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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Aug 20. 2017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해야만
잘할 수 있다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 신영준 저, 1장 믿음 편을 읽고 쓴 글입니다.



내 주위에는 게임을 좋아해서 매일 같이 함께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나를 빼고! 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버워치'를 죽도록 하더니 이제는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다 같이 하더라. 같이 게임을 하는 두 명의 친구를 만났다. 둘은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서로 잘했느니 못했느니 웃으며 농담하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그럼 같이하는 친구 중에 누가 제일 잘하냐고.


친구는 답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다들 비슷하다고, 일단 좀 더 해봐야 게임이 될 거라고. 이 친구들은 오버워치를 처음 했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처음엔 다들 못하지만, 일단 하다 보면 곧잘 하게 될 거라고.


 많은 사람이 게임을 좋아한다. 거의 모두가 처음 하는 게임은 처음엔 다 같이 잘 못 한다. 모두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모두 자신이 게임을 하다 보면 실력이 늘 거라는 걸 당연하다고 전제한다는 것이다. 나는 게임에 재능이 없다, 게임을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은 못 봤다(그런 사람은 애초에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다. 즐겁자고 하는 게임이니깐). 


다들 처음엔 못하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열심히 하다 보면 전국 1등은 아니어도 같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잘하는 축에 속할 거라고, 최소한 자신이 발전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모두가 가진 이 '기대' 덕에 다들 꾸준히 연습하게 된다. 


게임과 공부는 종목이 다를 뿐 핵심 원리가 닿아있. 공부든 게임이든 내가 하는 것이고 내가 하는 건 결국 뇌가 하는 것이다. 뇌가 제대로 일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있다. 내가 꾸준히 제대로 하면 잘할 수 있다는 '기대' 혹은 '믿음'이다. 


이 '기대'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에도 게임에서 답을 찾아보자.


튜토리얼, 작은 성공으로 기대를 심어주기


한참 오버워치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을 때 나도 친구들 따라 피시방에 가서 해봤다. 못 하면 욕먹는다길래 실력이 좀 있던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먼저 하기로 하고, 처음 하는 나는 튜토리얼부터 하기로 했다.


튜토리얼. 대부분 게임들을 시작하면 있는 단계. 튜토리얼의 뜻은 튜터의 가르침이다. 튜터는 개인 지도를 해주는 사람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실제 사람이 개인 지도를 해줄 수 없으니 시스템 안에서 개인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과정을 마련한 게 게임 속 튜토리얼이다.


튜토리얼은 정말 단순한 과정이다. 어떻게 움직이고, 총을 쏘고, 필살기를 쓰는지 쉽게 설명해준다. 하나씩 따라 하고, 따라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가르쳐준 다음 아주 쉬운 과제를 풀게 해서 복습도 바로 시킨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능숙하진 않지만 처음 플레이할 때 낯선 기분은 사라지고 어느새 조금 익숙해져 있다. 튜토리얼의 설계 원리는 초보자들도 쉽게 해낼 수 있는 미션을 주어 작은 성공을 여러 번 경험하게 해서,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 믿음을 주는 데에 있다.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못 하게 하면 누가 그 게임을 계속할까?(물론 다크소울처럼 초보자는 쉽게 기대를 할 수 없는 거로 유명한 게임도 있다...)


튜토리얼을 통과한 다음엔 나처럼 초보자들이 뭉쳐서 쉬운 수준의 컴퓨터를 상대한다. 그다음 중급, 고급 난이도를 능숙하게 통과한다면 실제 사람과 대전을 벌이면 된다(튜토리얼 후에 바로 사람과 붙을 수도 있다).


처음 시작한 사람과 튜토리얼을 끝낸 초보는 둘 다 잘하지 못하단 점에서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 처음 시작한 사람은 자신이 이 게임을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맞는지 모른다. 튜토리얼을 한 사람은 처음과 달리 자신의 실력이 늘 거란 기대를 은연중에 할 수 있게 된다. 


게임에 익숙해진 다음 게임을 잘하려면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가기 전에 게임에 장벽을 느낀다면 잘할 여지는 없다. 좋아할 여지는 더더욱 없고.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유저가 게임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넣은 여러 장치 중 하나가 튜토리얼 같은 작은 성공의 경험으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이고. 게임을 만들 때 의식하고 만들진 않았겠지만 이 작은 성공 경험의 누적은 게임에 관해서 유저가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게 한다. 


고정형 사고방식 그리고 성장형 사고방식


심리학자 캐롤 드웩은 사람은 자기 존재에 관해 두 가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을 고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능과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타고난 대로 고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고정형 사고방식'이라고 한다. 반대로 지능과 성격도 변하며 노력만 한다면 모든 사람은 변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성장형 사고방식의 근거는 '뇌 가소성'이란 과학적인 연구에 있다. 뇌는 근육과 같아서 연습하면 할수록 단련이 된다. 심지어 해부학적으로 뇌 모양 자체가 변한다. 특정 연습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뇌 '모양'이 다르단 말이다. 뇌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만이 잘할 수 있다


'사실'은 사실이지만 사실을 믿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선택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있어도, 네모라고 믿는 사람은 바다 너머로 갈 수가 없다. 둥글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세계를 누빌 수 있다.


