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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Feb 02. 2017

기회가 내 문을 두드리게 하려면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다.
기회가 노크할 때 사람들은 그 문을 열어야만 한다.
당신도 그 기회를 잘 받아들이기 바란다. 나는 그렇게 했다."
- 피터 드러커 <마지막 인터뷰> 1장 중


최근에 이직했다. 원래 다니던 회사는 좋은 곳이었다. 편한 분위기, 수평적인 관계, 재미있는 사람들, 직원 복지와 수없이 먹고 받은 간식들과 선물들까지.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배우고 성장할 기회들이 있었다. 인턴이었고 기간이 지나면 자연히 정직원이 되는 거였다. 그리고 인턴의 말미에 누군가 노크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니기 전, 재작년에 한 수업을 들었다. 관심 있던 분야에 배우고 싶던 강사 분야를 가르치신다고 해서 갔다. 수업 때 들은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엄청난 기회가 보였다. 


유튜브에 관한 수업이었다. 유튜브 시장은 놀라운 곳이었다. 바로 시작해보고 싶어 이것저것 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웠다. 그러다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오고 상황이 많이 바뀌어 유튜브를 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유튜브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과 연락은 이어갔다.


팬 미팅을 한다고 한다는 영상을 보고 일손이 필요하면 도와드리겠다고 연락하니 필요했다고, 고맙다고 답이 왔다. 도와드리고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나는 회사에 들어갔고 그분들은 유튜브 책을 내셨다. 얼마 후 사인회를 하신다고 했다. 약속 시간 전에 시간이 맞아서 연락드리고 갔다. 딱히 도와드릴 건 없었지만 지켜보고 마무리 때까지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들이 같이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내게 연락하려 했다고. 같이 일할 사무실을 짓고 있는데 지어지고 연락하려 했다고. 입사한 걸 알고 계셨고 상황상 말을 더욱 하기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그래도 일단 이야기는 해보자고 하셔서 식사하게 됐다.


제안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다니던 회사가 별로였다면 고민하지 않고 옮길 만한. 그렇지만 다니던 회사 또한 내게 매력적인 곳이었다. 인턴 기간은 끝이 다 왔고 결정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진한 고민을 했다. 사람들과 이야기할수록 마음이 정리됐다. 나보다 사람들이 먼저 이야기해줬다. 너의 마음이 이미 정해진 거 같다고.


회사를 나와서 얼마 후에 바로 새로운 곳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훨씬 재밌게 다니고 있다. 내 생각보다 더 배울 것들이 많고 가능성들이 열려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일들도 기대하고 있다.


두드리러 올 만하게


피터 드러커의 말에 내게 있던 일들을 비추어 봤다. 처음부터 선생님들과 같이 일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수업 첫 주부터 매일 영상을 올리기를 권하셨다. 매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올렸다. 수업 끝날 때마다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러다 내게 선생님이 협업 제안도 했다. 그때까지 내가 올리기로 한 영상을 매일 꾸준히 올렸고 매번 질문을 통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회가 내 문을 두드리려면 내 문을 두드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내가 초대했거나 올만큼 매력적이거나 실력이 있거나 기억에 남거나.


내가 어필했던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나는 꾸준히 선생님들에게 존재를 알렸고 도움을 드리기도 했다.


영상을 잘 만든 건 아니지만 하라고 했던 것을 했다. 첫 수업에서 유튜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꾸준함, 성실함이라고 하셨다. 첫 수업 후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블로그 한 경험도 있고, 개인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에 자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100일 동안 영상 올리는 것을 빠짐없이 했다.


만약 선생님이 같이 일할 사람을 구한다면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 유튜브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있고, 유튜브에 영상을 꾸준히 올릴 만큼 성실하고, 자신들과 같이 일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나는 기회가 내게 올 마음이 들 만큼 행동했다. 기회가 찾아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리고 기회가 노크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때에 기회를 초대할 수 있었다.


기회가 정말 내게 와서 노크했을 때 선뜻 문을 바로 열기 어려웠다. 고민의 시간이 있었지만, 문을 열었고 기회는 답례로 내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앞으로 또 어떤 기회가 내 문을 두드릴지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회가 내게 오고 싶은 마음이 들어 찾아왔을 때, 문을 두드렸을 때 열어줄 것이다. 기꺼이 기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다.


위에 적은 기회는 객관적으로 엄청난 기회가 아닐지 모른다. 작지만 '기회'라는 것의 한 단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기회가 어떤 계기로 시너지를 일으켜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내게 또 다른 다음 기회는 책 내기 일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신청한 브런치 무비 패스에 선정됐다. 영화 후기를 쓰는 것이 어떤 기회가 될지 아직 모르지만 열심히 쓸 것이다.


다른 기회로 지금은 자기 책 만드는 수업을 듣고 있다. 이전에 썼던 여행기를 다듬어서(싹 뒤집어서) 일부를 책으로 만들려고 매일 같이 쓰고 편집하는 중이다. 이번에 만든 책이 어떤 판매로도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책 출간의 일부를 맛보았다. 내가 책 출간까지 어떤 걸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배웠다. 이 배움이 다음에 기회가 노크할 때 문을 열게 할 힘이 될 것이다.


기회가 문을 두드리러 올만큼, 기억날 만큼 매력, 실력을 갖추자. 기회가 문을 두드린다면 열어주자. 그렇다면 기회가 내게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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