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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23. 2015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전설로 남거나 전설을 쓰거나

Saber(광선검)는 Savior(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스토리가 적혀 있습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사라졌고 그를 찾는 과정에 일어난 일을 담았다. 물론 그 와중에 일어난 일들의 스케일이 제법 크지만. 그 일들을 묘사하는 방법은 이전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제다이가 사라진 지금, 어두운 힘의 세력을 대항할 힘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유일한 제다이인 루크 스카이워커를 필두로 다시금 제다이가 필요하다. 은하를 구원할 구세주를 찾는 이야기다. 


오랜만에 등장한 '한 솔로'와 '츄이'는 등장 자체가 의미가 있다. 카메오 수준이 아니라 이번 영화 전체의 한 축을 담당했다. 물론 '레아' 장군님도 반가웠지만 개인적으론 R2D2와 C3PO가 제일 반가웠다. 클래식 시리즈와 프리퀄 시리즈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였다. 


착하게 각성한 스톰트루퍼 출신의 핀과 처음부터 조종과 전투에서 특출한 능력을 보여줌으로 포스계의 금수저를 짐작하게 한 레이의 케미, <WALL-E>에서 월E와 에바의 귀여운 점을 섞은듯한 BB-8와의 투닥투닥, 클래식 콤비인 한과 츄이 등의 조합 등은 영화 전체를 안정적으로 구성해간다. 


스타워즈 특유의 깨알 같은 유머와 재미가 가득했다. 올드 팬들은 이전 시리즈 배우들과 관련 장면이 나올 때마다 웃으며 탄성을 내지른다. 진한 팬이 아닌 나도 반가움을 느낀 장면이 많았다. 알면 알수록 진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이었다. 아는 만큼 향수에 젖거나 즐길 요소가 다분하단 건 역으로 원작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다면 재미가 많이 반감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나는 반감될 지점이 더 많이 보였다.


클래식과 프리퀄 시리즈 또한 이제 예전 영화다. 클래식을 본 후 프리퀄을 봤거나 반대 순서로 보았다 해도 이미 10년이 지났다. 기본적으로 '향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추억이 많을수록 영화를 즐길 여지가 많지만 적을수록 즐길 거리가 없을 위험이 있다.


영화 속 핀과 레이는 한 솔로로부터 '포스'와 '제다이'가 실재한다는 이야기에 놀란다. 그들은 그것이 그저 전설인 줄 알았다. 지금 10-20대에게 스타워즈도 이와 비슷해 보인다. 그들의 유명세, 그들의 위상은 전설로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전설이 이제 실제로 나타났다. 그들은 스타워즈가 정말로 전설인지 확인하려 한다.


과거의 전설이 오늘의 현역으로 뛴다면

전설은 다시 돌아올 일이 없기에 부풀려지기도 하다. 구체적인 느낌이라기보단 돌아올 수 없기에 기억에 의존한 부풀려짐이 있다. 서로 다른 기억이어도 괜찮다. 한껏 커져도 된다. 전설은 그 존재만으로도 만족감을 주니깐. 전설은 부풀려져도 이미 전설이기에 괜찮으니깐.


일본 만화의 전설 중 하나인 <드래곤볼>이 최근 연재가 시작됐다. <드래곤볼>을 즐겨 보던 많은 이들이 기대하였다. 특히나 평소처럼 극장판만이 아니라 정식 연재된다는 데에 들떴다. 그런데 <드래곤볼 슈퍼> 애니가 연재되고 팬들은 충격받았다. 애니메이션 작화와 연출 등 모든 수준이 2015년 애니라고 하기엔 특히나 <드래곤볼>도 위상을 가진 애니메이션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데에 논란이 많았다.


반면 2015년 하반기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일본 애니메이션은 단연 <원펀맨>이다. 한 편 한 편이 극장판 수준의 퀄리티라 칭송받으며 다른 애니와 비할 수 없는 작화와 연출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고 나 또한 그랬다. <드래곤볼 슈퍼>는 팬인 나 또한 버티지 못하고 얼마 못 보았다. 충격적으로 엉망이어서. 


<드래곤볼>로 격투 만화에 눈을 뜨고 환상을 품어온 세대인 나에게 <원펀맨>은 그 '환상'을 이 시대, 문화에 맞게 재해석해주어 확장해준 만화였다. 원펀맨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드래곤볼>을 보고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듯 지금 그때 내 나이의 친구들 또한 이 만화를 보고 상상을 하겠지, 이 정도 수준의 만화를 보고 이 친구들은 얼마나 더 거대한 상상을 할까?라고. <원펀맨>은 현재 전설이 될 가도를 걷고 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이전 시리즈의 리마스터링 느낌 정도이다. <드래곤볼 슈퍼>보다는 훨씬 낫지만 <원펀맨>만큼 현재에 맞게 승화되진 못한.




전설은 전설로 남거나 지금도 전설을 쓰거나


이처럼 과거의 전설이 오늘의 현역으로 뛰면 넘을 것들이 있다. 전설이 유지되려면 전설로 머물러야 한다. 현역으로 뛰려면 그 시절처럼 지금도 전설적이어야 한다. 과거의 전설이 그때의 영광을 오늘도 갖고 가려면 그 무게를 지고 가야 한다. 영화 산업은 프리퀄 시리즈가 마무리된 후로 끝없이 상향되었다. 상향된 시대에 맞추지 못했단 느낌을 받았다. 


