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Nov 08. 2016

왜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은가?

나는 왜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가?

크리스 베일리의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  1장을 읽으며


크리스 베일리란 저자는 자기 스스로 생산성 실험을 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기, 주 90시간 일하기, 주 35시간 명상 등의 프로젝트를 직접 체험해 어떤 것이 생산성에 필요한지를 알아봤다. 어딘가 소개된 그의 짧은 이야기에 나는 단숨에 매혹됐다. 


곧바로 그의 책을 사서 읽었고 두근거렸다. 읽고 난 뒤 나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어렴풋이 몇 가지 읽은 내용이 기억나긴 하지만 그냥 그 몇 줄만 기억날 뿐이었다. 다시 한 번 읽기 시작했다. 반 넘게 읽고 있을 무렵 멈추게 됐다. 다시 읽어도 다시 잊을 것 같았다. 본질적인 한계를 느꼈다.


이 책은 각 장 끝부분마다 저자가 체험한 뒤 쳐낼 것은 쳐내고 생산성을 위해 해볼 만한 것이 있다. 이 부분을 하나씩 해보면서 나도 같이 프로젝트를 해야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밑줄만 그은 책을 다시 펴 그었던 줄을 읽었다.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해왔던 필사, 저자와 필담을 하기 시작했다. 손이 금방 아파 오래 쓰지 못하고, 집중력이 그리 좋지 않아 오래 붙잡지 못하기에 꼭 필요한 문장을 눌러썼다. 느리긴 해도 이게 결국 생산적일 거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장마다 담긴 생산성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소감은 이걸 나도 한다면 내 삶은 분명 달라질 거란 생각이 있었다. 얕은 확신이라 금방 휘발된 게 흠이지만. 이번엔 휘발되기 전에 얼른 독서 노트와 펜을 샀다. 이미 노트와 펜들은 집에 있지만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던가. 무튼 그랬다.


1장을 펴서 다시 쭉 읽고, 밑줄 그었던 것 중 골라서 옮겨 적은 뒤 생각을 달았다. 


가장 생산적인 사람들은 수도승과 주식 트레이더 사이에서 적정한 속도로 일한다. 처리해야 할 일을 모두 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속도를 갖춘 동시에 일의 경중을 따져 신중하고 의식적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느긋하다.

22쪽


◎ 생산적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생산적인 사람이 갖춘 것은 '충분한 속도'와 '신중하고 의식적인 느긋함'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생산적이지 않은 사람은 처리해야 할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일 처리가 느리면서 일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경솔히 무의식 또는 습관적으로 일하면서도 조급하다. '불충분한 속도' 그리고 '경솔하고 습관적인 조급함'. 


나의 하루를 돌아볼 때 산적히 쌓여 가는 일들을 본다. 한다고 해도 다 처리 못 하는 일들이 많다. 일하거나 처리할 것들을 할 때 신중한가 돌아보면 후다닥 해치우고 싶은 마음에 얼렁뚱땅할 때가 많다. 처리도 못 하고 조급하기만 하니 매일 일정 스트레스를 받는 건 당연할지 모르겠다.


어떤 행동 이면에 담긴 의도는 화살촉 뒤에 붙은 화살대와 같다


하루 종일 의식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목적을 갖고 일하는 것이 생산성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그만큼 목적 그 자체도 중요하다. 어떤 행동 이면에 담긴 의도는 화살촉 뒤에 붙은 화살대와 같다. 

35쪽 


◎ 나는 무엇 때문에 생산적이길 바라는가, 내게 생산성을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왜 생산적이길 바라는가, 나는 왜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는가를 고민하게 됐다. 고민하며 1장 마지막 부분을 읽고 질문을 받아 적었다.


1) 이 책의 기법들을 실행한 결과 당신이 매일 여가 시간을 두 시간 늘린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가? 

2)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당신이 마음속으로 이루고자 했던 생산석 목표 혹은 새로운 취미, 규치적인 습관이나 의례적인 일은 무엇인가?

38쪽


◎ 1-2번에 대한 답을 생각해봤다. 요새 내 큰 고민 중 하나다. 사람은 누구나 24시간이 있다. 정식으로 일한다면 보통 9시간을 쓴다. 통근을 생각하면 30분에서 1시간 반 사이를 써야 한다. 내가 곧 일할 곳은 왕복 30분으로 가정하기로 한다. 


내 삶을 돌아볼 때 나는 7시간 반에서 8시간을 푹 자야 하루가 원활하다. 줄이면 효율이 급감한다. 바라기는 6시간을 자고도 쌩쌩한 체력 또는 중간에 낮잠을 자는 것인데 아직 실현하기 어려우니 넘어간다. 9.5 + 8 = 17.5 시간은 고정적인 불가용 시간이다.


내게 남은 건 6.5시간. 아침에 씻고 식사를 하고 준비를 하는 최소 0.5시간. 저녁을 먹고 정리하는 최소 0.5시간에 각각 초과할 시간을 고려하면 1시간 반 정도는 아침저녁에 고정적으로 소모된다. 5시간이 남았다. 


6시 기상

9:30 출근 

10-19시 근무

19:30-20:00 저녁

22:00-22:30 취침


이 구성이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이클이다. 잠을 줄이지 않는 한 추가로 여가 시간이 느는 건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어쨌거나 남은 시간은 기상 후부터 출근 전까지와 퇴근 후부터 취침 전까지 시간이다. 이 시간에 뭘 하고 싶은지 고민했다. 이 부분은 오랫동안 고민하고 아직도 해결 중이기에 쓸 거리가 많다.


