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Oct 16. 2015

<페이스북 심리학> 페이스북, 이용하는가 당하는가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당신의 가치를 좌우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안녕하세요. 제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제발 말씀 좀 해주시겠어요?'"





핸드폰에서 페이스북을 지웠다. 페이스북에 중독된 느낌이 들어서였다. 무언가 중독된 느낌이 싫다. 중독성 강한 게임을 해보니 진짜 중독되길래 지웠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게임과 달랐다. 아무리 지워도 컴퓨터라도 접속을 해야 했다. 인간관계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하는 활동들이 내게 우울감과 비교와 부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정신이 앓는 기분이었다. 이건 단순히 지우는 걸로 해결이 안 될 것 같았다. 왜 그런 기분이 든 걸까 고민했다.


그때 <페이스북 심리학> 책이 도서관에 들어왔다. 3-4주 전쯤 희망도서로 신청했던 책이다. 들어왔단 소식에 바로 빌려서 한달음에 다 읽었다.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내 마음이 완전 다 읽혔고 내 고민에 답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마음도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실제 사례 중 심각한 게 꽤 많은데, 내가 모를 뿐이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책은 페이스북을 위시로 한 SNS의 등장 이후 달라진 관계와 다시 페이스북으로 돌아와 이 네트워크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보여준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나의 심리와 이용하면서 달라진 나의 심리를 알려준다. 페이스북의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조종당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임을 다양한 사례로 깨닫게 한다.


책 전반의 내용은 자기 정체성, 사적인 부분과 사회적 부분 사이, 나의 진짜 친구와 우정, 연애와 사랑, 특별히 십대가 처한 위험, 나를 조종하는 감정 조종자들, 페이스북을 어떻게 하면 바르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것이다. 


페이스북 강박증


페이스북이 인간관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우리는 이제 바로 응답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보다 내 손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 문자 세대보다 더 심해진 유령진동증후군, 페이스북 알람은 강박증을 유발한다. 아이가 사탕에 손을 뻗듯 계속 알람을 확인하게 한다. 오 분에 한 번 손을 닦는 사람처럼 계속 폰을 확인한다. 그만둘 순 없지만 줄여야 한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하며 삶이 변했다. 페이스북이 우리 삶을 바꿨다는 게 맞을까? 페이스북에 올리기 위해 이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시작한다. 현실에 나보다 더 도발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삶의 과정보다 결과에, 아니 아름답게 '보이는' 결과에 집착하기 이르렀다. 좋아요를 누를 만한 아름다움이 없는 결과는 의미 없게 됐다. 역으로 나의 삶은 그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게 됐다.


소셜미디어는 분명 자기 표현과 교류에 이점이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자아 개념과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엔 문제가 있다. 저자는 이점을 인정하고, 포기하란 말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용당하지 말고 이용하라는 것이다. 그 전에 이용당한 실체를 보자는 것이고.


나의 가치를 타인이 평가하게 둔 것, 나의 정체성을 남이 정해주게 한 것


큰 폐해는 가공된 자신을 만들어내면서 진짜 자신을 잃는 것과 그 사람들 가운데 굉장히 두드러지는 이들을 보면서 비교와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삶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쥐어주게 된 것과.


십대에 대한 우려가 책에서 꽤 비중 있게 다뤄졌다. 아마도 그 나이 때 자아 형성이 일어나고 자아 정체성을 찾아간 성인들도 페이스북에서 휩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십대를 둔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유용한 조언들이 책에 있다. 사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좋아요로 자신의 가치를 생각하고 받지 못하면 거부감을 느끼니깐.


페이스북을 오래 할수록 더 많은 우울과 불안, 자존감 저하를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밀칠 수 없는 건 중독적 요소가 심각하게 있기 때문이다. 소외에 대한 두려움과 때론 이기고 때론 지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 곧 슬롯머신 효과가 중독을 유발한다. 재미있는 업데이트를 볼 때가 있고 못 볼 때가 있고. 좋은 반응을 얻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고. 받으면 인정이라는 쾌감과 못 받으면 무시라는 두려움이 강박적이게 한다.


이용당하지 말고 이용하자, 먼저 나를 돌아보고 돌보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당신의 모습은 무엇인가? 진짜 당신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페이스북에 있는 내가 진짜 나를 보여주고 있는지 돌아보자. 내가 먼저 나를 환대해주자. 내가 나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진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해야 한다.  페이스북을 함으로 무언가 얻는 게 있지만 동시에 무언가 놓치고 있지 않은지를 봐야 한다. 섭식 장애 증상이 음식과 거의 무관하고 삶에 문제가 있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페이스북 중독도 페이스북 자체 문제라기 보단 내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페이스북이 가져온 폐해, 나의 가치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과 타인의 가공된 것을 보고 나의 가치와 비교해 열등감을 느끼는 것을 피하자. 그 후에 페이스북을 하는 자신의 이유를 갖고 조절하며 자유롭게 이용하자. 이용당하지 말고. 


한국 사례가 아니라 다소 1:1 적용하기 쉽지 않은 사례들이 자주 있었다. 저자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한국 저자가 따로 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페이스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하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위험성이 확 느껴졌을 때 그 위험성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짚어준 책이다.


내가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꽤 보내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온라인에서는 과장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편집한다. 자신을 점점 더 자신이 원하는, 생각하는 이상적 모습으로  만들어낼수록 진짜 '페르소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받을 만한 사진과 동영상, 링크와 댓글을 올린다. 그런 인정받기 위해 진을 다 뺀다. 페이스북 페르소나를 편집하는 일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낮은 자존감, 우울증은 물론이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 지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의존하여 결정하려 하는 심리를 초래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타인의 행복한 사진을 보고 질투와 분노를 느끼고, 전체 이용자들의 약 3분의 1은 페이스북을 둘러본 후 자기 자신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고 한다. 페이스북을 기준으로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비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한심할 정도로 지루하고 그저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진실하게 진짜 자신으로 현재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이는 놀라운 도전이다. 자기 편집을 더 많이 할수록 결국 자신의 실제 모습을 덜 가치 있게 여기고, 최악의 경우 자기 내면의 목소리 대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더 중시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방식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외부의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자신의 힘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꼴이 되고 그 결과 자아정체감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자기 인식은 외부 존재들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오로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만 우리 자신을 알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그렇게 목을 매는 것이다."



" '좋아요'든 팔로워든 이러한 온라인 지지를 통해 십대들은 자신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로그아웃을 하고서(아주 잠깐이라도) 자신의 오프라인 현실을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오프라인에서는 자신이 온라인에서만큼 재미있거나 중요하거나 영향력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들이 알고 있는 세계는 무너져내릴 것이다. 오프라인 정체성을 감당하지 못하면 불안과 정체성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  


"수많은 십대들이 팔로우나 좋아요를 받지 못하면 거부로 해석한다."


"좋아요 개수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 하지 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라. 자신의 결정에 자신이 적합하다는 느낌을 확인하라. 남의 인정이 아니라 자신을 자신이 먼저 인정하라. 격려의 동기는 내 안에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람의 비위를 다 맞추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관심과 인정을 갈구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당신 결을 떠난다. 사람들은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



<페이스북 심리학> 수재나 E. 플로레스 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