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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Sep 14. 2018

두드려 본 사람만 얻는 기회

Why not?


두드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면 두드리자

WHY NOT?

카페에 있을 때 좋은 음악이 나오면 어플로 찾아본다. 안 나오면 꼭 가서 물어본다. 안 알려주는 곳은 찾지 못했다(랜덤 플레이해놔서 지나간 곡을 모르는 경우만 빼면). 안 물어봤으면 평생 몰랐을 곡일지 모른다.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니었다. 지금도 내 성격의 기본값은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잘 안 건다. 계기는 모르지만 달라졌다. 원하는 게 있으면 물어보는 쪽으로. 어쩌면 이 단어를 마음에 넣어둔 뒤일지도 모른다. Why not?



최근에 <기획자의 습관> 북콘서트를 갔다. 시작하기 전과 끝나고 나서 사인회를 했다. 줄 서서 앞을 보니 다들 사인만 받고 갔다. 나는 최장순 작가님과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무도 사진을 안 찍길래 혹시 찍으면 안 되는 건가 싶었다. 관계자 중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속으로 Why not?을 읊조렸다.


내 차례가 될 때까지 사진 요청은 없었다. 내 차례가 와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물었다. '작가님 저랑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작가님은 '네, 좋아요!'라고 하셨다. 같이 셀카를 찍고 돌아갈 때 뒤에서 '사진 찍어도 되는 거야?'라는 말이 들렸다. 내 뒤에 있던 분부터 사진을 찍었다. 내가 먼저 찍지 않았다면 뒤에 있던 사람들 모두 안 찍었을지도 모른다.



여름휴가 때 한 강의를 갔다. 원래는 가고 싶었지만 이미 자리가 다 차서 신청을 못 했다. 강의 당일은 태풍이 올라오는 날이었다. 세바시 강연회가 시작하고 나서 처음 연기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럼 태풍 때문에 강의를 취소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바로 물어봤다. 태풍 때문에 못 올 사람이 있을 것 같고, 나는 꼭 듣고 싶다고. 정말 그런진 모르겠지만, 1자리가 생겼다고 했다. 결제를 하고 나는 원하는 강의를 들었다.


해본 사람이 해낼 방법을 안다

물어봐서 안 될 수 있다. 안 된 일도 참 많다. 내 장점이자 단점은 안 좋은 일을 잘 기억 못 한다(실은 많은 일을 기억 못..) 그래서 거절당한 사례로 쓸 예시가 떠오르지 않는다.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물어야만 될 가능성이 생긴다. 로또도 사야 될 확률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로또를 안 샀는 데 당첨된 사람은 없다.


위에 말한 일들은 쉬운 퀘스트이다. 이 단계는 문을 두드리고 열어주길 기다리는 단계다. 레벨이 낮을 땐 시도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묻지 않는 사람이 묻는 사람이 되는 건 꽤 큰 변화니깐.


다음 단계는 잠긴 문을 열어야 한다. 두드리기만 해선 열리지 않는다. 상대방이 잠금장치를 풀고 열게 해야 한다. 시도만으론 실력이 쌓이지 않는다. 왜 안 됐는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반성하고 분석하고 개선해야 한다. 범법 행위가 아니라면 해보자. 해보고 배우고 개선하자. 정말 하고 싶은 데 하지 말라면 왜 안 되는지 물어보고 될 방법을 알아보자.


세바시 강연을 하는 분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거절 안 당하고 성공한 사람이 없다. 제안을 거절당해서 죽은 사람도 없다. 많이 시도하면서 반성해본 사람은 어떻게 시도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지 알게 된다. 해본 사람이 해낼 방법을 안다.


도전과 관련해 감명 깊게 본 세바시 영상 한 편을 소개한다.


남을 깎아내리지 말고 자신을 다듬기

페이스북으로 아는 분의 동생이 혼자 고군분투해서 해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이야기가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 많은 댓글이 '금수저니까 저럴 수 있지'라며 비난하는 투였다.


나도 뭔가 해낸 사람들을 볼 때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걸 했지?' 할 때가 있다.'저 사람이 저걸 어떻게 했지? 빽 있나?'가 아니다. '어떻게 노력했길래 저런 결과를 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이다.


남의 성공을 보고 소중한 시간을 들여 누군갈 깎아내릴 이유가 없다. 그 시간에 자신을 다듬으면 된다. 그 사람을 보고 욕하지 말고, 보고 배우면 된다. 그 사람이 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두드리고, 거절당하고, 다시 두드리고 하다 보면 별 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문 두드린다고 죽지 않는다.


나도 이제 새로운 문들을 두드리려 한다. 두려움보다 이번엔 무슨 기회의 문이 열릴지 기대가 더 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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