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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Feb 02. 2016

<치유의 독서>를 읽고,



<치유의 독서> 박민근 저, 와이즈베리


스스로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필사하며, 다시 그 내용을 깊이 성찰하는 독서치료는 상담으로만 진행되는 심리치료에 비해 높은 치유 효과를 보인다. 7p


독서를 통한 심리 치료가 소개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추천하는 일종의 북 큐레이팅 책이다. 저자는 굉장히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본인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읽게 된 책들을 소개하기에 책을 읽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저자는 읽은 책만큼이나 다양한 독서 심리치료를 하면서 얻은 상담 경험이 상당하다. 우리에게 생소한 독서 치료라는 분야는 해외에서는 이미 심리치료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10년 이상의 수련 기간을 통해 수천 종의 치유서를 읽고 임상 적용 경험을 하여야 독서치료사로 공인받는다고 한다. 저자는 문학을 전공한 후 심리상담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연구하였다고 한다.


심리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많은 사례가 있고 다양한 서적을 추천받을 수 있기에 읽어봄 직하다. '치유'나 '힐링' 등의 단어에 거부감이 있다면 다소 읽기 힘들 수도 있다. 저자의 접근법은 문제가 생겼을 시 구조적 접근이나 담론을  이야기하기보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걸 해결하자는 주의이다. 이 부분도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못하는 내담자'의 경우엔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했다. 책엔 읽어온 사례가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읽는 우리가 심리 상담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린 누군가에게 어설픈 상담가이기도 하니깐. 책을 안 읽는 이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싶었다.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반박이 인상 깊게 나온다.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가 현대 심리학 중 긍정심리학 분야에서 많은 비판을 받는 모양이다.

삶은 상처의 연속이다. 하지만 상처는 영원하지 않다. 21세기 들어 가장 각광받는 긍정심리학은 우리가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때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또 심리적 외상에서 헤어날 수 없는, '트라우마에 갇힌 삶'을 사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고난과 역경을 통해 성장한다. 현대 심리학은 트라우마를 삶의 자산으로 삼아 인생을 더욱 성장시키는 '외상 후 성장 Post-traumatic growth PTG'이라는 극복과정을 지지하며, 또 그 현실적 방안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대 심리학은 인간이 본성적으로 품고 있는 높은 회복력(회복탄력성)을 강조한다. 이는 단지 이상이나 소망이 아니라,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된 심성이다.

15-16쪽
조지 베일런트는 인간 발달과 행복 연구에 헌신했다. 그의 연구는 기적에 가까운 일로  평가받는다. 그가 이끄는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 팀은 1930년대에 하버드대에 입학한 대학생 268명과 일반인 남성 456명 그리고 천재 여성 90명의 삶을 80년 가까이 추적해 인간 행복의 진실을 탐조해왔다.

이제는 행복 공식으로  공인받고 있는 '금연, 일찍 담배 끊기' '역경을 이겨내고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방어기제', '알코올 중독 없음', '알맞은 체중', '안정적인 결혼생활과 진한 우정', '충분한 운동', '지속적인 학습'과 같은 7가지 행복 요소 역시 이 종단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것이다.

그의 연구를 통해 심리학 안에 점철되어 있던 오해와 진실의 명암이 갈렸다.

심리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큰 구속력을 가진 채 신봉되어왔던 프로이트의 이론 상당 부분도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흔히 인간이 평생 불행해지고,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정신적 상처로 지목하는 유년기의 트라우마나 부적절한 양육환경 역시 한 사람의 행복과 성장에 결코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었다. 대단히 극심한 유년기 상처조차도 30대 정도까지만 미미한 영향을 이어가다 그 이후에는 아무런 변수가 될 수 없었다. 

그는 70년간의 종단 연구를 종합할 시점에 쓴 <행복의 조건>에서 인간을 어떤 종류의 고통과 상처도 끝내 극복할 수 있으며, 치명적인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회복력을 가진 존재로 묘사한다. 

56쪽


<미움받을 용기>에 나오는 아들러 심리학처럼 이론 vs 이론으로 비판하는 게 아니라 긍정심리학과 조지 베일런트의 하버드 연구 등을 통해 검증된 사례들로 오류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책 전반적으로 불교적 색채가 짙었고 내게 거부감이 들진 않았지만 호불호가 있을지 모르겠다.


1월, 새해가 시작하면서 뭔가 해보려다 뭔가 지쳤다. 나도 모르게 쉼이 필요했단 생각이 선택한 책에서 나타났다. 내게 도움이 된 부분은 행복함을 위해 체력이 필요하단 것, 오메가 3와 햇볕 쬐는 것, 명상과 감사 일기의 힘, 긍정 심리학에 대한 인식이었다. 


마음치유를 위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몇 가지는 이런 것이다. 

우선 더 많은 운동과 활동에 도전하는 것이다. 많은 심리문제는 인간이 가진 본성적 삶이 차단되면서 발생한다. 인간은 신체적 활성에 의해 유지되는 존재이다. 심신의 활성은 활동을 통해  채워진다....

