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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Oct 08. 2017

사장이 되거나 사장처럼 일하거나

전문

지난 금요일에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 요약 영상을 보았고, 토요일에는 같은 회사 장인성 마케팅 이사의 마케팅 강연을 들었다. 둘의 주제는 달랐지만 그 안에 담긴 공통된 의미가 있었다.


우아한 형제들의 사장과 직원이 업에 관해 같은 결의 이야기를 할 때 흥미로웠다. 그리고 둘은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다. 사장은 사장답게, 직원은 사장처럼.


올해 7월 배달의 민족 치믈리에 자격시험 행사가 있었다. 새로 들어온 이들의 워크숍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로 기획했었다고 한다. 처음엔 장난스레 기획한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내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람들이 진지하게 몰두해서 참여하는 걸 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마케터 카톡방에서 마케터들이 아이디어들을 툭툭 던진 걸 장인성 이사가 내용을 모아 간추렸다. 지나가던 김봉진 대표를 따라 걸어가며 이런 걸 해볼까 하는데 어떨지 물었고 허락받은 후 바로 공식 행사로 진행했다고 한다.


장 이사가 말한 치믈리에 행사 이야기 중 기억에 남은 건 다른 직원들이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작은 거 하나하나 신경 써서 준비했다고. 디테일하게 준비했다고 하는 이벤트는 많이 있지만 배달의 민족은 유별나게 디테일을 끝까지 챙겼다.

자세히 보면 종이컵에 '잔'.. 출처 : 배달의 민족 페이스북
생수병, OMR카드, 수험표, 컴싸펜까지 신경 쓴 디테일을 보라. 출처 : 은솔님 블로그 주소는 하단에
마지막 꽃가루도 그냥 사각 종이가 아니다. 출처 : 은솔님 블로그 주소는 하단에


생수 하나도 그냥 두지 않고 행사 당일 라벨 다 떼서 새로 붙였다. 마지막에 날리는 꽃가루마저도 하나하나 닭 다리 모양으로 잘랐다. 이사는 그렇게까지 하라고 시키지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해야겠다고 자원해서 하는 직원들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행사 마지막 때 뿌리는 꽃가루까지 신경 쓰는 디테일의 출처는 무엇일까?


배달의 민족은 B급 감성을 추구한다. 장 이사가 말하는 B급은 A급보다 못한 게 아니다. 단지 보편적인 정서인 A급을 따르지 않고 나다운 걸 추구하는 것이 배달의 민족의 B급 감성이다. 예를 들어 부자가 되고 싶다는 보편적인 정서이지만 나는 가난해도 즐기며 살겠다는 보편적이지 않은 나다운 감성이다. 배민은 그렇게 배민의 감성을 추구한다.


B급 감성은 A급 디테일을 만날 때 빛을 발한다. 남들과 다르지만 남들보다 못하면 더 허접한 느낌을 준다. 남들과 다르면서 남들보다 나으면 그 대비에서 오는 놀라움을 크게 받는다.


행사 하나를 해도 자기답게 동시에 최고답게 하는 게 B급 감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법이다. 어떻게 보면 쓸고퀄일 수 있다. 장난스러운 치킨 맞추기 시험을 치믈리에 자격시험으로 바꾸어 진지하게 시험 보고 자격증까지 주는 과정이. 그 이질적인 모습에서 배민다움을 느낀다. 배달의 민족만이 할 수 있는 느낌.


행사 하나를 호텔에서 진행하면서 멋진 대형 현수막까지 출처 : 배달의민족 페이스북
발급번호까지 나오는 자격증을 준비한다고 한다


우아한 형제들 직원들은 어떻게 이렇게 일할 수 있을까? 그들이 배달의 민족 사장도 아니고, 돈을 더 준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 힌트는 회사의 대표에게서 찾을 수 있다. 김봉진 대표는 세바시 강연에서 사장이 되는 세 가지 방법을 이야기한다.


김봉진 대표의 풀강연을 듣고 싶다면 출처 : 세바시 유튜브


첫째는 사장 자녀로 태어나는 것, 둘째는 하버드 가서 MBA하고 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우리 같은 99%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셋째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최고가 된다는 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그 일을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다. 3개월, 1년 정도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그 일을 좋아하는 것.


신발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면
신발 정리를 세계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렇게 된다면
누구도 당신을 신발 정리만 하는 심부름꾼으로 놔두지 않을 것이다
_ 고바야시 이치고, 한큐 철도 설립자


그리고 어떤 일을 맡아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하는 것이다. 최고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좋아서 시작한 일도 막상 시작하면 그렇지 않은 일을 해야 할 경우가 더 많다.


