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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Jun 04. 2019

'시간 없는 삶'을 끝내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

'재미 없는' 스마트폰 만들기

언젠가부터 하루가 금방 갔다. 한 주도 금방 갔다. 월요병이란 걸 거의 느끼지 못했다. 월요일이 되면 금방 금요일이 올 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시간이 안 간다는 것보다 너무 빨리 간다는 게 두려웠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쓸 시간이 별로 없었다. 잠을 줄여보려 했지만, 잠은 줄일수록 능률이 떨어졌다. 또 일할 시간을 내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었다. 내가 창업하거나, 프리랜서를 하지 않는 한. 결국 퇴근 후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는 간단한 사실에 도착했다.


귀여운 삽화도 책을 사는 데 한몫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시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 한 책을 읽었다. <메이크 타임>이란 책이었다. 구글에서 일하던 두 직원의 격의 없는 이야기가 적절한 근거를 곁들여져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그들은 유튜브와 지메일 팀에 있었음에도 스마트폰에서 두 앱을 없앴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우리 모두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연락이 와서 확인하다가 어느새 2시간째 유튜브를 보고 있거나, 잠깐 페이스북 피드를 둘러본다는 게 1시간 넘게 계속 내리고 있다거나. 


이런 일들은 단순히 시간을 날리게 할 뿐 아니라, 주의력도 날려 버릴 수 있다. 주의력을 고갈하면 필요한 일을 할 힘, 집중력이 사라진다. 집중력이 사라지면 원했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없다. 나는 집중력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라 주기적으로 집중을 빼앗는 것들을 없애려 했다. 


(그럴 때마다 열심히 글을 썼다...https://brunch.co.kr/@chaeminc/451)


두 저자는 스마트폰이 가진 '주의 분산'의 위험을 힘을 주어 언급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랑한다. 다만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모든 것을 늘 원하지는 않을 뿐이다. 방해꾼 없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현대 기술의 진수를 즐기면서도 더 쉽게 접속을 끊고 주의를 유지하던 (약간) 더 단순한 시대로 시곗바늘을 되돌릴 수 있다. <메이크 타임> 중
우리는 기술을 사랑한다! 여기에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4시간 이상과 보통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는 데 쓰는 4시간 이상을 더하면 주의 분산이 전업이 되어버린다.


나는 바로 위 인용문을 읽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월급 루팡 하는 직업이어도 하루 8시간 일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도 쉽게 스마트폰, 텔레비전에 8시간을 바친다. 그들은 모두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 대신 시간과 관심을 가져간다. 우리는 어떤 면에선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잡을 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시간과 집중은 거의 비슷한 곳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주의 분산과 집중 사이를 오락가락하지 않고 초집중 모드에 빠지면 가장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알찬 시간을 보내게 된다. 모든 주의 분산은 집중력의 깊이를 훼손한다. 가령 그림 그리기에서 문자 메시지에 답 보내기로, 그런 뒤 다시 그림으로 뇌가 맥락을 바꾸면 전환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 뇌가 작업 메모리에 일련의 다른 규칙과 정보를 로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팅’에는 적어도 몇 분이 소요되고 복잡한 작업이라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우리 두 사람은 방해받지 않고 2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있어야 가장 일이 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도 내가 위에 링크로 공유한 '집중하는 삶이 최선의 삶이다' 글에 동의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그들은 그 삶을 살아내려 노력했고, 나는 다시 집중하지 않는, 최선이 아닌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내겐 항상 완전히 집중하는 일을 해보고 싶단 갈망이 있다. 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중요한 한 가지에 매진하는 것을 해보고 싶다.


집중하려면 모든 주의를 한 점에 쏟아야 한다. 방해가 되는 것들을 없애야 한다. 내게서 가장 주의를 많이 가져가는 범인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정말 실행에 옮길 때가 왔다.


재미없는 스마트폰 만들기

책을 읽던 중에 바로 실천하게 된 방법이 하나 있다. 스마트폰에서 '재미'를 없애는 것. 예를 들어 지도 어플은 그대로 두고 소셜 네트워크 어플들을 지우는 것이다. 지도 어플에 깊이 빠져서 시간을 보낼 일은 많이 없으니깐. (구글 어스를 처음 알았을 때와 로드뷰 기능을 알게 됐을 때는 2시간 정도 빠졌던 것 같다)


스마트폰은 내게 다양한 기회와 재미를 제공하지만, 집중하지 못하게도 만들었다. 잠깐의 필요와 흥미 충족을 위해 나는 너무 많은 집중력과 시간을 바쳤다. 1,000원짜리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100만 원의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 꼴이었다.  


더 이상 그런 거래를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저자의 제안대로 나는 집중을 갉아먹는 것들을 다 없앴다. 이메일도,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넷플릭스도, 유튜브도 없앴다. 몇 가지 좋은 정보와 친구들의 짤막한 근황을 아는 대가로 많은 시간을 지불해야 했다. 이 서비스들은 분명 재밌다. 나는 이 재미를 내 의지로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 내게 더 중요한 가치를 얻기 위해 의지력을 동원하기보단 환경을 바꾸는 걸 택했다. 필요하면 데스크탑으로 확인하면 된다. 데스크탑에서도 통제가 안 된다면 더 안 쓸 것 같긴 하다.


없앤 만큼 시간과 집중력이 생겼다. 나는 더 많은 책을 읽고 있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 카카오톡 어플도 알람을 껐다. 카톡 알림을 꺼서 큰 일 난 건 없다. 물론 이건 내가 지금 근무를 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걸 지 모른다. 근무 중이었다면 24시간 7일 동안 카톡 알림을 끌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음 근무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


이제 내 스마트폰엔 별다른 재밌는 게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재미 정도는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 평소보다 더 많이 읽게 됐으니. 이제 더 많이 쓰고 싶다.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고 싶다. 


양치하다 갑자기 이 글을 꼭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모든 알림이 사라지니 글쓰기를 방해할 것이 없어 생각보다 빨리 쓸 수 있었다. 엄밀하게 다듬지는 않았지만, 방해꾼이 없다면 이정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만족한다. 앞으로도 할 수 있는 한, 집중의 계절이 찾아왔을 때 계속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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