반대로 지나치게 많은 많은 일에 시달리거나 수면부족에 빠진 이라면 쉽사리 심리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과 잠이다. 학자들은 전등의 발명, TV의 등장이 우울증과 전염병 창궐의 주요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역사적으로도 우울증은 심신의 균형이 깨진 현대인들 사이에 가장 번성했다. 

17쪽


행복하려면 행복할 체력이 필요하다. 행복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바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 그래야 행복하다고 하지만 끝내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행복감을 얻을까에 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수잔 엘더킨은 <소설이 필요할 때>에서 700종의 치유서(소설)들을 제시하며, "문학 애호가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의식적이든 아니든 상처에 연고를 바르듯 소설을 읽었다."고 강력하면서도 유구한 전통을 가진 문학의 치유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9쪽


긍정심리학의 태두 찰스 릭 스나이더 교수는 희망은 실체 없는 감정이나 관념이 아니라, 목표를 현실화하는 심성과 사고라고 새로이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희망은 긍정적 동기부여의 원천이자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이는 좋은 양육과 가르침을 통해 얼마든지 학습하고 확장시킬 수 있다.

30-32쪽
희망은 자기 신뢰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신이 주어진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의지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자신감의 증거인 것이다. 따라서 높은 희망을 가진 사람은 강한 자발성을 가지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어진 과제를 이루기 위해 보다 풍부한 책략을 쓰고 세밀한 관리를 하는 것이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현실적 실행력을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32쪽
나는 우울증 상담에서 심신의 상관성과 운동, 햇빛 보기의 중요성, 우울증과 무기력증 해방을 위해 꼭 필요하고 긴급한 생활적 실천을 잘 담고 있는 <나는 원래 행복하다>를 자주 권한다. 일라디아 박사는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심리치료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 전반의 불균형 요소들을 개선해 심신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붙인 이름도 생활개선 요법이다.

37쪽
나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웃으며, 허벅지 근육과 허리 힘이 바로 마음근력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뻔한 이치이지만, 체력이 바로 마음의 힘인 까닭이다. 

44쪽


지나고 보면 모두 정말 별일이 아니다. 문제는 늘 그 순간 자아의 겉을 뒤덮은 껍데기의 부피와 무게인 것이다. 자기 스스로 만든 껍데기 자아가 클수록 작은 난관에도 넘어지는 속도와 충격이 비정상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47쪽



댄 베이커는 잠재된 부정적 감정이나 정신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편이 오히려 치료 효과가 큰 이유를 설명하며, 기존의 프로이트 이론에 근거한 심리치료가 가진 한계들을 설명한다. 베이커에 따르면 프로이트 이론에 따르는 카타르시스 치료(분노나 슬픔을 표출해서 감정의 사이즈를 줄이는 치료법, 가령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료법)나 고통스러운 무의식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신분석 치료는 오히려 부정적 감정이나 심리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참고로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료법'에 대한 비판과 무효성은 마틴 셀리그만의 <심리학 처방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69쪽 


그가 더 구체적으로 계발하고, 임상에 적용해 실효를 본 여러 가지 긍정심리치료 기법들은 지금까지도 혁신적 심리치료의 모범이자 대안이 되고 있다. 

가령 우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말하기 훈련 가운데는 "건강한 버전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라"는 지침이 있다. 이는 그를 비롯해 긍정심리치료를 쓰는 심리상담가 대부분이 매우 종요하게 활용하는 기법이자 지도 원리이다. 이 방법에 관한 최신 기법은 티모시 윌슨의 <스토리>에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71쪽 
"내 인생이 그렇죠 뭐" 그녀가 곧잘 하는 말이었다. 희생자들은 그 말을 자주 쓴다.

"자기 인생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한 여자가 너무 일찍 결혼했는데, 딸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한 뒤 자신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요."

72쪽 


내 경험 중 가장 효과가 컸던 방법은 나날의 삶에 대해 느끼는 감사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글쓰기 치료 방법이었다. 마틴 샐리그만은 이를 '축복 일기'라고 명명한다. 

75쪽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며, 타인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쓰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며, 할 수 없는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 철학자 에픽테토스

159쪽


너를 모욕하는 것은 너에게 욕을 퍼붓는 사람이나 너를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 모욕하고 있다고 하는, 이 사람들에 관한 너의 믿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를 화나게 할 때 너의 머릿속의 생각이 너를 화나게 하는 것임을 알라. 그래서 먼저 외적 인상에 의해 사로잡히지 않도록 노력하라. 왜냐하면 일단 시간을 벌어 늦춘다면, 너는 손쉽게 너 자신의 주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161쪽


포기할 줄 아는 법을 깨닫는다는 것이 인생의 일부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체념이란 말에 대해 우리는 그 일을 영영 단념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체념은 진실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체諦(살필)'라는 한자에는 진리를 알게 된다는 뜻과 운다는 뜻이 동시에 담겨 있다. 결국 슬픔을 이해하는 것이 깨달음인 것이다. 체념은 운명을 사랑할 줄 아는 덕의 탄생인 것이다. 결국 체념은 더 높은 곳으로 자신을 상승시키는 일이다. 201쪽


행복의 양을 늘리는 현명한 비법은 가진 것을 늘리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거듭 고민하고 생각해 그 양을 차차 줄여나가는 것이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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