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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17. 2015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를 읽고



이 책의 목적은 기획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서재근 저. 기획력에 대한 탁월한 책. 기획에 대한 책들이 주로 나열하는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도리어 그런 나열이 책을 덮으면 남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기획력, 아이디어를 찾는 능력, 통찰력, 다양한 각도로 생각하는 습관에 관해 이야기한다. 낚시로 이야기하면 낚싯대의 종류와 다른 낚시용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낚시하는 법에 대해 그리고 낚시하는 데 필요한 체력과 안목을 어떻게 기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엔 이질적으로 느낀 방식인데, 스토리텔링으로 책을 풀어나간다. 소설 형식을 빌려서. 그냥 이래서 저래야 합니다가 아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 이야기대로 가다 보면 '아, 전혀 생각 못 했다' 싶게 한다. 지식 전달로 알게 하는 것보다 이야기 중에 '깨닫게' 한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어떻게 통찰력을 기르며 다양한 생각의 각도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소설에 잘 녹아있다. 억지스러운 이론 적용이 아니다. 놀랍게도 소설 작가가 아닌데도 소설을 풀어가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시장 예측을 듣는 것은 시간 낭비다. 정말로 중요한 사실들에 대한 당신의 판단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기까지 하다. TV에 나온 해설자(전문가)들이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 그럴듯한 의견을 밝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미키 맨틀(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이 했던 신랄한 비판이 떠오른다. "방송 부스에 들어가면 경기가 쉬워 보인다." _워렌 버핏


아이디어는 전문가여야 생각하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는 상상의 영역, 미지의 영역이다. 모르는 분야에 대한 건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전문가일수록 미지의 영역에 대한 아이디어를 불가능하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 창조자들은 전문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날개를 달아 실현할 방법을 찾는다(102). 


통찰력은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에 자신감을 가질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그럴 때 예전에 미처 가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생각을 펼쳐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자기 생각과 다른 생각을 만났을 때 기꺼이 섞어볼 용기가 생기며, 그러다 자기 생각보다 더 좋은 생각을 만나면 그때까지의 자기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105).


1960년대 중반, 미국의 명문 사립인 예일대학교에 프레드릭 스미스라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경제학을 수강하던 스미스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물류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고서로 제출했습니다. 경제학 교수의 대답은 C학점이었습니다.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입니다. 스미스는 실망하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면서 C학점짜리 아이디어를 실제로 사업화했습니다. 만약 스미스가 경제학 전문가인 교수의 냉정한 평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낙담했다면, 우리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지배력 있는 물류회사 중 하나인 페덱스라는 회사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경제학 전문가가 C학점을 준 아이디어에 전혀 전문적이지 못한 소비자들이 A+학점을 준 셈입니다.


저자는 고정관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고 이야기한다. 고정관념은 통찰에 있어 지뢰가 아니라 새로운 보물섬이라 말한다.


"여러분에게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에 대한 검문을 강화해야 해.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고정관념에 쉽게 빠지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고정관념을 재해석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거든.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것들이야. 그래서 그 고정관념을 잘 살펴보면 지금까지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그만큼 많이 만날 수 있음을 잘 기억해두게.... 여러분도 익숙하고 당연해 보이는 것일수록 오히려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해. 당연해 보이는 것을 당연하다고 지나치는 순간 여러분의 생각은 고정관념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네."


고정관념은 재해석의 여지도 없고 더 이상 다른 가능성조차 없어 보이는 일종의 '한계점 같은 생각', '생각의 한계점'이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고정관념은 그만큼 큰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때 그 고정관념을 재해석하여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바나나는 노랗다'라는 더 이상 다른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고정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재해석이 더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140).


고정관념을 깨는 한 가지 방법은 반대로 생각하기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당연한지 의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셀카를 찍을 때 손을 뻗어 찍었다. 여럿이 찍을수록 가능한 한 멀리 그리고 팔이 긴 사람이 팔을 펴 힘들게 찍었다.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생각했다. 이때 누군간 이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게 여겼고 이걸 해소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게 바로 셀카봉이었고 이젠 셀카봉이 없으면 이전보다 더 많은 불편함을 느끼게 됐다(146). 


