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Dec 31. 2015

<내부자들>을 보고,

초법적 일진 놀이를 잡기 위한 정의로운 복수 이야기




<내부자들>은 여러 한국 영화들이 생각나게 한다. 가깝게는 <베테랑>, <신세계> 더 나아가 <부당거래>까지. 다들 돈과 권력이 얽힌 이야기다. 이 영화는 돈, 권력, 언론이 한 번에 얽혀있다. 영화의 흐름은 포스터에 나오는 세 명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언론의 힘을 알고 있는 논설가 이강희, 라인을 타지 못하는 검사 우장훈, 다음 단계로 정치를 생각하는 깡패 안상구. 조폭, 검찰, 언론에 속한 이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 


세 가지 키워드로 '초법적 일진 놀이', '정의로운 복수', '신뢰'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초(超) 법적 일진 놀이


짱돌 맞은 안상구가 깨어난 곳은 희한한 곳. 순간 연구소 실험실 같은 곳이다. 그냥 깡패보다 초법 깡패가 훨씬 무섭다. 그냥 깡패 안상구가 작업할 때는 컨테이너 사이에서 했다면 초법 깡패는 깔끔히 세팅된 곳에서 처리한다. 영화는 계속 초법한 이들과 아닌 이들의 모습을 대조한다. 깡패들의 일 처리도 그렇지만 회식의 모습도 바로 대조시킨다. 화려한 회식 씬 다음엔 일반 횟집 회식이 나온다.


학창 시절엔 선도부나 소위 일진보다 일진이라 하는 양아치가 선도부일 때 제일 무섭다. 양아치인데 학교의 비호를 받으니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힘도 또래보다 세고 담임의 총애를 받던 엄석대가 언터쳐블한 존재였듯.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나오는 싸움 잘하는 선도부장을 누구도 쉽게 건들지 못하듯. 그 작은 규모의 학교에서도 가히 무소불위의 느낌이 들 정도인데 한 나라 규모로 커졌다면 어떨까. 


언론의 이강희와 경제의 오 회장 정치의 장필우가 함께 하니 그 시너지는 대단하다. 형사도 꼼짝 못 하게 쥐락펴락하고 청와대 민정수석도 끔뻑 죽게 한다. 그런 그들이 모여서 무얼 할까. 그들의 술자리엔 항상 성 접대가 있다. 불쾌하게 묘사된다. 먼저 본 지인에게 19금인 이유가 성적인 뭔가가 나와서냐고 물었다. '그냥 더럽다'고 답했다. 딱 그 말이 맞다. 셋은 더럽게 논다. 그 정도 힘을 갖고 논다는 게 딱 그런 수준이다. 


영화 끝에 동영상이 공개되어 그들은 망했다. 직설적인 욕을 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그  나이 때 '어른'이면 하지 않을 말이니깐. 역설적으로 그들은 '어른'이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이만 먹은 '양아치'와 다르지 않았다. 권력 구조, 힘의 논리대로 살려고 하는 모습은 위에 언급한 두 영화에 나오는  어린아이들에서나 볼 법한 힘의 논리이다. 그냥 나이만 먹고, '육체의 힘'이 '돈과 권력, 언론의 힘'으로 바뀐  것뿐이다.


중학교 때 밥을 먹으러 가면 급식실에 가서 먹어야 했다. 줄을 서야 했는데 줄 서지 않는 이들이 있다. 소위'일진 무리'는 바로 가서 먹는다. 그들과 조금 친해지면 껴서 같이 먹을 자격이 생긴다. 재밌게도 새치기하는 순서에도 서열이 있다. 모두가 줄 서서 먹어야 할 때 그 질서를 어기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마음은 뭔가 된 것 같이 으쓱하며 어깨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게 그런 것이다. 객기 어린, 어린 얼라들이 추구하는 마음을 커서도 갖고 싶은 것이다. 


무언가 된 것 같은 마음은 발전해서 자신들이 평범한 인간 이상이라 생각한다. 이강희는 말한다. 어차피 대중은 개, 돼지라고. 또한 장필우와 이강희에게서도 묘한 권력 구도가 나타난다. 장필우는 이강희에게 계속 자기 똥을 잘 닦으라고 한다. 그러면 된다고. 인생의 주인공은 정해져 있다고 말하면서. 위키백과에 나온 중2병의 특징에 따르면 그중   "'나는 신이다' 혹은 '신의 아들이다'라고  생각한다"는 항목이 있다. 딱 그 모양이다. 문제는 그들이 나이 먹어서도 중이병인 점도 그렇지만 그들의 횡포를 막을 수 없을 만큼 강한 괴물이란 점이다. 





복수심과 정의감
정의로운 복수 :
괴물을 잡는 법

이강희 : 상구야 저들은 괴물이야. 물리고 뜯길수록 괴물이 된다.

안상구 : 뒤질 때까지 싸워볼 테니까!


2년 전 안상구는 두려울 게 없었다. 언론인인 이강희와 호형호제하며 자주 만나러 간다. 이강희는 장필우를 치고 정치계로 가려는 안상구를 보며 '여우 같은 곰'이라고 한다. 농담이었지만 가벼운 농이 아니었다. 안상구는 정치깡패로 여러 정치인의 일을 해주었지만 깡패였다. 여우 같이 굴어보지만 결국은 곰이라는 것. 화면은 유리에 비친 모습을 보여준다. 일종의 허상.

안상구는 멋모르고 범에게 덤빈 것도 아닌 한번 짖었다고 팔이 잘린다.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하지만 덤빌수록 상대는 강해진다. 아니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만 알게 된다. 무언가 힘이 필요하다.


