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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Oct 26. 2017

서로의 삶에서 삭제된 사이

최근에 한 사람에게 페이스북 친구 삭제를 당한 것을 알았다. 한때 교류가 있던 사이였다. 따로 만나서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오프라인에서도 각자의 피드에서도 왕래가 사라졌다. 페이스북상에서 자연히 관심 밖인 사이가 됐다.


어느 날 다른 이의 게시글에 있는 걸 보고 그이의 이름을 봤다. 들어가 보니 우린 친구가 아니란 걸 알았다. 애석하게도 그때 든 생각은 그럴만한 사람, 그럴만한 사이였단 것과 그 사람과 절연하게 된 것이 내게 별다른 의미가 없다 싶었다. 그이는 그래도 될 만한 사람이었다.


같이 있던 시간은 진심이었다. 건넨 말도, 주고받은 미소도, 함께 확신했던 즐거움도. 그 시간과 그 사람을 이제는 삭제되어도 대수롭지 않게, 시쁘게 여긴 자신이 마음에 차지 않아 시뻤다.


페이스북에 나오는 과거 오늘 있었던 추억을 매일 잠깐씩 본다. 몇 년 전 오늘만 해도 살가웠던 사이를 본다. 같이 웃으며 찍었던 사진들이 있다. 시간이 흘러 애써 서로가 서로를 삭제하지 않아도 어느새 서로 삶 속에서 삭제된 관계임을 보여준다.


한 명씩 삶에서 사라질 때마다 예전에 오갔던 대화와 웃음들이 새겨진 기억의 틈틈이 괜히 더 텅 비어 보인다. 추억에 머물던 서로에게 쏟았던 관심과 시간과 마음들이 사라지니 빈틈에서 무의미함의 냉기만 느껴진다.


하나둘 생긴 틈에서 찬기를 느낄 때마다 괜히 사람 사이에 차가워지는 건 아닐까 싶어, 지금 만나는 이들에게 열심히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지금의 순간들도 비워질지 모른다. 지금 만나는 이들의 온기로 비워진 냉기를 채우듯, 그때 만난 이들로 그때 비워진 공간을 채워야겠지. 비워짐에 슬퍼만 하지 말고 그래도 다시 채울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지.


* 시쁘다 :  1 . 「…이」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시들하다.

                 2 . 껄렁하여 대수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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