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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Feb 04. 2016

낙관성을 곁들인 하루

지금 다니는 학원에 가려면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7시 55분까지 가야 한다. 씻고 아침 간단히 먹고 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 그런데 어제 계속 악몽을 꾸어 잠을 설쳤다. 악몽의 내용을 기억 안 난다. 기분 나쁜 일들이 계속 뭔가 일어나는데 깨면 내용은 사라지고 찜찜함만 남는다. 한 시간 간격으로 새벽 5시까지 깨다가 가까스로 잠들었다. 7시에 잠시 일어났는데 다시 기절해버렸다. 


선 행동 후 생각


일어나니 이미 수업 시간이었다. 지각하면 드는 벌금보다 지각했단 사실에 기분이 안 좋았다. 가기 싫어졌다. 이렇게 스트레스받을 바에야 그냥 푹 자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고개를 베개에 푹 넣었는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가기 싫은 이유도 있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이유는 없을까. 갑작스레 그냥  가자, 라고 마음을 먹었다. 씻고 준비하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면서 지금 가는 게 이득인 이유를 생각했다. 생각하고 결정한 게 아니라 일단 행동하고 생각한 것이다.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해석은 하기 나름이다


늦게 일어난 것, 지각한 것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내게 달린 것이다. 낙관적이며 건설적으로 해석해보기로 했다. 먼저 찾은 3가지 이유는 렇다. 첫째, 오고 가는 길에 책 읽기를 할 수 있으니 그냥 침대에 뒹구는 것보다 이득이다. 둘째, 그냥 다시 자는 것보다 늦게라도 가는 걸 선택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셋째, 내가 듣는 수업은 단 1분을 듣더라도 그 안에 인사이트와 배울 점이 있는 수업이니 1분이라도 듣는 게 이득이다. 많이 늦었더라도 안 갈 이유가 없더라.


둘째 이유는 한 친구에게서 배운 것이다. 최근 한 캠프를 다녀왔다. 일하는 친구들은 후발대로 가야 하는데 한 친구가 캠프 모든 순서가 끝났을 때야 도착했다. 2시간 정도 걸려서 왔는데 오자마자 다시 2시간을 들여 집에 가야 할 상황이 됐다. 처음에는 얼른 준비해서 오지 않은 모습에 아쉬움과 아무것도 못 듣고 그냥 바로 가야 하는, 헛걸음한 것 같은 모습에 아까움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캠프에서 들은 내용 중 하나가 '선의로 해석하기'였다. 그 친구를 향한 생각을 바꿔봤다. 늦게라도 먼 길을 와준 친구였다. 오자마자 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오는 걸 선택한 친구였다. 그러니 그 친구가 갑자기 고생했고, 포기하지 않은 멋진 친구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오느라 수고했다고, 도닥이며 안아주었다(동성인 친한 동생이다!). 


그 친구는 오늘 준비가 늦어서 늦게 도착했다고, 내일 캠프엔 제때 올 거라고 이야기했다. 다음 날 제때 왔다. 오늘 실수로 하나 배운 것이다. 다음에 다시  지각할지 모른다. 괜찮다. 우리는 계속 배워가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게 더 나아 보였다.  


낙관성을 곁들여 보자


우린 실수를 자주 한다. 그때마다 괜히 스트레스받는 해석과 적용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오늘 지각했다고 자신을 인간말종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낙관적이면서 건설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쓸지는 내가 선택하는 거다. 중간에 사라지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끝까지 발전하고 성장해서 남아있는 주연이 되면 된다. 당장 바로 하긴 어렵더라도 조금씩 삶에 낙관성을 곁들여 보자. 먹어봐야 맛을 알듯. 야채를 먹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좋아하는 음식 옆에 조금씩 주어야 아이도 시도해보듯. 천천히 나아지면 된다.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오늘 곁들여본 낙관성의 맛은 뿌듯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 오늘 배운 게 있으니, 얼른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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