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공지

다시 만날 그땐 흠뻑 누리길,
Au revoir 파리

파리 3일 차

by 채민씨

프롤로그 000

영국 [런던]

001 인천-도하-런던 첫날

002 런던 둘째 날

003 런던 셋째 날

004 런던 넷째 날

005 런던 다섯째 날

006 런던 여섯째 날

프랑스 [파리]

007 파리 첫째 날

008 파리 둘째 날

009 파리 셋째 날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 [세비야]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필로그 100


아침 일찍 일어나 호스텔 아침을 먹겠다는 우리의 호기로움만큼 피로감이 있었는지 기절했다. 방에서 가장 일찍 잤는데 가장 늦게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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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싸면서 짐 중량 추가된 건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어떻게든 들고 가야 하니 우격다짐으로 넣었다. 나중엔 한국인끼리만 남아서 누나랑 이야기 중이었던 듯싶다. 나와서 캐리어 맡기고 나오면서. 샹델리제 가는 중. 가려던 빵집이 안 보여 몽마르뜨 쪽 빵집 간다. 이제 열두 시간 남았다. 잘 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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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프랜차이즈 느낌의 빵집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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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리 닮은 아르바이트생이 있다. 병에 담긴 꿀이 꽂힌 빵... 인가했는데 럼주가 담긴 빵이었다. 다른 빵이 너무 달아서 못 먹고 싸왔는데 비닐봉지에서 터지고 섞여 엉망이 됐다.


몽마르뜨 새로운 플레이스를 발견. 전에 왔을 때 못 본 골목을 봤다. 관광지 느낌이 들지만. 먹을 곳 없어 들어간 빵집을 나오자마자 다른 괜찮은 빵집이 보이던.. 유명한 빵집은 오늘 휴무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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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의 풍경이 되는 공간. 서로 찍는다. 날씨가 좋으니 뭐든 좋다. 파리는 운전 진짜 사람 하나 죽이게 달리는 듯싶다. 도로를 혼자 막을 만큼 큰 대형 쓰레기 차를 가운데 세워두고 잠든 청소부가 있는 파리.


배고파서 큰 골목길에 있는 파스타 집에 왔다. 홍합이랑 감자튀김, 햄 버섯 치즈오믈렛. 여긴 물 안 시켜도 물 준다. 적당한 맛. 먹고 내려오면서 기념품 가게들 순회 시작한다. 오르골이랑 스노볼 사려고 했지만 못 삼. 정확히 사려고 한 건 오르골이 달린 스노볼이라고 한다. 누나 마그넷 하나 사고. 다른 데 가서 작은 컵이랑 머그 하나 산다. 거기서만 파는 수제 제품. 근처 갤러리 가서 느낌 있는 그림 세 장. 마지막 날에 돈 엄청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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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걷고 내려와서 다시 카페에 가서 쉰다. 여긴 화장실이 없어서 드디어 화장실에 왔다. 허리가 아프진 않는데, 다리가 저린 게 수상하다. 원래는 옆 카페를 가려했는데 화장실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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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고 이제 튀를리 가면 될 듯하다. 가기 전에 사랑해벽 가서 한글, 영어 찾고 사진 찍는다. 엄청 조그만 한 곳. 동네 놀이터 벽 같다. 콩코드 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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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를리 도착. 생각보다 꽤 넓다. 가운데 호수 뷰가 진짜 짱. 중간에 들어간 숲은 그늘져서 쉬기 좋다. 호수가 뙤약볕이 너무 세서 버티기 힘들다. 습도는 낮아서 막 더운 건 아니다. 사진만 팍 찍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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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하느라 현금을 다 써서 급하게 Atm 찾는다. 찾다가 누나가 들어간 사카레라는 화장품 가게에 들어간다. 영국 제품이라네. 소금 스크럽 해보고 필링젤 해보는 데 각질이 확 벗겨지네. 호갱 될 뻔. 영업 잘한다. 필링젤로 코팩 하고 싶다. 돈을 전에 많이 써서 나와서 급하게 숙소로 간다.


커머스 환승하는 중에 중간 체크한다. 순간 사기꾼들인가 했는데 무임승차 잡는 거였다. 커머스행 타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내려서 겨우 타는 찰나에 문이 그냥 닫힌다. 아직 많이 타는 중이었는데. 순간 문에 끼기도 했다. 정의의 파리 인들이 바로 버튼 누르고 문 잡아 줘서 다들 탈 수 있었다. 퇴근길이라 사람이 진짜 많다. 이제 숙소 도착 후 짐 챙겨서 오페라 역 간 다음 공항 가야 한다. 오페라까지 캐리어 들고 가야 한다.