<드래곤볼>과 <원펀맨>이야기를 힘줘서 한 이유는 스타워즈라는 명성이란 칼이 너무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광선검은 피아 구분 없이 그 위력을 발한다. 스타워즈 전설의 명성은 광선검처럼 다른 영화보다 압도적이다. '스타워즈'라는 영화계 최고의 팬층을 확보한 세계관은 그만큼 팬들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동시에 스타워즈가 현역으로 다시 뛰면 이 '광선검'을 잘 다뤄야 한다. 그들의 추억 보정이든 팬으로서 엄격한 규정이든 그들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리고 현재 처음 보는 이들을 만족하게 할 수 없다면 유명함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고 이내 초라해질 것이다.


어쩌면 올드 팬들은 그 추억을 다시 마주한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보는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앞에 있는 6개의 시리즈, 클래식만 본다 해도 3개의 시리즈를 보고 오게 할만큼일까는 모르겠다. 추억을 빼고 본다면 사실 <드래곤볼 슈퍼>에서 느낀 내 기억 속 환상과 전설이 깨진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라리 잘 덮어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그리고 앞으로 전설을 이어서 다시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강요된 기대라는 느낌


항상 처음엔 무서운 다크 사이드(퍼스트 오더)이지만 영화 말미엔 허당 같은 모습이 매번 같다. 게다가 데스 스타의 후속인 '스타 킬러'는 덩치만 커졌다. 한두 번 강한 연출 나오면 마지막에 그냥 순두부같이 부서지는 전형적인 스타워즈 패턴이다. 클래식 시리즈에선 다스 베이더라는 그 당시 최고의 '포스'를 보여주는 무거운 캐릭터가 있기에 그런 허술함의 균형이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화의 '벤'은 아무 포스도 느껴지지 않고 분노조절 장애와 공포 조장만 할 뿐이었다. 허술함은 여전했고. 그래서 가벼웠다. 이런 패턴도 사실 올드하다. 이전 팬들에겐 추억의 레퍼토리지만 새로 들어온 이들에겐 살짝 유치한 구성이 될 수 있다.

영화 구성은 자연히 다음 시리즈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카일로 렌의 성장이 있을 것임을 짐작케 하고 레이의 성장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그 기대는 기존 팬들만 하지 않을까 싶었다 카일로 렌은 너무 약했고 레이는 너무 강했다. 같은 포스 금수저이지만 수련의 차이가 있을 텐데도 레이에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훗날 카일로가 성장해서 이번에 보여준 분노 조절 장애와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자기가 앙망하던 다스 베이더 급의 '포스'가 아닌 그냥 '깽판'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카일로 렌은 부디 멋지게 흑화되어야 한다. 그게 메인 빌런의 의무이다. 다스 베이더를 넘을 수 없더라도 그에 준할 만큼. 


위압감도 힘도 없이 묘사된 덕에, 나름대로 고안된 '성장의 시험'을 통해 그의 성장을 기대하게 하려 했지만, 찜찜하다. 강요받은 느낌이다. '카일로 렌은 성장할 거야! 다음 편엔 강해질 거라고!'. 


Saber(광선검)는 Savior(구세주)로 
루크 한 사람의 구원이 전 은하의 구원으로

그리고

루크가 다음 시리즈도 구원할 수 있길


레이에게 루크의 광선검을 건네준 '마즈'는 Saber를 잡으라고 한다. 레이는 처음엔 거절하고 도망친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숙명을 알고 받아들인다. 광선검을 잡고 루크를 찾으러 가며 루크를 만났다. 


루크는 자신으로 인해 이 참극이 벌어졌음을 알았고 배신감을 느꼈다. 왜 사라진 것인지 정확한 심리는 알 수 없지만 영화 내용상으론 후회와 자괴감, 배신감으로 인한 도피라고 추측된다. 일종의 도망이다.


그 도망친 루크에게 레이는 Saber를 내민다. 루크가 잡을 그 Saber는 후편에 이어질 이야기와 연결된다. 스노크와 카일로의 흑화와 퍼스트 오더의 공습에 대항한 제다이의 재건, 레이의 성장, 루크의 활약으로. 그 시작엔 루크 스카이워커의 재기가 필요하다. 루크 자신의 좌절감에서의 구원이 전 은하의 구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 시작엔 제다이와 Saber가 있다. 그리고 그 Saber가 Savior가 될 것이다. 


루크와의 만남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외적으로도 그의 역할이 막중하다. 전 은하의 구원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시리즈의 구원도 그에게 달려있다. 


이번 '깨어난 포스'가 부디 깨기만 한 포스가 아니길


스타워즈를 처음 본 관객도 카일로와 레이가 힘을 키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음 시리즈 때 어떻게 변할지 기대할 수 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 일부러 굉장히 약하게 해둔 거로 생각하겠다. 다음 시리즈도 그런 성장을 보여주리라 의리로라도 기대한다. 레이가 루크에게 건네준 구원의 손길인 Saber처럼, 나 또한 다음 화에 한 번 더 기대를 건넨다. 그런 점에서 '깨어난 포스'란 제목은 참 잘 지었다. 딱 깨어난 시점까지만 이야기했으니. 남은 시리즈를 통해 계속 전설을 이어 썼으면 좋겠다. 전설이 진행되는 기때에 함께 했었음을 추억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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