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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Apr 27. 2017

존재할 것인가 행동할 것인가

행동

첫 번째 원칙은 절대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자기 자신은 속여먹기 가장 쉬운 상대이다. 
- 리처드 파인만


<에고라는 적> 이란 책을 읽고, 많은 아픔이 있었다. '그 누구(무엇) 보다 더 잘해야 하고 더 많아야 하고 또 보다 많이 인정받아야만 하는 것, 내가 가장 중요한, 우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않은 믿음'을 저자는 에고라 정의했다. 


많이 취할수록 숙취 해소하기가 어렵다. 숙취로 안 아프려면 그만 먹고 쉬면서 해장하거나 계속 먹는 수밖에 없다(영원히 안 아플 수 있다). 나는 그동안 내 에고에 깊게 취해 있었다. 내 자신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푼 상태였다. 내가 생각한 나는 제법 대단한 잠재적 가능성을 지녔고, 발현의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펼칠 아니 터트릴 수 있는 이였다. 사회에 나서면서 이 인식이 현실의 필터를 통과하진 못했고 대신 단번에 내 실제를 느끼게 해주었다. 


사회에 나와 지낼수록 내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커졌다. 그 골이 진해질수록 마음은 척박해졌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게 딱 맞았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현실은 평범한데 꿈이 초월적이어서 현실이 비참하게 보였다. 그 꿈에 깊이 취했었고 그 꿈의 이름이 '에고'였다. 내 '에고'가 나를 속였고 나는 내 '에고'에 적극적으로 속았다. 짜고 치는 사기판에 원해서 뛰어든 모습이었다.


이제 이 취기를 없애기로 결심했다. 제법 아프지만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바라보기로 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채우는 삶


이소크라테스라는 고대 수사학자가 한 청년에게 말했다. '자네에게 소박함과 정의로움, 자제력보다 더 좋은 것은 없네'. 이어서 그는 '청년에게 순간의 기분과 쾌락, 고통에 따라서 흔들리지 않도록 자제력을 훈련하라, 생각은 깊고 천천히 하되 한 번 결심한 것은 즉각 실천하라'라고 당부했다.


내가 나를 정직하게 볼 때, 내가 이 청년이라면 당장 가장 필요한 건 자제력이라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 쉽고 간단한 말이다. 이 말이 말은 쉽다는 걸 내 삶이 내게 증명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나의 '이상'의 근거는 나의 오로지 '상상' 뿐이다. 내가 그렇게 상상하니까 나는 그런 존재라고 여기는 태도가 바로 에고에 취한 사람의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실제 내가 이뤄낸 성취'에서 나오지 않으면 실상 아무 근거가 없다.


해야 할 일엔 '행동'이 들어가지 '상상'이 들어가지 않는다. 행동을 하고 상상을 하지 않는 것 그게 회복의 첫걸음이다.


말과 선전으로 행동을 대신하려는 것, 이것은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유혹이다.


말(상상)로 삶을 대신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행동으로 삶을 채우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말 뿐이었고, 삶에 채워진 것은 이미 지나간 메아리뿐이었다.


타인의 믿음과 확신의 말들을 듣고 싶어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한 측면이다. 결국 최소한의 것을 하면서 가능한 한 밖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신뢰를 받으려고 하는데, 나는 바로 이런 측면을 에고라고 부른다.


나는 내 삶을 채우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채우길, 채워지길 바랐다. 그래서 타인의 말을 듣고 싶어 했다. 나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나의 말도 나를 채우지 못하는데 하물며. 누구의 말이어도 말은 말일뿐이다. 


적당히 무언가 하는 것처럼 주변에 말하고 SNS에 올리고 실제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로 가득한 삶. 이런 측면이 저자가 말한 그 '에고'였다.


나는 텅텅 빈 내 삶에 말 대신 행동으로 채우고 싶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타인의 말을 듣기보단 에고가 아닌 나의 말을 듣고 움직이기로 했다. 에고를 뺀  '나'는 내게 코치와 같다. 내 실제 상황을 누구보다 적나라하게 알고 지도할 수 있으니.


에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나의 실제를 알지 못하면 개선할 수 없다. 나를 알기 위해선 동시에 행동해봐야 안다. 내 체력을 알기 위해 뛰어봐야 하고, 근력을 알기 위해 들어봐야 하듯. 나는 어떻게,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해봐야 한다. 행동이 단서다.


사람이 어떤 일에 노력을 들이면,
그 일이 거꾸로 그에게 노력을 들여서 그 사람을 규정한다.
- 프레드릭 더글러스


상상에 노력을 들이면 나는 상상만 하는 사람이고, 행동에 노력을 들이면 나는 행동하는 사람이다. 내 말이 아닌 행동이 나를 규정한다. 당장은 당장의 행동이 나를 규정한다. 에고를 빼고 '나'로 나를 본다면 내가 지금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 하루 시간을 점검하고 있다. 나는 하루의 3분의 1을 자고, 3분의 1을 일한다. 남은 3분의 1 동안 먹고, 씻고, 이동하고, 놀고, 사람을 만나고 읽고 글을 쓴다. 


1차적으로 하루 3분의 1의 시간을 채우는 행동이 나를 규정할 것이다. 그 3분의 1 틈새에 글쓰기를 넣었다. 미루고 미루던 글을 이제야 쓴다. 글을 쓰고 싶단 생각만 몇 달 동안 했다. 타의에 의한 글 말고 자의로 쓰는 글,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참다못해 손을 움직여 글을 쓰고 싶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거나 하는 마음은 없다. '에고'에 깊이 취해 있을 땐 있었다. 지금 브런치 북 프로젝트엔 기대를 걸지 않지만 예전 브런치 북 프로젝트엔 뭔가 내가 당연히 되어야 한다 생각했다. 취미로나마 책을 만들어 본 지금은 안다. 그게 그렇지 않음을.


작가는 쓰는 사람이다. 간헐적 작문이 아닌 지속적인 글쓰기가 작가의 자격일 것이다. '작가' 소리를 듣는 건 모르겠지만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곤 싶다. 그렇게 쓴 글을 사람들이 많이 읽는 건 사람들의 몫이다. 나의 몫은 쓰는 데 있다.


존재할 것인가 행동할 것인가. 인생은 끝없는 갈림길의 연속이다.


'에고'에 취하지 않고 어떤 존재가 되려면 주의할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매몰되지 말고, 어떤 성취를 할 것인지를 추구해야 한다. 존재할 것인가 행동할 것인가. 상상 속에만 존재할 것인가 현실에서 행동할 것인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꿈꾼다면 그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을 걸어야 한다. 꿈은 클 수 있다. 행동은 작아야 한다. 너무 커서 움직이지 못할 몽상보다는 더 작아도 행동할 수 있는 생각이 낫다. 멀리 보되 걸음은 한 걸음씩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헤르만 헤세


상상의 알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결국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힘겹게 알을 깨고 나와 여린 속살을 현실에 마주하며 두 발로 서는 투쟁이 있지 않고선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이제 조금씩 내 에고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아가려 한다.


바라기는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이길 바란다. 꾸준히 쓰고, 피드백을 받고 노력하다 보면 나아지리라 믿는다.


매일 글을 발행하긴 어렵지만 매일 쓰고 다듬을 수는 있다. 오늘부터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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