오늘은 안 다투고 유쾌히 보내는 듯싶다. 공항 가는 지하철에서 살짝 느낌이 안 좋지만. 숙소에서 일 본 후에, 보면서 오페라 가는 법 체크하고. 캐리어 가지고 나오는데 쉽지 않음. 무겁다. 얼른 공항 가길. 포르투 호텔 가는 법 알아봐야 하는데. 프랑스는 지하철역의 환승이 엄청 많음. 서로서로 환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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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로이시 버스 탑승한다. 내가 찾아본 뒤 생각한 것보다 깊이 있었다. 찾아서 나온 정보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그냥 짐작했는데 무리였다. 무거운 캐리어 끌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길 건너 로이시 있어서 뛰고 뛰어 겨우 탑승. 앉아서 마지막 프랑스 사진 영상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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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포르트 일정 준비한다. 여행을 와 보니까 내가 뭘 준비해야 하는지 조금 감이 온다. 숙소, 교통, 항공, 살 것, 갈 곳 등등. 이제 공항에 내리면 바로 2D 터미널에서 이지젯으로 달려가야 한다. 시간 없다. 가방 규격에 맞추려면 잠바 입고 목베개 꺼내서 해야 한다.


함께 여행한다는 것을 배워간다. 서로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누난 사진 남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감명 깊게 본 이후 남기는 것도 중요하고 못 남긴 갓도 아쉽지만, 내 눈과 마음에 담아 가는 것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찍으려는 사진의 본질이 시공간의 추억인지 단순히 어디에 올려 관심받고 인정받고픈 건지 구분해야 함을 느낀다. 여행을 관심받기 위해 온 건지 나의 만족을 위해 온 건지를 구별해야 한다. 나의 만족이 타인의 인정에 기반하는지 나의 자긍과 자족, 자아에 기반하는지. 그것을 배워가는 시간이다.


일기 쓰는 시간 말곤 가능하면 핸드폰을 하지 말자. 눈과 귀와 코와 손과 입에 담아 갈 이 시공간의 찰나가 너무도 소중하다. 다신 오지 않는다. 아무리 잘 담아간다 해도. 그건 기억의 조각일 뿐. 본질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옛 사진 중 추억하는 건 강렬한 기억의 파편이다. 밍밍한 의미 없는 순간에 찍은 찰나는, 담긴 게 아무리 아름다워도 불러일으키는 게 없다. 맛있는 음식을 꺼내 먹는 건 음식의 가치에 있지 그릇의 아름다움에 있지 않다. 아름답고 정갈하게 먹으면 좋은 가지만 본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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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도착. 나는 우리 비행기가 8:35인 줄 알았는데 9:15 비행기였다. 생각보다 뜀박질하지 않아도 됐다. 도착해서 바로 수속 준비하는데 25kg 나왔다. 별생각 없이 탭이랑 책 등을 가방에 넣는데 미친 생각이었다. 탭이랑 외장하드랑 책 빼니 20kg. 들어갔는데 내 백팩 검사.. 물 때문인가. 하나하나 다 검사한다. 뺏길 거 있나 해서 식겁. 내가 백팩에 뭘 넣었는지 생각 안 했으니. 역시 와 봐야 뭘 체크해야 할지 아는구나. 물 그 자리에서 다 먹고 버린다. 나 때문에 누나 기분 다운다운다운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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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마카롱을 산다. 4개 사고. 비싸네. 하나에 2천 원. 로즈. 마리앙뚜아네뜨 티. 피스타치오. 스트로베리 맛. 편의점 가서 샌드위치랑 물 산다. 짐도 무겁고 뛰고 일이 많아서 땀범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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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E 승무원은 친절하고. 저가 항공임에도 앞 좌석과 거리가 멀다. 편하다. 가방에 든 게 너무 많아서 일단 올라간 후 꺼내 먹기로 한다. 이제 파리 안녕이구나. 왜 이리 자리가 넓나 했더니 이머전시 자리였음. 옷과 장비들을 이륙 시 다 올려야 함. 져지 입고 목베개만 하고 나머지 다 올림. 흠. 승무원 도와주는 일이 없이 잘 착륙해야 할 텐데.


비행기를 탈 때마다 생각한다. 뉴스에 나오는 비극의 주인공은 그 발생 즉시에서야 자기 배역을 아는 거다. 지금 평화로운 이 공간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도 언젠간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비행기보다 버스와 지하철, 걸어 다닐 때 더 위험할 확률이 있음을 알지만 일상에 녹아 있기에 그런 생각이 잘 안 든다. 일상적이지 않기도 하고 통제 불가능한 감정을 한층 더 주며 붕 뜨는 기분의 싫어함과 높은 곳을 무서워함이 섞여 이런 감정과 생각을 하게 하나보다. 무엇보다 여긴 가장 위험한 시간에 가장 또렷이 있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급작스럽지 않고 급작스러움에 비해선 한없이 길게 늘어져 심지어 음미하게까지 할 만큼 비극 연기 시간이 길기에.


