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몫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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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나
브런치에 써온 278편의 '에세이'로 포장하는 중구난방의 글들을 애정 한다. 다만 브런치를 이용하면서 많은 혜택을 누렸지만, 못 누려본 딱 하나 '브런치북 프로젝트' 입상... 을 위해선 뚜렷한 주제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될 거란 김칫국을 혼자 마시면서 쓰고 있다).
나조차도 하나로 엮을 수 없는 길 잃은 에세이들로는 책을 내기 어렵다. 그건 100쇄, 아니 10쇄(어감...) 작가가 되면 내보자.
책으로 낼 수 있게 10편 정도 어떻게든 쓸 수 있는 한 가지 주제를 찾았다. 나는 내 일상에서 주로 글감을 찾는 편이니, 이제는 너무 흔한 주제지만 '신입 사원의 블라블라..'를 써보기로 했다.
이제 이번 달이 지나면 세바시에서 일한 지 1년이 된다. 그러면 이제 신입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서둘러 신입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
경력이 있다고도, 신입이라 하기도 그렇다. 이제 완전 신입으로는 돌아가기 어렵다. 남은 건 경력으로 전진뿐이다.
그런데 사정상 6개월은 제작팀에서 일한 뒤 5개월은 운영팀에서 일하게 됐다. 1년을 했다고 뭘 잘하기는 어렵겠지만, 제작을 잘하지도, 운영을 잘하지도 않은 채 입사 1년이 되어가는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상황이 애매하다고 애매하게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을 애매하게 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낸 것처럼 된다. 확실히 일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내가 회사에서 써야 할 무기는 '글'인데 요새 통 글을 못 쓰고 있었다. 글을 다시 꾸준히 써야겠다 싶었다.
신입으로 일하면서 배우고(깨지고, 혼나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세바시에 오기까지 이야기를 먼저 쓰고 싶었다. 어쩌면 공개적인 자기소개서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쓰면서도 이렇게 나에 대해 말해도 되나 싶었지만, 나는 내 이야기만 쓸 줄 안다. 앞으로도 글을 쓰기 위해선 나를 계속 꺼내써야 한다.
누나와 1달의 유럽 여행을 막 다녀온 직후인 2016년 6월. 아무 일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냈다.
내 방은 보온보냉이 잘 되는 편이어서 여름에는 평균 34도를 유지했다. 기억에 남는 건 뉴스에서 야외에 있는 경비실에 온도가 35도라며 비인간적인 처우라는 말이 나오는 걸 들을 때 내 방 온도계를 보니 35도였다. 지금은 에어컨을 설치해 이불을 덮고 자고 있지만, 그때는 견디기 힘들었다.
매일 카페에 가서 돈을 쓸 수도 없어 낮에 할 수 있는 건 누워서 잠만 잤다(뭔가 하긴 했는데 결과적으론 잠만 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침대 위에서 (땀으로)흐물거리는 젤리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1인분의 몫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1달을 보내는 중에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았다간 한 사람 몫도 못 해 먹고살겠다.', '1인분의 몫을 할 수 있을까?' 경각심이 들면서 뇌 회로가 바뀐 느낌이었다. 이때 철(미량의)이 든 것 같았다.
각성하고 바로 구직을 시작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도 같이 구했다. 양재역 근처에 있는 공유사무실 회사였다. 간단하게 시설관리 보조를 하는 일이었다. 체감 온도 15도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놓는 곳이었다. 닭살 돋은 채 일하는 즐거움이 있어서 매일 출근하고 싶었다.
알바를 하면서 일할 곳을 찾아보았다. 딱히 일할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는(지금도)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잘은 몰라도 막연히 '글'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 직업이 뭐가 있는지 사람인, 잡플래닛 등을 둘러봐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학원에서 알고 지낸 형이 나를 갑자기 페이스북에서 태그 했다.
글을 단편으로만 쓰다가 시리즈로 쓰게 되니, 이렇게 끊어서 쓰기도 해본다. 드라마 끊어가듯 다음이 궁금하게 끊고 싶었는데 잘 됐으려나. 써보니 시리즈에 해당 하는 내용이 30%고 사족이 70%란 생각이 들지만..
반응도 좋고(브런치의 간택도 받고...) 괜찮겠다 싶으면 쭉 이어가야지. 아니다 싶으면 원래대로 중구난방 시리즈를 쓰면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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