단련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실제로 뇌가 달라져서 달라질 수 있다. 단련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애초에 단련하지 않기에 달라질 수가 없다.


게임을 처음엔 못 해도 하다 보면 실력이 늘 거로 생각하는 사람은 늘 것이다. 공부를 처음에 잘 못 해도 하다 보면 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하는 사람은 늘 것이다.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예 하지 않거나, 제대로 하지 않아서 결국 늘지 않는다. 늘지 않으면 나는 역시 안 변한다, 늘지 않는다고 자신을 단정 짓고 다음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이제는 늘 여지가 없게 된다.


사고방식의 마태 효과


'마태 효과'라는 말이 있다. '마태 효과’는 성경 마태복음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라는 마태복음 25장 29절 구절에서 따왔다. 쉽게 말해 부익부 빈익빈을 의미한다.


사고방식도 부익부 빈익빈이 생길 수 있다.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지면 계속하면 늘 것을 알기에 계속 시도한다. 시도하면서 실력이 자란다. 고정형 사고방식은 잘 안 되면 재능이 없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한두 번 해도 안 되면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안 하게 되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 


두 태도의 본질적인 차이점은 실패에 대한 관점이다. 고정형 사고방식은 타고난, 고정된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실패하면 자기 존재 자체에 무능감을 느낀다. 실패를 회피하고 어떻게든 성공만 하려고 한다. 성공하지 못할 것 같으면 포기하거나 안 될 사람은 안 된다고 합리화하거나.



실패=경험 
경험의 누적=성장 
성장의 누적=성공 
결국, 실패의 누적=성공 
<두근두근> 4쪽

성장형 사고방식은 계속하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성장 과정에서 실패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시도한다. 실패에서 고칠 점을 배워 다시 시도한다. 결국 성장한다. 사고방식 하나의 차이로 어떤 사람은 계속 정체되고 어떤 사람은 계속 성장한다. 뒤집어 표현하면 어떤 사람은 성장을 멈추길 선택했고 어떤 사람은 성장하길 선택해서 선택대로 된 것이다.


성장형 사고방식은 나에게 잠재력이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각성'이 있을 때 생긴다. 무언가 시도를 하다 보면 내가 다음 단계를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이것을 해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다.


일상에서 '각성'을 해보자. 내가 경험한 각성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고 한다. 바로 '정리'다(부모님이 읽으면 동의하기 어려우시겠지만).


정리하는 게 귀찮아서 그렇지 정리된 걸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귀찮음이 꽤 커서 이걸 넘어서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정리에 관한 책 몇 권을 읽었는데 그중 기억 남는 제안이 하나 있었다. 인지심리학을 이용한 방식이었는데 쉬워 보였고 밑져야 본전이니 따라 해봤다.


처음엔 일어나면 이불 개기였다. 딱 그것만 하는 것이다. 어차피 다시 잘 건데 이불 갤 필요 있나 생각하며 살았던 내가 매일 그냥 일어나서 이불을 갰다. 단정한 침대를 보니 산뜻했다. 별 것 아니고 기분이 괜찮으니 금방 습관이 됐다. 


다음 단계는 책상에서 정리할 거 한 가지만 치우기였다. 펜 하나가 따로 나와 있으면 제자리에 두는 것. 딱 한 번만 하는 거였다. 근데 사람이 펜이 두 개 나와 있는데, 하나만 하고 말진 않는다(처음엔 진짜 펜이 몇 개건 하나만 하기도 했다). 펜 정리를 하고 보니 책상이 좀 깔끔해졌다. 근데 아까 먹고 남은 과자 봉지가 눈에 보인다. 그냥 시작한 김에 치워 버린다. 그랬더니 말끔한 책상이 됐다. 


이쯤 되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리하는 걸 귀찮아하고,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정리하는 걸 괜찮아하고 있었다. '나도 정리를 할 수 있구나, 곧잘 해내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정리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지금도 정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정리할 때도 있지만 비율상 안 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3년 전 정도의 내 모습과 비교하면 지금은 거의 결벽증 초기 정도랄까? 요새는 틈만 나면 청소기를 돌리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정리 습관을 들이다 보면 언젠가 정리를 곧잘 하는 사람이 되리라 생각한다.


게임이든 정리든 공부든 무엇을 하든 잘할 수 있으려면 자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필요하다. 작은 성공을 통해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춰야 성장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잘 해내고 싶은 게 있다면, 잘 해낼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내가 가졌는지 돌아보자. 공부라면 나도 열심히 제대로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잘 믿기지 않는다면 작게 쪼개서 작은 성공을 경험해봐야 한다. 고정형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면 작은 성공의 누적이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차차 변화시킬 것이다. 그러면 실패에 대한 관점도 바뀌고, 계속 시도를 하며 성장에 이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잘 해내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댓글로 생각을 같이 나눠 주시면 글이 좀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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