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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22. 2015

극복한 두려움, 극복할 두려움

제이 라이프 스쿨 3% 커뮤니케이션 자아 문답 반, 주제 : 가장 두려웠던 순간은?




두려워하던 것은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누군가 주목하는 것을 무서워했다.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으면 답을 알고 있어도 큰 소리로 말하거나 손을 들고 말하기 부끄러워했다. 나지막이 답을 중얼거리면 주목받기 좋아하던 짝꿍이 그걸 듣고 자기가 말해서 칭찬받곤 했다. 또 초등학교 시절 지각을 할 때면 뒷문을 닫을 때가 있다. 그러면 앞문으로만 가야 하는데 앞문으로 들어가면 모두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한 시간 정도 문 앞 계단에서 땡땡이를 쳤던 적이 있다. 


두 번째는 낯선 사람 만나기가 두려웠다. 새로운 반이 될 때면 스트레스 수치가 엄청 올라갔다.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대학에 들어갈 때는 진담 농담 반반이지만 입학을 고려하기도 했다. 용기를 내어 수강신청 OT를 갔다. 우리 과를 찾아보니 이미 잔디밭에 모여 있었다. 다들 술 마시며 게임 중이었고 누군가 물구나무를 서고 있었다. 내가 지금 가면 주목받거나 그런 벌칙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잔디밭모임이 끝나고 수강 신청하러 이동하는 길에 조용히 흘러들어가서 다행히 주목받지 않고 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거절당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 마음을 표현했을 때의 거절. 마음을 직접 말하지 못하고  그냥저냥 싸이월드에 쓴 적이 있다. 자기에게 쓰는 말인 줄 알았던 이는 내게 전화를 했다. 그때 난 볼링을 치고 있었다. 여름이었음에도 그이에게 전화 온 자체에 손이 떨렸고 이야기하면 할수록 몸이 떨렸다. 통화하면서 안절부절못하고 계단을 2~3층씩 오르내렸다. 결국엔 거절이었다. 한두 달 동안 거의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그때 깊은 상처를 받아서인지 그 후로 지금까지 쭉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앞에 두 가지 두려움은 극복했다. 이젠 오히려 남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마이 웨이를 걷고 있다. 남들이 주목하든 말든 내가 하려는 것, 말하려는 것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도 괜찮다. 지금 다니는 학원은 매월 사람이 달라져서 처음 보는 이들과 자주 번갈아 이야기해야 한다. 예전에 나라면 그 자체가 학원에 안 다닐 이유였겠지만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아직 마지막 세 번째,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모르겠다. 그 순간이 내게 가장 큰 두려움을 준다. 


앞 두 가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던 건 도전해 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있었다. 주목받을 상황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냐에 따라 만들어질 때가 많았다. 다같이 의견을 내는 자리에 말하는 것, 혹은 식사 메뉴를 정할 때 주도적으로 말하는 것들조차도 처음엔 말하고나면 몰린 주목에 힘들었다. 그래도 사소하지만 그런 성공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들이 용기를 만들었다. 용기가 생겨 결국 극복하게 됐다. 낯선 사람들을 마주할 환경도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자연히 생긴다. 그러니 내가 마음을 먹기만 하면 그 환경에서 이야기하면 됐고 이야기하면 할수록 용기가 생겨 극복할 수 있었다. 둘다 내 작은 용기와 결심만 있다면 해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다른 것 같다. 상황이 자주 있지도 않고 내가 정말 그 상황이 왔을 때 용기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돌아봤을 때 다른 두려움을 극복한 것처럼 마지막 두려움도 결국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극복해야만 할 일이고. 그 날이 조금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 날에 조금 용기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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