우장훈은 줄 없고 빽이 없다. 그가 살아날 방법은 개 같이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범을 잡아야 한다. 줄 없고 빽 없는 그가 살아날 방법은 그뿐이다. 그에게 범은 대선주자, 정치계 거물급은 '장필우'이다. 하지만 그냥 잡을 거리가 없다. 증거가 필요하다.


안상구와 우장훈은 범을 잡기 위해 서로가 필요한 사이다. 안상구는 깡패다. 깡패의 말은 사람들이 듣지 않는다. 그의 힘만으론 장필우와 이강희를 건들기 어렵다. 권위와 공권력이 필요하다. 우장훈은 '검사'다. 안상구가 필요한 것이 있다. 우장훈은 그의 공권력을 발휘하기 위해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안상구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상구가 자신을 걸어야 그 증거가 빛을 낼 수 있다.


안상구가 먼저 미끼가 되어야 이강희를 잡을 수 있다. 자신이 미끼여야만 하는 상황임을 알고 안상구는 묻는다. 


안상구 :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런가? 

우장훈 :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데? 

안상구 : 정의 편에 선 건달?


'정의? 대한민국에 그리 달달한 게 남아있냐?'고 말한 그가, 정의를 말한다. 우장훈을 만나서 그는 변했고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게 뭔지 알고 각오한다. 정의로움의 우장훈과 복수심의 안상구가 섞였다는 것. 처음엔 하나의 목적이어도 각자의 목적이었다. 이젠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같이' 움직인다. 괴물을 잡으려면 그  방법뿐이다.


괴물을 상대하려면 모든 걸 걸어야 했다. 안상구는 교도소를 갈 각오를 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그거론 흠집만  낼 뿐이다. 다시 더 복역할 각오를 하고 교도소 가는 버스에서 탈출해 이강희 팔을 자른다. 그러면서 얻어낸 정보를 우장훈에게 넘긴다. 


원래 안상구라면 이강희의 팔을 자른 거로도 만족할지 모른다. 단순한 복수였다면. 하지만 확실한 복수는 그가 가진 것을 무너뜨리는 거다. 장필우의 권력과 이강희의 언론에서의 입지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를 위해 팔을 자르면서 정보를 얻고 자수한다.


우장훈 또한 할 수 있는 걸 했다. 모두 막힌다. 증인들이  자살 당하거나 자살하고 말을 바꾼다. 위에서 덮으라고 압박이 온다. 아버지에게까지 손이 뻗쳐 로비 당한다. 안상구와 마찬가지로 모든 패가 막힌 느낌이 든다. 안상구를 만나 우장훈도 변한다. 그가 걸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건다. 안상구가 목숨 걸고 움직였듯 그 또한 목숨 걸고 움직인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같이 움직인다.


안상구 : 내부자가 돼서 호랑이를 잡던가 아니면 시골에 처박혀서 평생 빙시처럼 살 텐가. 


도피를 끝내고 교도소 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할 때, 주저하는 안상구에게 우장훈이 했던 말을  돌려받았다. 남의 각오는 쉽다. 자신도 같은 각오를 해야 할 땐 어렵다. 여기서 발 뺐다면 우장훈은 그저 권력의 개가 됐을 뿐이다.


신뢰, 믿을 수 있는 사이




영화 시작할 때 <내부자>로 나와서 왜일까 싶었다. 내부자는 이었다. 안상구로 시작해서 우장훈까지. 안상구가 교도소 들어가길 걸었다면 우장훈은 호랑이굴에 들어가길 건 것이다. 우장훈은 안상구가 목숨 걸고 준 정보로 같이 목숨을 걸고 범을 잡으러 들어가 잡았다.


나를 위해 손해 볼 수 있는


우장훈도 정의로운 복수를 택했다. 더 나아가 둘은 신뢰를 택했다. 둘은 서로 희생할 것이라 믿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호형호제하는 초반에 이강희와 안상구의 사이와 다른 점이다.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 함께 할 뿐 수틀리거나 해를 끼치면  남 일뿐이다. 아니 적이다. 하지만 안상구와 우장훈은 서로를 위해 손해를 각오한다. 둘이 호형호제하지 않지만 말만 그런 것보다 훨씬 더 형제 같다. 내가 더 많은 이익을 얻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해 손해를 각오하는 사람이 믿을만한 것이다. 


<내부자들>은 사회의 여러 어두운 요소를 다룬다. <신세계>가 느껴지는 동시대에 실제 일어나는 뒷세계의 일들은 섬뜩하다. 또 결말은 <베테랑>처럼 다소 영화적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덕택에 속 시원하게 나올 수 있었다. <신세계>의 진행의 쫀득함과 <베테랑>의 시원한 결말이 마지막 내부자''의 이유를 풀어줄 때 확 느껴지면서 깔끔히  마무리됐다. 



p.s

깔끔함을 위해 다소 생략된 부분이 많다고 느껴졌다.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을  봐야겠단 생각이 들게 한다. 디 오리지널 나왔으면 하는 부분은 이렇다. 내일 보면서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을지 체크해봐야겠다.


1. 안상구와 우장훈이 친밀해진 속사정

2. 우장훈이 이강희와 장필우 모임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

3. 장필우가 우장훈을 보며 올 걸 알았다는 걸 알게 된 이유

4. 버스 탈주가 어떻게 설계된 것인지

5. 우장훈 아버지 로비에 어떻게 성공한 것인지

6. 문일석이랑 주은혜가 설계 당하는 장면

7. 박종팔은 두들겨진 후 무엇을 이야기했나

8. 조 상무의 최후는?



매거진의 이전글 <시카리오>를 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