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적기 위해 달력을 보다가 알았다. 한 해의 반이 끝나가는구나. 내 20대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있으면 앞자리가 바뀔 것이다.
스무 살의 내가 본 20대 중반인 형, 누나들은 어른스러워 보였고 30살은 내게 완전 어른이었다. 그 나이가 되면 승급이 되는 것처럼 '30살', '30대'라는 직함을 달고 새로운 인생의 단계를 가는 거로 생각했다.
20살의 내게 25살은 금방 왔다. 내 기억에 있던 형, 누나의 모습과 달리 나는 아이였다. 나에 대해서도, 내 삶에 관해서도 잘 몰랐고 그제야 알아가는 중이었다. 이제 곧 20대 후반으로 다가가는구나 했다. 이렇게 가다 보면 30대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궁금함의 여운이 채 가기도 전에 어느덧 30살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어른이란
29살이 되면서 많은 책을 읽었다. 나의 발전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몇 번 시도해보았다. 어떤 것들은 도움이 되었고 어떤 건 전혀 내게 맞지 않았다. 여러 길을 통해 나의 20대를 돌아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면 괜찮을지 이제는 조금 알게 됐다.
그 덕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이제 많이 생겼는데 이룬 모습은 거의 없었다. 이제는 30대가 됐다고 사람의 자질, 인격, 인품이 완성되는 게 아님을 안다. 30대가 된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었다. 어른은 어떤 부분에선 꼭 나이와 관련 있는 건 아니었다.
내게 어른은 자기 삶의 소명 곧 Why를 알아서 What과 How를 알고 실행하는 사람이다. 인생의 여정 가운데 자신이 어디로 갈 지 알고, 어떤 길로 어떻게 갈지 정해서 자신의 짐을 진 채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사람. 관건은 어떤 나이에서든 성장하고 성숙하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30대가 될 내가 20대의 나에게 이제야 알게 된 걸 가지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바뀌지 않을 과거를 바라보기보단 바뀔 수 있는 미래를 보는 게 낫겠다.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를 하기보단 '한다면 좋을 거야'라는 제안을 다가올 나의 30대에게 해주고 싶다.
20대의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30대의 나에게 최적의 교사와 반면교사일 것이다
새로운 30대를 내가 어떻게 보냈으면 좋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의 20대를 돌아보면 30대를 보낼 때 필요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과 경험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앞으로 내가 읽은 책과 읽은 내용을 통해 나에게 해줄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내게 인상 깊었던, 생각을 바꾸고 삶을 달라지게 했던 책을 선정하기로 했다. 30대의 나도 읽었으면 하는,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책들을 고르기로 했다.
책 덕에 바뀔 수 있었던 좋은 것들과 다양한 교육이 당장 필요할 것 같은 과거의 흑역사들은 나에게 최적의 교사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건 나를 제일 잘 아는 이가 해주는 이야기다.
연재될 글은 내가 나에게 '나는 이렇게 살아보면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이 보는 공간이기에 드는 두려움도 있다.
도움을 주기보단, 도움이 되기를
우린 우리가 되고자 하는 혹은 좋게 여기는 어른을 '성숙한' 어른이라고 표현한다. 반대로 어른이긴 한데 성숙하지 않은 어른도 있다는 이야기다. 쌓인 나이만큼 성장하지 못한 거로 보인다는 말이다.
성숙하지 않은 어른, 곧 '나이'는 어른인데 성숙하지 않은 이가 자신을 스스로 '어른'으로 여기며 소위 훈수 두는 것을 사람들은 참 싫어한다.
나는 내 글이 그런 글이 아니길 바란다. 이미 어른이 된 것처럼 훈수 두는 글이 아니길 바란다. 조언 어린 충고라며 한껏 '꼰대'스러움을 풍기지 않길 바란다. 바라지 않는 이에게 굳이 하는 조언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폭력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단 도움이 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꼭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이를 위한 건 아니다. 어떤 분기점을 넘기는 자리에 있거나 갈림길에 서 있다면, 혹은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면.
이 글이 잠깐의 가이드북이 될 수 있으면 만족한다. 각자의 삶의 여정을 걸어갈 때 어떤 한 코스는 같이 걸어갈 수 있다. 그 잠깐인 동행의 시간에 가이드북을 같이 보고 함께 걷는 정도면 좋겠다.
저기에 언덕이 있고, 샘물이 있고, 쉴 곳이 있다고 공유하며 같이 가보거나 여정을 수월하게 해주는 요령들도 적혀 있어 같이 해보고. 갈라진 길에 와서 각자 가야 할 때면 헤어져야 하지만, 서로의 여정에 응원 하며 인사할 수 있도록.
보고 싶은 마음도 없는 데 내 글을 억지로 쥐여줄 수는 없다. 나는 그저 써서 비치할 뿐이다. 마음이 동해 한 번 읽어봤고, 괜찮았다면 이 연재 글이 끝날 때까지 정도는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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