주어진 여유 시간 동안 1. 책을 읽고 정리해서 콘텐츠 소스 만들기와 글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 만들기 2. 운동하기_ 조깅과 근력 운동 3. SNS 동향 체크 4. 개인 신앙 활동 5. 일기 쓰기에 주로 활용하고 싶다. 그리고 갑작스레 생기는 약속에 좀더 유연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가장 난관은 10시-6시 수면 습관 만들기다. 다양한 사회 활동을 10시 전에 마무리하고 들어오는 어려움이 크다. 기상도 쉽지 않다.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 하면 알차게 보냈다는 좋은 감정이 들긴 하는데 요즘 같은 추운 날엔 그냥 이불 속에 더 있고 싶다. 꼭 나가야 하는 데드라인 전까진 뭉그적거리게 된다. 11-7시, 12-8, 1-9시 모두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생산적으로 11-1시부터 7-9시까지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왜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은
무수히 많은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다.

사실은 처음부터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왜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은 무수히 많은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다. 사실은 처음부터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36쪽


뜨끔한 문장이다. 하기로 한 목표가 분명 있지만 이불을 박찰 만큼 매력적이진 않다. 변화를 바란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닐까? 이게 고민의 본질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은 다시 질문을 던진다.


3) 당신의 생산성 목표와 연계된 뿌리 깊은 가치는 무엇인가? 당신은 왜 더욱 생산적이고 싶어 하는가? 만약 당신이 깊이 관심을 갖는 다수의 가치들(예를 들어 의미나 커뮤니티, 관계, 자유, 학습 등)을 제시해낸 다면 당신은 개인적으로 보다 심층적인 차원의 목표를 마음에 두고 있으며, 염두에 두는 변화가 시도해볼 만한 가치를 지녔을 여지가 높다. 


◎ 나는 왜 생산성을 추구하는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선 오래 생각해왔다. Why를 생각하진 않은 채 How와 What만 생각해왔다. 그러다 보니 과녁 없이 화살만 낭비하다 지치기를 반복했다. 내가 쏘는 화살엔 화살대가 없었다. 이 주제에 관해 생각하며 떠오른 화살대가 될 이유를 적어본다.


나는 신앙인이기에 갖는 우선되는 소명이 있다. 나는 각 사람이 이 땅에 존재할 이유, 각자 나름의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어떤 모습일지는 나는 모르지만. 각자 소명이 다르듯이 소명답게 사는 모습도 다를 것이다. 정확한 내 소명을 나도 아직 모르지만, 모르긴 해도 이 소명을 발현시키기 위해선 '생산성'이 연관되었음을 느낀다.


한 사람의 소명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각 사람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힘은 약하지만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강한 힘이 필요한 곳에서 무리하며 일하는 것 또는 그 반대가 소명의 실현이라고 보긴 어렵다. 


나의 특성을 생각해봤다. 나는 쉬는 걸 굉장히 좋아하지만 쉬기만 하면 한없이 무력하고 무기력해진다. 마음으론 뒹굴거리고 싶어 해 뒹굴거리면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무능감을 느낀다. 


나는 무언가 해보는 것과 만드는 걸 좋아한다. 이 표현을 쓸 때면 주로 '역동적인 행동' 또는 '기계나 조각품을 만드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 데 나는 그것과 다른 것을 말한다. 내가 해보길 좋아하는 건 이 글을 쓰는 것처럼 내게 감명 준 것을 직접 해보는 것이다. 또 내가 느낀 것, 생각한 것, 배운 것들을 글 또는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해본 행동과 만든 것들의 연결을 좋아한다. 완전히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뜬금없는 인연이 될 연결의 가능성을 좋아해서 다양한 종류의 미팅을 찾아간다. 내가 곳곳에 뿌려둔 경험과 제작의 점들과 사람들이 기막히게 이어질 때면 만족감을 느낀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 나는 꾸준히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만들고 연결해야 한다. 그게 나의 정체성이며 소명 실현의 발판이다. 


생산성은 이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는 방법이겠다. 생산성을 높인다는 건 좋은 방법을 올바르게 실천한다는 것이고. 


때마침 최근에 본 한 동영상에서 나와 같은 맥락의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세바시에서 만든 유시민 작가의 이야기다.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제 답은 한마디로 말하면 '본성대로 살자'라는 거예요. 인생은 자기를 표현하는 과정이거든요. 나한테 없는 거를 표현하려면 되게 힘들고 의미도 없어요. 내가 어떤 존재이고 내 본성이 뭔지를 잘 알고 그 본성을 잘 표현하면서 살면 그게 좋은 삶이라고 봐요. 

출처 : https://www.facebook.com/cbs15min/videos/1261344543888328/


유 작가의 말처럼 내 본성이 뭔지를 알고 그 본성을 잘 표현, 내 표현대로라면 발현시키는 것이 좋은 삶이다. 내겐 그 좋은 삶을 만드는 방법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고. 생산성을 높여 만들 좋은 삶의 근본 가치엔 소명의 실현이 있다.


내게 생산성은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서 다양한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해서 나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좋은 콘텐츠를 창작하여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이다. 그 연결이 만들어낼 의미와 가능성이 내겐 작은 두근거림을 주고.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그 모든 연결은 앞으로 볼 땐 안 보이고 뒤돌아볼 때만 보이는 것이지만.


이제 조금은 내가 왜 꾸준히 생산성이란 가치를 추구해왔는지 스스로 알게 되었다. 이 글도 내가 바라는 생산성의 한 부분이란 것도. 핵심적인 이유를 알았다. 이제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이 Why를 더욱 단단하게 잡아가면서 어떻게 How와 What을 잡을지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고픈 당신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