, 그 존재 자체가 주는 의미가 있다. 존재함으로써 의미가 있고 의미를 준다.  김승신이라는 분이 있다. 무기항, 무원조 세계 일주를 한 분이다.  그분에게는 바다가 삶에서 생을 걸어 도전할 무언가, 모험할 무언가가 있단 의미를 주었다. 누군가는 겨울 바다를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또한 다가오는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정동진과 바다에 일출을 보러 간다. 단순히 해를 떠오르는 걸 보려는 게 아니라 바다에서 떠오르는 걸 보려고 하는 거다. 왜 바다에서 일출을 보려 하는가에 대한 이유는 딱히 찾기 어렵다. 그냥 존재하는 바다가 주는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존재함으로 의미를 주는 사람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내 삶이 내 글을 못 따라갈 때가 많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깨닫는 게 있다. 누군가는 어떤 변화를 시도해본다. 누군가는 글 하나를 본 후 삶이 변화한다. 어떤 이는 내 글 중 한 문장을 보고 인생의 무언가를 결정한다. 


존재함으로써 의미를 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내가 썼던 글에 누군가가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면, 그냥 존재하는 바다를 보고 의미를 발견하듯, 존재하는 글을 보고 각자의 의미를 찾는 데 도와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내게 의미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내가 썼던 글, 내가 했던 말처럼 살았던 사람으로.


글쓴 대로, 말한 대로 살아간 사람,
바다 같은 사람


유쾌하며 꾸준하며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던, 쓴 글과 했던 말대로 살아가려 한 사람으로, 바다 같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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