사람을 대할 때도 다르게 볼 수 있다. 내가 만나는 청소부 아주머니는 누군가의 어머니다. 내 친구의 어머니도 내 친구의 어머니이지만 어딘가에선 일하는 분이기도 하다. 내 어머니도 마찬가지. 앞에 있는 여성 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저자는 이것을 '생각의 각도를 다르게 보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다르게 보면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다르게 보는 태도가 당연하지 않은 부분을 보게 하고 통찰력을 기르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통찰력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각도의 문제라고 한다. 정보를 다룰 땐 되도록 찬찬히 관찰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보이는 정보 이면에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찾아가는 동안 생각의 각도가 열릴 수 있으니까(187). 


"그러니까 타스케 팀장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보이는 진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가요?"

"아니. 타스케 팀장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거기서 한 걸음 더 가야 돼."

"네?"

"타스케 팀장은 사고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우리가 보는 각도에 따라 컵이 원이 될 수도 있고 사다리꼴 모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어떤 정보를 다루면서 생각을 할 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잊어버린다는 거지. 그때 타스케 팀장이 이런 말도 했어. '우리 눈 앞에 펼쳐진 모든 사물과 사건, 그리고 모든 현상들 중에 단면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입체적이죠. 입체적인 것은 입체적으로 볼 때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는 것 같습니다. 지금 회의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지금 현상의 한 단면만 다루고 있어요. 우리 눈에 사다리꼴로 보인다고 원처럼 생긴 부분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저자는 아이디어를 세 가지 요소로 봤다. '목표, 문제, 해결 방안'. 그중 '문제'의 파악을 특히 중요시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일어난 일 자체의 사실과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바르게 구분해야 한다. 사실 자체를 문제로 파악하면 엉뚱한 삽질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가 오지 않는 건 사실이다. 비가 오게 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물이 없는 게 문제다. 어떻게 물을 끌어올 것인가, 구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린 종종 우리가 바꿀 수 없는 환경이나 이미 일어난 사실 자체를 문제로 혼동한다. 바꿀 수 없는 요소에 매달리니 바뀌는 게 없게 된다.


"어떤 일이 생겼어. 이것을 우리는 이슈라고 해보자. 하나의 이슈는 대개 세 가지 요소로 분해할 수 있지. <사실> <문제> 그리고 <결과>. 가뭄이라는 이슈를 가지고 우리 함께 생각해볼까? 가뭄은 장기간 비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그리고 이 사실의 작용에 의해 물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말이야. 마지막으로 이 문제 때문에 결국 땅이 마르고 갈라지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지. 이렇게 보면, 땅이 갈라지는 현상을 해결하려면 물이 부족해진 <문제>를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함이 명확해지지."


"이렇게 보면 사실 대단히 쉬운 건데 막상 실제로는 사람들이 <문제>를 잘못짚는 경우가 많아. 물론 땅이 갈라진다고 아예 땅을 갈아엎는 것처럼 <결과>를 <문제>로 잘못 파악하는 경우까지야 흔하지 않지만 말이야. 그래도 <사실>을 <문제>로 오인하는 경우는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지. 


예컨대, '장기간 비가 오지 않은 것'은 마치 땅을 갈라지게 만든 원인처럼 보이기 때문에 꼭 <문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을 <문제>라고 규정하면 우리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비를 내리게 해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지. 즉 가뭄의 해결 방안으로 기우제가 제시되는 거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장기간 비가 오지 않은 것'은 이미 일어난 <사실>이야. <사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이 이슈의 '환경'같은 요소로 봐야 해. <사실>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해결의 대상이 될 수도 없어. 해결할 수 없는 건 그 자체로 이미 <문제>가 아니거든. 반면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이 이슈의 열쇠 같은 거야. <문제>는 <사실>?이라는 변수 없이도 <결과>를 만들 수 있어. <결과>의 직접적인 원인이니까."


이슈에 대한 이야기는 <세계 최고의 엘리트는 왜 이슈를 말하는가>라는 책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와 닿지 않았다. 내 이해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 확실히 이해했다. 이슈에서 정확한 문제 파악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 


저자의 이야기에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기획력을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습득하게 된다. 자연히 터득하게 된다. 따로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삼촌과 함께 컴퓨터를 이것저것 만지다가 능숙하게 다루게 되는 것처럼.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기획에 대한 지식이 담긴 책을 보면 쉽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의 기초 체력을 길러줬으니깐. 필요한 동작이 처음엔 어색해도 어느 정도 따라 하다 보면 금방 따라갈 수 있게 됐으니. 곧 성장할 것이다.


기획에 관해 관심이 있는 이에게, 기획력, 통찰력에 관해 관심 있는 이에게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인은 미쳤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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