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Jun 14. 2019

문득, 매일 한다는 것의 의미

내 삶에서 가장 많이, 오래 했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1'이다. 과장 조금 보태서 중고등학교 시절의 반을 이 게임에 쏟았다. 이 게임으로 영어도 배웠고, 친구도 얻었으니 나름 의미가 깊다. 그때 좋아했던 프로게이머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들은 은퇴 후 대부분 안 보이게 됐다. 그다음 세대인 내 또래 전 프로게이머들은 아프리카 TV, 유튜브 등에서 게임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들 방송 중 일부만 담은 클립 영상만 주로 봤었다. 그러다 라이브 방송하는 걸 몇 번 보게 됐다. 그들은 매일 8시간 이상 방송을 한다. 한 BJ는 5시부터 시작해서 새벽 2시까지 한다. 누군가에겐 '게임'하면서 쉽게 돈 번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들에겐 게임이 직업이었고, 지금도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프로게이머였기에, 지금도 프로로 게임을 대하고 있다. 


성인이 되면 대부분 일을 한다. 8시간 일한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내게 특별한 느낌을 주었던 지점은 '절박함'이었다. 직장에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안에 들어간 후 당장은 생존에 불안을 느끼진 않는다. 그들은 생계를 이어가려면 누군가의 후원이 지속해서 있어야만 한다. 인지도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그들은 0에서 시작하는 다른 BJ들 보다 수월하게 후원을 받았지만, 그들도 불안함을 버리긴 어렵다. 월 1천만 원 이상 수익이 나도, 그것이 꾸준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오히려 그들은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


게임도 잘해야 하고, 팬 관리도 방송과 채널 기획도 잘해야 한다. 대회가 열리면 상금과 인지도를 위해 연습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매일 게임을, 뭐라도 해야 한다. 매일 더 잘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8시간 이상으로 계속해서.


내일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매일

그들이 보여주는 '매일의 삶'을 볼 때면 여러 생각이 든다. 매일 한다고 뭐든 되는 건 아님을 알지만, 꾸준함과 발전을 향한 노력을 보면서 프로의 책임감이 뭔지 배운다. 그들도 그렇게 매일 살아남으려 하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경각심도 들고. 동시에 내 또래이기에 친구 같은 마음으로 뭔가 잘 됐으면 하는 응원도 하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매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일을 쉬고 있지만, 일 없는 일상에서 어떤 일을 매일 할 것인가. 다음 걸음을 걷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를 생각한다.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걷기 위해 힘을 더 비축하고, 더 걷기 위해 미리 힘을 길러둬야 한다.


일이 있던 일상에서 일을 빼니, 생각보다 휑한 하루가 된다. 처음엔 밀린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그랬지만 금방 불안함이 채워졌다. 이런 매일의 연속이 만들 내일이 두려웠다.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선 하루를 잘 채워야 함을 느꼈다.


일단 잘 자고 보자

일을 쉬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다. 잘 쉬기 위함도 있지만, 가용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기도 하다. 잘 자야 남은 시간을 잘 쓰니깐. 시간을 잘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지금은 12시 전에 자서 새벽에 일어나는 루틴을 만들고 있다. 일할 때에는 그게 잘 안 됐다. 잦은 야근 후 잠깐 어영부영 쉬다 보면 매번 자정 넘어서 자게 됐고, 어떻게든 일어나야 했기에 지각 직전에만 일어났다. 이젠 일찍 일어나서 어떻게 채울지를 고민할 단계까지 왔다.


그다음 꾸준히 하려는 건 매일 30분이라도 걷기, 일정량의 독서, 마음 챙김 10분 그리고 글쓰기다. 각자가 모두 내 삶에 큰 도움이 될 거란 확신이 있는 것들이다.


30분 걷기는 최소한의 운동과 사색의 시간을 갖기 위해, 독서와 글쓰기는 지적 성장을 위한 인풋과 아웃풋, 마음 챙김은 뇌 운동을 위해서 한다. 이것들을 1달 정도 한다고 해서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1년 동안 한다면 어떨까? 괜찮은 오늘, 그 매일이 모여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거란 믿음을 가지고 한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면 다음 걸음은 성장에 대한 간절함,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디뎌 보려 한다. 한쪽 걸음만 쓴다면 분명 더디거나 치우칠 것이다. 치우치지 않고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꾸준히 걷기 위해 양 쪽으로 걸으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득, 소개팅처럼 면접 보기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