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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Oct 13. 2018

<에브리데이>발랄하고 꽁냥한 사랑학개론

10대에게 배우는 사랑의 본질

스포일러 없는 간단한 평 : 영화 평점 3.5 / 5.0 (점수 비교 : 인랑 0.5/5.0, 라라랜드 4.5/5.0)


<뷰티 인사이드> 생각나지 않을 수 없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소재가 비슷해서 겹쳐 보이지만, 스토리 구성 방식이 제법 다르기에 생각나지 않게 된다. 가볍게 진행되지만 가족, 연인, 사랑 등에 관한 고민을 재밌게 동시에 예상보다 깊은 성찰로 이끌기도 한다. 사운드트랙도 힙한 느낌을 준다. 하이틴 로맨스에 맞게 꽁냥 및 다양한 감정 변화를 잘 살려주는 트랙들. 다 보고 나면 '쩐다'는 아니어도 '재밌게 잘 봤다' 할 수 있을 듯하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브런치 시사회 제안을 받기 전에 페이스북에서 영화 예고편을 봤다. <뷰티 인사이드>를 리메이크한 건가? 했었지만, 느낌이 좋았다. 가볍게 볼 수 있는 하이틴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진행하면서 단순한 학생 로맨스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스토리도, 몸이 바뀌기 때문에 필요한 행동들에 관한 디테일도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전체 흐름에 붙어 있는 내용들과 결들을 통해 영화가 말하는 사랑에 관해 생각해보게 됐다. 다른 스토리 리뷰보다 영화를 보고 생각했던 사랑에 관한 내용 7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1. 사랑의 핵심은 상대에 대한 관심에 있다. A는 처음 볼 때부터 시종일관 리아넌에게 맞춘다. 저스틴을 좋아하던 리아넌은 저스틴에게 무조건 맞추려 하지만, 저스틴에 들어간 A는 무엇을 하든 리아넌에게 맞췄다. 사랑은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맞추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강요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시청자 고민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한 남편 이야기가 나왔다. 돈가스를 너무 좋아해서 대부분 식사를 돈가스로 하는데, 여행을 가서도 돈가스를 먹으려 한다고. 아내는 돈가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도, 맞춰줬지만 힘들어서 고민 의뢰를 했다고.


조증이 생긴 아빠가 이상하다고, 동정만 할 뿐, 심부름만 시킬 뿐. 아빠가 지금 뭘 좋아하는진 아무도 몰랐다. 무슨 그림을 그리는지 왜 그리는 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A가 리아넌에게 들어갔을 때에서야 알게 됐다. A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리아넌네에 사랑이 피어올랐다. 무관심한 상태가 됐다 해도, 계기가 있다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2. 사랑한다면 표현해야 안다, 그래야 한다. 마음이 없으면 표현하지 않는다. 저스틴은 표현하지 않았다. 마음이 있는 리아넌만 표현했을 뿐. A는 리아넌을 보자마자 표현했다. 몸이 바뀌어도, 어디에 있어도 리아넌에게 달려가서 마음을 표현했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연인과 사랑만이 아니라 가족도 마찬가지다. 표현하지 않을 때 리아넌의 가족 사이엔 사랑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자 사랑이 있는 가족으로 다시 돌아갔다.




저스틴은 리아넌을 소유하고 싶어 했다.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에 분노했다. 리아넌 자체엔 관심이 없었다. 자기 욕망에만 관심이 있을 뿐. 몸을 원할 뿐 마음을 원하진 않았다. 리아넌이 뭔가 달라진 것 같아서, 자기 멀어질 것 같아서 표현했다. 자신의 욕망을 못 채울까 싶어서였지, 리아넌에게 사랑을 표현한 건 아니었다.


3.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저스틴은 리아넌 주변에서 평이 안 좋았다. 리아넌도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이 있어 끝낼 수 없었다. A는 저스틴에 들어갔을 때부터 저스틴이 별로였음을 알았다. 헤어지길 계속 권했다. 리아넌 몸에 들어갔을 때 저스틴과 헤어질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 리아넌이 직접 하기를 기다렸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사이는 사랑하는 사이밖에 없다. 가족과 연인, 친구뿐. 반대로 기다릴 수 없다면 이름뿐인 관계일 수 있다. 서로를 바라보고 기다려주면 달라질 수 있다. 노력하면 된다. 아빠에게 관심 무기력하게 게임만 하던 삶에서 벗어나 요리를 한다.


동시에 사람은 결국 계속 변한다. 내가 사랑했던 '한 모습'이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젊어서 결혼해 늙어서까지 이어가려면, 젊었을 때 외모만 사랑해서는 이어갈 수 없다. 변하기를 기다림도 중요하고, 변화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4. 사랑엔 비이성적인 면이 있다. 특히 초창기에는. 리아넌이 A의 정체를 못 믿다가 믿어지게 된 과정이 그렇다. 이성적으론 믿을 수 없는 데, 분명 A라는 존재에 마음이 생겨서 믿어지게 되는. 스스로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리아넌이 A가 믿어지는 자신이 미쳐가는 것 같다고 한 것처럼. 사랑에 빠지면 믿어지지 않는 게 믿어지고, 믿을 수 없던 사람을 믿게 된다.


5. 비이성적인 사랑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 사회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사랑에 빠진 초기에 튀는 불똥으로 불을 피워야 한다. 계속 불똥만 튀게 해선 오래갈 수 없다. 함께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A는 내일을 기약하지 않았다. 리아넌은 미래를 바라보며 공부를 열심히 했다. 사랑에 빠지자 리아넌은 온통 오늘 혹은 A와 함께 할 내일만 생각하게 됐다. A는 점점 미래를 고민하게 된다. 비이성의 거품이 사라지고 리아넌도 조금씩 이성을 되찾는다. 둘은 함께 미래를 고민한다. 친구랑 학교 모두에 소홀해졌으니.


오래 가는 사랑을 하고 싶다면 아래 강연 영상을 들어보자.

https://youtu.be/3CN9DdATYk0


6. 사랑은 상대의 유익을 구해야 한다. A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알렉산더에게 들어갔다. 괜찮은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마음도 아마 알았을 것이다. 자신과 리아넌은 지금처럼 계속 만날 수 없으니깐. 내가 슬프더라도 그게 리아넌에게 좋은 일이니깐.


내가 유익할 것 같지 않으면 이별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의 유익이란 건 가족 사이에서 표현하면 심부름도 의미할 수 있다. 아빠가 뭔갈 사오는 게 힘들다면 대신 사오면 된다.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상대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는 걸 하는 것.




7. 외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게 사랑의 본질이다. 사랑은 외면으로만 규정지을 수 없다. 외면이 달라져도 그 안의 영혼 같은 무언가가 있으니. 리아넌이 매일 달라지는 A를 보며 배운 것. 성소수자인 친구에게 들어갔을 때도 배웠다(물론 스파이더맨 친구 역을 했던 제이콥 배덜런에겐..). 그덕에 엄마도 아빠도 달라졌음을 인정하고 지금 있는 자체를 사랑하라고 할 수 있었다.



저의 다른 영화 리뷰를 보고 싶으시다면 :

https://brunch.co.kr/@chaeminc/534

https://brunch.co.kr/@chaeminc/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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