나는 커피 마시는 것과 커피 내리는 일을 좋아한다. 커피 관련한 일을 해볼까 하고 카페에서 일을 해봤다. 카페에서 해야 할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달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할 일과 비교할 때 아주 적은 비율이었다.


카페에서 할 대부분의 일은 손님 응대, 설거지, 가게 정리 등이었다. 나는 매 순간 웃으며 응대할 자신이 없었고 커피 외에 음료를 만드는 게 즐겁지 않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커피는 내게 업이 아니라 취미라고 정리하게 됐다.



탐색을 마치고 어떤 일을 하기로 했다면 이제 그 일을 끝까지 좋아하도록 해야 한다. 어쩌면 좋아하는 마음까지 가지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 한순간의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일을 결정한다면 끝끝내 우리는 실력을 쌓을 시간을 가질 수 없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냥 그 사람에게서 느끼는 호감으로 좋아하는 것과 그 사람의 많은 것들을 알아가면서 누리게 되는 즐거움과 깊어진 마음은 다르다. 전자는 자연스레 얻어지는 환희라면 후자는 여러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나오는 기쁨이다.



45년 동안 심리학을 가르친 배리 슈워츠는 직업을 좋아하는 마음이 갑자기 생길 거라는 신화도 (완벽한 연애 상대가 나타날 것과) 비슷한 종류의 문제라고 말한다. "한동안 일해보고 상당히 깊이 관여해봐야 미묘한 사항들을 알게 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많은 일이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재미없고 하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처음에는 몰랐던 많은 면을 알게 되고, 결코 이런 점들을 완벽히 해결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려면 그 일을 꾸준히 해봐야만 합니다."

<그릿> 140쪽


많은 사람에게 열정은 '열중'이나 '집착'과 동의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과 면담하면서 성공의 조건을 물어봤을 때 그들이 언급한 열의는 다른 종류였다. 그들의 발언에서는 열정의 강도보다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은 '열정의 지속성'이 자주 언급됐다.

<그릿> 88쪽


김 대표는 '창업이란 최고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맞닥뜨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대표 본인이 했던 창업이 자신이 최고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속해서 노력을 이어가면서 회사를 꾸려갈 때 회사에는 같은 노력을 하는 직원들이 들어왔다.


배달의 민족 이야기를 들으면서 흔히들 말하는 '사장처럼 일하기',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기'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우아한 형제들의 직원 모두가 창업을 하고 싶은 건 아닐 거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좋아하며, 최고가 되려고 노력할 뿐이다.


지금 나도 당장 사장이 되고 싶거나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다. 나는 지금은 실력을 쌓고 싶다. 맡은 일을 끝까지 좋아해 보고 싶다. 배달의 민족 직원들이 마치 사장처럼 끝까지 디테일에 매달린 것처럼.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좋아하고, 최선을 다해보자.


사장이 되고 싶다면 사장처럼 일하는 법을 배워야겠지. 지금 맡은 자리에서 사장처럼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창업해서 사장 자리에 오른다고 바로 그렇게 일할 수 있지 않을 테니깐.


사장이 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진짜 사장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0월 17일에 5명의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세바시와 배달의 민족이 함께 무려 무료 강연을 열었다.


정말 사장이 되고픈 마음이 있다면 없는 시간을 내어 와서 이야기를 듣고 연사와 이야기를 한다면 이런 글 100편 읽는 것보다 훨씬 값진 지혜들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연사들과 네트워킹 될 수 있는 기회이고.


바로 참가 신청을 해보도록 하자. https://goo.gl/yJzGmT







우아한 형제들의 장인성 마케팅 이사의 강연을 들었다. 내 업이 마케팅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결국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에 마케팅을 배우고 싶었다. 동시에 나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둘을 함께 엮은 배달의 민족의 마케팅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배달의 민족이 했던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로 강연 전반을 진행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일, 업 자체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나는 왜 일하는가', '우리의 일은 무엇인가'라는 주제가 그 속에 담겨 있었다.


연사가 강연으로 준비해온 내용도 알차고 재밌었지만 진짜배기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답변의 내용은 즉흥적이라기보단 평소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온 내용이란 느낌이었다. 그때 배우고 들은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내용에 내 생각을 담아 2-3편의 글을 쓰려 한다.






사진 출처 : 은솔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reeabby/221058247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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