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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Jan 02. 2016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을 보고

묻지마 선물 공세 , 입맛에 맞으면 다행이지만

'스포일러 포함'




더 추가된 분량이 있어서 영화를 본 건 처음이었다. 무엇이 추가됐는지를 보러 갔다. 영화 전반적인 내용을 알기에 천천히 화면을 바라보고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보기 전에 했던 생각은 꼭 감독판을 개봉해야 했을까?였다. 흔한 일이 아니다. 원래는 90분을 추가하려 했다가 50분이란 분량으로 줄였지만, 원래 분량의 거의 3분의 1되는 분량을 추가로 넣은 것이니. 그렇게 할 말이 더 있던 걸까, 왜 줄였어야 했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보고 나서야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감독이 꼭 보여주고 싶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은 순수하게 감독의 자기 취향을 선물한 것 같았다. 마치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싸온 것이다. 입맛에 맞으면 다행이지만, 안 맞으면 곤욕이다. 끝날 때까지 피할 방법이 없어 입에 넣긴 해야 한다. 


50분이란 선물 혹은 곤욕


<신세계>처럼 3부작이나 2부작 할 만큼 늘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원래 내용이 1부작에만 담기엔 많았다. 감독으로선 할 만한 선택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쳤으니까. <내부자들>을 먼저 즐겁게 본 이에겐 선물과 같았다. 여러 인과관계가 꽤 설명되어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이에겐 상다리가 휘어진 게 아니라 부러지게 많을 여지가 있다. 영화를 보고 처음 들린 다른 관객의 평은 '뭐 이리 길어?'였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처음 <내부자들>을 본 날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다. 나는 재밌다 했고 내 앞에 친구는 정말  재미없다고 했다. 오늘 감독판을 보고 난 만족스럽게 옷을 입는데 뒤에선 정말 재미없다고 했다. 호불호가 꽤 극명히 갈린다. 대신 이런 스토리와 장르를 좋아한다면 애초에 감독판으로 보는 것도 괜찮단 생각을 한다.


늘어난 분량, 살아난 캐릭터


늘어난 영상에 가장 수혜를 입은 건 캐릭터들이다. 캐릭터가 살아나게 됐다. 우장훈이 어떤지도 나타나지만 안상구와 이강희의 원래 캐릭터와 둘의 관계, 각자의 일터에서의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이런 구성은 원작의 맛을 더 살려준다. 


윤태호 작가는 '플롯보다  캐릭터'를 강조한다. 사건의 배열에서 무언가 나오는 게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전달하는 것이 먼저로 본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사건의 흐름을 정한 후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살아온 과정, 특징,  사고방식 등에 대한 틀이 잡힌 후 그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만들어낸 지점이 이야기가 된다고 본다. 


자연히 웹툰으로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영화로 구현된 그의 이야기는 전달이 다르다. 호흡이 다르고 구성이 다르고 매체가 다르다. 그래서 캐릭터를 보면서 파악하고, 각각의 캐릭터들이 만드는 이야기까지 가기 쉽지 않다. 영화에서 배열된 이야기를 통해 캐릭터를 파악해야 한다. 거기서 생기는 잡음이 파악에 어려움을 끼친다. 


게다가 대중 영화로서 긴 상영 시간은 흥행에 방해된다. 자를 걸 자르고 빠른 호흡으로 알 것만 알게 해서 마지막 터뜨릴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어야 했다. 원작의 캐릭터성이 많이 잘린 것이다. 이번 감독판에선 그 잘린 부분을 채워주려 함이 보인다. 


안상구가 왜 그렇게 혼자 '형님 동생' 사이에 애착한 건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제야 그가 단순히 화가 난 게 아니라, 간단한 복수심이 아니라 복잡 미묘한 여러 감정이 엉켜있음을 알게 된다. 캐릭터를 강조해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갑작스러운 마지막 복수'극'이 된 이유를 전반에 걸쳐 설득한다. 안상구가 얼마나 영화광인지 내내 언급한다. 그가 하고 싶은 건 화려한, '영화 같은' 정의로운 복수극이었다. 자신이 주연인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싶어 했다. 앞에선 현실적인 구성으로 가다 왜 그렇게 결말을 '영화스럽게' 간 걸까 싶었는데 답을 얻게 된다


이강희에 대해서 많이 보여준다. 이강희가 장필우, 오 회장의 꼬봉이나 그렇게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걸 꼭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조국일보의 실세가 누구인지, 정치 구도를 다 누가 만든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한 단어'로 고민한다. 그 단어 차이로 힘의 차이가 만들어지는지 아는 사람이다. 그는 글로 힘을 부린다. 글로 돈을 번다. 글로 권력을 쥐는 사람이다. 그냥 장필우 뒤 닦아주는 사람이 아니란 걸 보여준다. 그 또한 팔이 잘리고 물어 뜯겨도 끝까지 살아남을 괴물이란 걸로 마무리한다. 


마지막 쿠키 영상이 꽤 길다. 이강희가 끝까지 버틸 것을 조금 과하게 힘을 주어 보여준다. 동시에 그의 수인 번호가 눈에 띄는데, 재밌게도 '중2'까지 나온다. 최근 쓴 <내부자들> 리뷰에서 그들의 모습이 꼭 일진 놀이하는 늙은 양아치들 같다고 했다. 중2병 증세라고 했다. 중2병과 수인번호 '중2' 우연일까? 아니면 감독의 의도가 내 생각과 비슷했던 걸까?


https://brunch.co.kr/@chaeminc/302





<내부자들> 보면서 궁금했던 부분으로 적은 것들이다.


1. 안상구와 우장훈이 친밀해진 속사정 // 그렇게까진 없었다. 단, 우장훈의 속마음을 듣고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고 본다.


2. 우장훈이 이강희와 장필우 모임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 //

없었다. 그냥 쉽게 들어갔다.


3. 장필우가 우장훈을 보며 올 걸 알았다는 걸 알게 된 이유 //

이건 내가 <내부자들>에서 놓친 부분이다. 장필우 또한 검사 출신이었다가 옷 벗고 변호사 하다가 이강희의 설계로 의원이 된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안상구가 의원 하라고 하니, 장필우  되라고? 라고 응수한 것. 


4. 버스 탈주가 어떻게 설계된 것인지 //

안 나왔다.


5. 우장훈 아버지 로비에 어떻게 성공한 것인지 //

안 나왔다.


6. 문일석이랑 주은혜가  설계 당하는 장면 //

안 나왔다. 조 상무가 해외 도피하는 씬이 나온다. 문일석은 그때 로비 된 게 아닐까 싶다.


7. 박종팔은 두들겨진 후 무엇을 이야기했나 //

안 나왔다. 


8. 조 상무의 최후는? //

최후가 짧지만 굵고 화끈하게 나와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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