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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Nov 22. 2017

서로 다른 취향에서
서로의 취향 알기

서로 다른 시선에 따른 어려움

"핵망각이네" "보고싶.."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다. 같이 먹은 형과 함께 '저스티스 리그' 대형 포스터를 보면서 두 말을 동시에 뱉었다. 


내가 살짝 먼저 말했고 형이 따라 말했다. 나는 형의 말을 듣고 '앗, 아..' 무안한 마음에 말을 에둘렀다. 형은 '저거 보고 싶더라'라고 말을 이었다.


한 영화를 보고 아예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음을 생각 못 했다. 듣고 보면 당연한 말인데 순간엔 그렇지 않았다. 재미없을 거란 내 생각은 당시엔 거의 진리에 가까운 확신이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만한 거였다. 


확신의 근거는 없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그런데도 나는 그게 누구나 그렇게 느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 건 아니지만 내가 말을 한 이유는 내 생각에 동의 혹은  바란 거니깐.


영화 포스터를 보고 든 내 생각은 예고편을 보면서 확신에 확신을 더했다. 그 후 뒤따른 영화평들을 볼 것도 없이. 대중의 평은 이번에 나와 비슷했지만 그런 중에도 재밌게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에겐 돈을 주고 보라고 해도 안 볼 영화가 누군가에겐 돈 내고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그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학생 예비군 시간에 한 노인 남자 강사분이 강연을 했다. 애국과 자기계발, 한국형 노오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런 강연을 하고 돈을 받으려면 군부대에 미리 돈을 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용도 편파적이고, 허술했으며 전달 방식도 권위적이었다. 자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스트레스로 오히려 잠이 안 왔다.


다 마치고 예비군 후기를 적는 시간이 있었다. 강연자에 대한 피드백을 한껏 적었다. 같이 앉은 사람들이 순서대로 내고 나갔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낸 것을 보게 됐는데 '감명 깊은 강연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어떻게 그 강연을 그렇게 들을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들을 수 있다. 나처럼 듣는 게 정답이 아니니깐.


극악 범죄를 찬양하는 것처럼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의견 대립은 취향 존중 선에서 정리된다. 이성적으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자주 그 취향의 부분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나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 콘텐츠를 만드는 곳에 있다.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없겠지만 다수의 마음에 들길 바라야 한다. 취향은 개인으로 보면 다 달라 보이지만 전체로 보면 겹쳐 있는 부분이 있다. 겹친 부분을 대중 취향이라고 하자. 그럼 대중 취향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계속 대중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훈련해야 한다. 감을 길러야 한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그 콘텐츠가 어느 기간에 어느 정도 수치를 기록할지 예측해봐야 한다.


나의 시선이 보편적 시선이 아닐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의 취향이 마이너할 수 있다. 나에겐 내가 세상의 중심이지만 세상에서는 안 그런 부분이 많다. 나를 중심으로 대중 취향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게 너무도 많다.


회사에선 이런 내기를 한 적이 있다. 이번 콘텐츠가 24시간 이내에 얼마나 조회 수를 올릴지. 최근엔 내가 맞혀서 이겼다. 나름 심사숙고한 결과가 맞아서 기쁘지만 다음을 장담할 수는 없다. 다수의 반응은 사실 쉽게 예측할 대상이 아니니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도 감각을 기르고 싶다면 이런 훈련도 재미 삼아 해볼 수 있겠다. 이번 주 개봉 예정 영화를 쭉 모아서 각 영화의 흥과 망 또는 어느 정도 흥할지 예측해보는 것.


예측이 맞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대중의 마음을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오히려 틀린 뒤 왜 틀렸는지 분석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내가 놓친 대중 취향은 맞혔을 때보다 틀렸을 때 좀 더 명확히 드러난다.


'왜 이런 걸 좋아할까', '저번과 다른 게 거의 없어 보이는 데 어떤 부분에서 반응한 걸까?' 등을 유추해야 한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일 때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따져볼 좋은 기회다.


서로 다른 취향이 있다는 모두 안다. 동시에 '트렌드'로 불리기도 하는 대중 취향이 있음도 안다. 서로 동시에 같이 좋아하자고 아닌데 이야기 하다 보면 '나는 이걸 좋아해' '너도?' 처럼 대부분 좋아하고 있는 있다. 의도적으로 대중 취향을 만들긴 어렵지만 교집합에 들어가는 불가능하진 않다.

들어가려면 감이 있어야 한다. 감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훈련을 해야 한다. 책을 많이 읽고 뉴스를 보고 SNS를 둘러보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가 대중 취향을 안다는 교만의 저주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다음 내기에는 과연 다시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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