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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Jul 03. 2019

그래서 그가 진짜 원했던 것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를 보고

스포 없는 간단한 리뷰 : 그의 고행 여정을 즐겁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깨달음을 얻게 된다(이케아는 거들뿐).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늘어지는 느낌 거의 없이 신나게 진행된다. 인도 배경이라 발리우드 느낌이 나지만, 원작 소설 작가와 감독 모두 인도 출신이 아니라 인도풍 뮤지컬 느낌만 들게 한다. 짧은 인도+유럽 여행을 함께 하고 오는 느낌도 있다. 불법 체류 등 무게 있는 주제들을 가볍게 다루지만, 뒷맛이 오래 가게 한다. 보고 나면 기분 좋아질 듯.


아래에서부터는 스포 있는 리뷰


영화는 '아자'의 성장기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어려서부터 아자는 두 가지를 원했다. 돈을 벌고 싶었고, 이케아를 가고 싶었다. 하나는 자기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아니고, 다른 하나는 진심으로 원한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원했던 돈을 다 벌고 나서 알게 된 것

돈에 대한 관심은 엄마에게 파리 여행을 시켜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친구들이 놀려서이다. 주변 친구들이 가난하다고 하는 것에 자격지심을 느낀 것. 돈을 벌기 위해 그는 친척들과 함께 꼼수를 부린다. 공중부양 퍼포먼스를 보고 따라 하고, 관광객들 상대로 휴대폰을 훔친다. 쉽게 번 돈에는 대가가 따른다. 일종의 거리의 '세금'도 꽤 많이 내게 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그는 10만 유로를 벌게 된다. 그가 깨달은 어떤 영혼의 이야기를 적은 것을 팔아서(또는 사기 쳐서). 그는 그렇게 그 돈으로 금의환향을 꿈꾸지만, 바다 위로 떨어지는 그에게 정말 중요한 건 돈 자체가 아님을 알게 된다.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돈이 있다면, 아니 돈 상관없이 정말 뭘 하고 싶은지를 깨닫게 된다. 


돈을 많이 가지는 것이 그에게 큰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된다. 그는 난민들이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남은 돈으로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고. 그가 돈을 벌기 위해 보내야 했던 과정 끝에 그가 얻은 건, 돈이 아니라 그가 정말 원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돈 버는 일을 쫓아다닌 그는 그렇게 원했던 돈을 다 써버리고 나서야 평안을 얻는다.


진짜로 원했던 것은 이케아 옷장 너머에

영화를 보면서 이케아 자체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가 파리로 간 계기 중 하나였을 뿐. 카탈로그에 있는 제품들을 외우며 이케아 가구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했던 아자. 그런 그가 이케아로 갔을 때 반응은 심심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김동률 덕후인 나는 률형의 콘서트 음원을 수백 번 들으며 다음 콘서트를 기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콘서트를 가게 됐을 때, 좋았지만 예전 같은 전율이 일지 않았다. 해당 앨범과 선곡과 편곡이 다르지 않아서 기대치를 훨씬 넘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2018 콘서트는 최고였다..).


이케아는 그에게 '가구'가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계기'이다. 옷장에서 잔 덕에 그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별일을 다 겪게 된다. 차별도 당하고, 위험에도 처한다. 그리고 난민들의 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때 아자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인도로 돌아가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전해준다.


난민들은 꿈이 있었다. 각자 사정은 다르겠지만, 정황상 그들은 이곳저곳 떠돌아다녔다. 원하든 원치 않든 세계를 경험했다. 그 경험이 다 유쾌한 건 아니겠지만, 꿈을 품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아자는 어쩌면 세계를 경험한 이와 아닌 이의 차이를 느낀 걸지도 모른다. 그 자신도 꿈이 돈 버는 것과 파리와 이케아를 가보는 것뿐이었으니. 그가 있던 곳의 아이들은 누가 보여주지 않는 한 세계를 경험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이곳저곳을 경험한 그가 들려주어, 꿈을 갖게 하려고 한 것.


남의 정답이 아닌 내가 찾은 답

영화는 아자가 원했던 것들을 주면서 답을 찾게 한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이거 맞아?' 돈이 안 중요하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아자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는 것. 정말 중요한 것, 자신에게 옳은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아자는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난다. 남이 말해준 답을 치우고 자신이 직접 답을 찾아낸다.


남이 말해줘서가 아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옳은 게 뭘까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들이 정말 내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건지 곰곰이 살펴보게 된다. 그것을 알기 위해 나도 이케아 옷장에 들어가 잘 수는 없지만, 한 번쯤은 아자처럼 깨달음을 얻는 여행을 해보고는 싶다.


영화적 결말 한 스푼 더 넣어 원했던 마리와의 사랑도 이뤄졌지만, 메인 주제에 잘 녹아들진 않는 듯하다. 그래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으면 원작 소설명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에서 '고행자'적인 면이 너무 강조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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