비행기에서 하는 모든 과정. 응급 과정, 자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온 것일 테다. 누군가의 비극들의 누적에서 배운 교훈이겠지. 나의 역할도 누군가의 교훈이 될지도 모르겠지. 비극에서 배우지 못하면 비극이다. 비극에서 제대로 배울 때야 비극이 끝난다. 모든 비극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배우고 적용할 때 세상의 비극은 끝난다.


잘은 몰라도 사고 시 사망률을 생각하면 조치들의 의미는 없을지 모른다. 비행기 타다 죽을 확률의 발생을 생각하면 그들의 조치를 따라 살 확률을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 이제 출발한다. 명상과 기도의 시간이다. 어렸을 땐 그저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너무 드물게 타서인가.


올라가는 10분 동안 나는 삶을 고찰하고 돌아보는 현인이 된다. 이렇게 죽으면 어떠할까, 지금까지 죽은 이들 또한 죽음의 때를 정한 게 아닐 텐데. 나의 때는 이때인가. 아직 아닌가. 하는 생각. 죽어도 저녁 먹고 죽겠구나. 오늘 쓴 일기까진 온라인으로 해두어 나중에 부모님이라도 보면 좋을 텐데. 부끄러운 날생각들일지라도. 아들이 어떤 이였는지 기억할 한 가지 방법일 테니. 비행기를 탈 때마다 죽음을 기억하는, 메멘토 모리의 시공간이 된다.


저가 항공은 기내식을 사 먹어야 하는구나. 일만 미터 상공에서도 카드 결제는 되는구나. 역시 돈의 힘인가! 와이파이는 되나? 뭐하나 잡히긴 하는데 이건 아마 일등석용인가? 노을이 진짜 이쁜데 통로 쪽이라 찍을 수 없다. 이번엔 진짜 눈에만 담아야 한다. 잘 담아간다. 생각해보니 프랑스 지하철엔 계단 위주가 많다. 엘리베이터가 없다. 거동이 불편하나 장애인들은 가기 어려워 보인다. 내가 못 본 걸지도. 영국은 거의 전부 엘리베이터 위주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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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파리를 떠났구나. 허겁지겁 보냈다. 봐야만 할 곳만 보다 보니 어쩌면 정말 보았음직한 곳들을 놓친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온다면 이곳을 좀더 머물며 느끼고 싶다. 원래 처음 계획엔 파리가 없었다. 한 두 곳만 진득히 있어보자는 게 의도였다. 어쩌다 들어온 파리, 짧은 시간에 흠뻑 빠지진 못 했다. 마치 슈퍼에서 시식해본 음식이 문득 계속 생각나듯 파리는 계속 아쉬움을 주는 곳이 됐다.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하는 인사인 Au revoir가 생각난다.


안전히 도착하니 환호하고 손뼉 치는 사람들. 나랑 같은 마음이구나. 포르투 입성! 공항 나오자마자 맨 앞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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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이 후다닥 나와서 짐 우리가 옮기지 말라고. 옮겨주신다고 한다. 엄청 무거운데. 손수 옮겨주신다. 구형 모델이지만 벤츠 택시네. 첨에 구글맵과 반대로 가길래 영화 <클랜> 생각이 났다... 다시 갑자기 업데이트되면서 호텔과 가까워졌다. 엄청 친절한 택시기사 분이었다. 영화 <인턴>에 나오는 드니로 같았음. 요금이 더 나온 이유는 고속도로여서이다라고 또박또박 영어로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짐 내려주시고 영수증 주시고. 포르투의 첫인상은 완전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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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만나니 인사해주는 포르투인? 뭔가 만나면 인사하나 보다 오이? 포르투 인사 문화인가. 좋네. 누나 멀티탭에 내 멀티탭을 이어 침대에서 쓰려고 잇는 순간 스파크 펑 터진다. 전기 나간다. 두꺼비집 내려간 듯싶다. 가서 말하니 방윪겨준다고 한다. 823-828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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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키가 안 된다. 다시 가서 키 안 된다고 하니 안 믿는다. 작동해야만 한다고 하면서. 같이 올라와 와서 해보지만 안 된다. 머쓱하게 내려갔다 올라온다. 바뀐 방에선 퀴퀴한 냄새가 난다. 짐을 풀고 씻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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