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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Jun 08. 2019

문득, 소개팅처럼 면접 보기에 대하여

아는 형은 프로 이직러였다. 한 직장을 오래 다닌 뒤 쉬었고, 그다음 직장에 자리 잡는 데 꽤 여러 곳을 나왔다가 들어갔다. 들어갔던 곳들이 하나같이 큰 곳이었기에, 나올 때마다 '거길 나왔어요?'라고 말하게 됐다. 그다음 주가 되면 또 다른 곳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주중에도 몇 군데에서 면접 제안이 들어온다고 했다.


형은 면접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회사가 나를 알아보는 것처럼 자기도 회사를 알아내야 한다고. 형은 야근을 하기 싫어했고, 면접 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워라밸을 지키나요?', '한 주에 야근은 어느 정도로 하나요?' 나는 상상도 못 했던 질문이었다. 그러면 붙을 리가 없어 보이니깐.


그러나 형은 자신이 다니고 싶은 조건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회사에 붙지 않는다고 해서 죽는 게 아니니깐. 그런 점에서 면접은 소개팅과 비슷해 보였다. 나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나도 상대를 알아가야 한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들에 맞을지 맞춰봐야 한다.


설령 면접 때는 잘 맞는 것 같아도, 막상 다녀보면 아닐 수 있다. 그럴 땐 과감히 나올 수도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이 그냥 감내할 정도가 아니라면 더욱더. 초기 커플도 아니다 싶으면 빨리 헤어지는 게 나은 것처럼. 자신이 없다면 경력을 쌓거나 실력을 쌓아야겠지만.


이제 나도 슬슬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 서류부터 넣어보긴 해야 하지만. 나를 구출해줄 단 하나의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가 나를 보고 회사에 맞을지 보고 잰다면 나 또한 그 회사가 나에게 맞을지 보고 재야 한다. 그 정도 자신감이 필요해 보인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냥 허세로 여길지 몰라도, 다음 지원자로 시선을 돌릴지 몰라도.


직장을 찾는 이들도 많지만, 직원을 찾는 회사도 수두룩하다. 그중에 나랑 맞을 곳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형은 긴 여정(?)을 끝내고 이제 자기와 맞는 곳에서 잘 다니고 있다. 나의 이번 여정의 도착지에는 어떤 곳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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